‘띵동’ 소리와 함께 문앞에 커다란 상자가 놓여 있다. 그때의 설렘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보통 우리집에 오는 소포는 대부분 한국에 계신 엄마가 보내시는 거다. 그 상자를 열…
[2020-08-27]집 근처에 있는 산을 자주 오른다. 그곳에는 목장이 몇 군데 있어서 한여름 빼고는 항상 소들이 나와 풀을 뜯고 있다. 한두 마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떼로 앉아 있어서 처음에는 무…
[2020-08-26]잠이 안 오는 날이 있다. 시간은 새벽 2시. 거울 속의 나를 보니 한동안 칩거하느라 손질 못한 머리가 엉망이다. 얼마 전 구비한 남편 이발기로 머리를 손보려 스위치를 켠 순간 …
[2020-08-25]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한 도시를 탈취하는 자보다 낫다는 성경 말씀이 있다. 마음이라는 단어는 성경에 1천회 이상 언급되어 아마도 성경에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 중 하나일 것이다…
[2020-08-21]카톡왔숑! 사람들의 해말간 웃음과 바다가 어우러진 사진에는, 나중에 함께 가자며 지인이 전송한 아이리쉬 비치의 풍경이 담겨 있다. 하이웨이 1번을 타고 멘도시노 쪽으로 가다 포인…
[2020-08-21]‘드디어 개학이다, 와우!’가 아니라 ‘드디어 개학이다?’가 되었다. 예전 같았으면 우리집 큰아이는 학교 가기 싫다고 방학동안 늦잠도 자고 집에서 빈둥될 수 있어서 넘 좋았는데 …
[2020-08-20]밤하늘 별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나 하나쯤의 추억은 있을 것이다. 내게는 중학교 2학년 때 남이섬에서 본 밤하늘 별이 잊지 못할 첫 기억이다. 중2, 사춘기 한창이라 얼굴은 퉁퉁 붓…
[2020-08-19]회원 일행과 내가 산타클라라에서 솔데드(Soledad)를 향해 떠날 때는 정오를 막 넘기고 있었다. 하이웨이에 진입할 무렵부터 내린 비에 유리창의 윈드쉴드가 빗물을 털어내고 있었…
[2020-08-18]마음이 닮은 친구들을 만났다. 반가운 인사를 건네고 서로 지난날들을 나누다 보면 납작하게 눌렸던 마음이 금새 후룩 펴진다. 먼지가 쌓이고 시달렸던 마음에 온기가 돌고 말랑말랑한 …
[2020-08-17]3살 소녀 J … 구토와 복통으로 핼쑥해진 어린 딸을 데리고 병원을 찾은 그녀의 엄마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소화 불량쯤으로 생각했던 병세의 정체는 ‘윌름 종양’…. …
[2020-08-17]해안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풍미를 더한 여름의 오후다. 미송(Douglas fir)과 수풀로 우거진 삼림을 따라 걸으며, 흙의 부드러운 감촉 위로 발자욱을 남긴다. 고단한 정신에 …
[2020-08-14]의사란 치료와 이념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 것일까? 중국 무협지에는 부모님이나 스승을 살해한 원수를 갚기 위해 평생 칼을 갈고 무술을 연마하여 원수를 찾아다니는 무시무시한…
[2020-08-14]이웃사촌인 E가 김치찜을 하다가 엄지손가락을 크게 비었는데 다행히 병원에는 가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그러나 흉터는 남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상처가 난 후 그 자리에는 흉터가 진…
[2020-08-13]아는 후배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후배 남편의 어린 시절 얘기가 나왔다. 부모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아서 지금도 정신적으로 힘들 때가 있단다. 그 얘기를 하는데 후배는 자신의 아픔…
[2020-08-12]지난해 친구 하나가 하늘나라로 갔다. 장례식은커녕 추모식조차 없었기에 나는 그녀의 죽음을 인정하기 힘들었다. 작년 여름 남쪽 장미원에서 함께한 점심이 그녀와의 마지막 시간이었다.…
[2020-08-11]아시안 그로서리도 없었던 수십년 전, 백인 중년 여인이 느닷없이 내게 내뱉았던 말이다. 처음엔 잘못 들었나 싶어 순진하게 “아이 백 유어 파든?” 되물었다. “네 나라로 돌아가라…
[2020-08-10]갑자기 시간이 멈춰 버린 것만 같던 봄이 지나고 여름도 벌써 한창이다. 낯설기만 했던 새 세상은 평범한 오늘이 되었다. 이맘 때면 흥분된 마음으로 휴가 계획을 세우고 인터넷을 뒤…
[2020-08-10]마을에서 40분 정도의 거리라고 했다. 덜컹거리는 차가 드디어 초입으로 들어서자, 우린 자처해서 지프에서 내렸다. 황톳길로 난 지구의 자잘한 굴곡을 사뿐히 밟고 가는 길, 초원에…
[2020-08-07]부모님이 치매에 걸리셨다. 그것도 아주 심각한 알츠하이머 기억 장애 병을.어머님은 욕실에서 낙상 후 오랜 시간을 요양병원의 침대 신세를 져야 했다. 가족들이 번갈아 가며 방문하면…
[2020-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