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그로서리도 없었던 수십년 전, 백인 중년 여인이 느닷없이 내게 내뱉았던 말이다. 처음엔 잘못 들었나 싶어 순진하게 “아이 백 유어 파든?” 되물었다. “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백인 여자가 흉한 얼굴로 대답했다. “너는 어디서 왔는데? 너나 네 나라로 돌아가, 내 걱정 말고, 난 여기가 어떤가 좀 살아보려 하니까, 오케이?” 어리둥절해 하는 여자 앞으로 한발 다가서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자, 놀란 여자는 휙 돌아서 도망치듯 사라졌다.
요즘 다시, 아시안들이 심심찮게 이런 말을 듣는다. 얼마 전엔 백인 여자가 아시안들의 집 벽에, 이 집을 비우고 떠나라는 프린트 벽보를 붙이는 광경이 찍힌 CCTV가 공개되고, 버스를 기다리던 70대 한인 노인을 뒤에서 밀쳐 상처를 입혔다는 기사를 읽었다. 심지어 린치까지 당하는 아시안 혐오 분위기가 퍼져 나가고 있다.
이제 또 “네 나라로 돌아가라”라는 인격모독을 받게 되면 어떻게 대답할까? “당신을 부모로 두고 태어난 자녀들이 참 불쌍해요!” “당신의 아이들이나 이웃들이 지금 당신의 모습이 찍힌 이 비디오를 보면 어떨까요?” “어글리 화이트가 어떤 사람인지 오늘 드디어 보네요”라고 할까.
8월 7일 현재 미국 누적 확진자수는 470만명, 사망자수는 16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독감(Flu)과 코로나19에 동시에 감염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무섭고 두려운 뉴스다.
어제는 4개월 만에 교회에서 야외예배를 드렸다. 하늘색 텐트 안에서 간단한 건강 진단 설문서와 발열체크를 마친 후 뒷마당에 6피트 간격으로 마련된 의자로 가서 앉았다. 전력이 단절되면 집안에 전기가 안 들어오고, 수원지와 연결이 단절되면 집에 물이 안 나오듯이, 예배가 없는 교회의 존재 이유에 대한 설교 말씀이 마음에 닿았다.
그러면 오랜 세월 이 땅에서 세금 꼬박 내며 살아가는 아시안들에게 감히 “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쉽게 우리들의 삶을 뒤흔드는, 무지한 백인들과는 어떻게 연결이 가능할까...우리가 안고 살아야 할 숙제 같다. 예배가 끝나고, 텐트 안 우리들 사이를 감싸며 불어오는 훈훈한 바람 속에서 인종에 구애없이, 모든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다시 한번 꿈꿔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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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옥 (로스 알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