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한 도시를 탈취하는 자보다 낫다는 성경 말씀이 있다. 마음이라는 단어는 성경에 1천회 이상 언급되어 아마도 성경에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 중 하나일 것이다. 마음은 무엇일까?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이런저런 생각으로 잠이 오지 않는 밤에 마음을 찾아보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능한 모든 힘을 빼고 누워 마음이 어디 있는가 더듬어 보았다. 팔, 다리, 얼굴, 배… 이런 곳은 아닌 게 분명했다. 있을 만한 곳이 심장과 머릿속 뇌 부분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그러나 심장은 딱히 마음이 들어 있는 곳이라기 보다는 피를 펌프해 대는 방앗간 같았고, 뇌도 여러 가지 기억과 생각이 저장되고 만들어지는 컴퓨터의 중앙 진행 장치 (CPU) 같았을 뿐, 그것이 마음이라고 단정할 수 없었다. 한참을 헤매다가 나름 내린 결론은 ‘마음은 신체의 어느 기관에 있지 않지만 모든 사람에게 있고 피를 타고 흐르기보다는 어떤 보이지 않는 상태로 존재한다’였다.
그런데 이 보이지 않는 마음이 사람의 모든 것을 주관하며, 때로는 병에 들기도 한다. 또한 마음에 병이 깊어지면 신체에도 병이 전이될 수 있다. 나는 오래전에 공황 장애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30여년 전 어느 날 출근길의 280번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퍽’하는 느낌의 중압감이 심장 부근에서 느껴지며 하늘이 노란색으로 변하며 동전처럼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순식간에 아! 심장마비가 온 모양이라고 두려움이 몰려들었다. 일단 고속도로를 벗어나 일반 도로로 주행해 보니 조금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 내가 뭔가 착각했던 모양이다 생각하고 다시 고속도로로 진입하였다.
그러나 다시 같은 증상의 압박감과 두려움으로 격하게 뛰는 심장소리가 들렸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아무 데나 차를 세우고, 길가에 있던 목재소에 들어가 전화 사용 양해를 얻어 구급차를 불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앰뷸런스를 타게 되었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그 후로도 수차례 더 앰뷸런스에 실려가는 일이 있었고 꽤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야 공황장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담당 의사의 의견으로는 나의 공황장애의 원인은 스트레스와 과도한 업무로 인한 피로였다고 했다. 공황장애 진단 후 나는 심장병 진단을 받았다. 공황장애 증상이 심장을 더 약하게 만든 것인지, 원래 약하던 심장이 공황장애를 유발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다만 마음이 안정되고 편해지면 두 증상 다 없어지는 것으로 보아 나의 몸에 마음의 안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한다. 의사는 내게 정기적인 휴가를 권했다. 최소 1년에 1주일 정도 업무로부터 자가 격리를 하라고 했다. 몸이 부서지고 나서 다시 조각들을 맞추는 것처럼 나는 의사의 권고를 받아들였다. 만약 의사의 처방을 건성으로 듣고 내가 그럴 형편이 되는가, 속 편한 소리 말라고 치부했다면 아마 나는 지금 이 글을 쓰는 자리에 없을지도 모른다.
다시 성경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 ‘마음의 즐거움은 양약이라도 심령의 근심은 뼈로 마르게 한다’는 말씀이 있다. 내 마음 나도 모르고, 내 마음 나도 어찌할 수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 마음을 추스리고 다스려 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 평생에 처음 당하는 코로나 팬데믹 상태에서 잘못하면 마음의 큰 근심에 쌓여 더 큰 어려움을 당할 수도 있다. 너무나 갑작스런 사업 환경의 변화로 사업체의 매출액이 평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며 원하지도 바라지도 않던 정부 긴급 재정 보조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에게도 처량하게 보일 수 있다. 우리를 충분히 힘들게 하고 기죽게 할 수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아는 것은 이 코로나 사태는 분명 머지않은 장래에 없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마음을 잘 다스려 코로나 사태 이후의 세상을 바라보며 희망을 갖고 이때를 지나야겠다. 오히려 이러한 예기치 못했던 상황을 잘 이용하여 신체적, 정신적 재충전의 기회로 삼아, 근심하는 마음보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으면 좋겠다. 조금 더 여유로워진 시간을 이용하여 과거의 시간들을 돌아보며 잘못되었던 부분을 고쳐나가고 부족했던 부분은 채워야겠다.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 열차에서 내려 지금까지 해왔던 사업체의 운영방법에 대한 검토도 하여보고 가족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갖는 여유도 가져보자. 이번의 코로나 사태가 주는 한 가지 유익은 가족과의 시간을 강제적으로 더 많이 갖게 한 것이다. 이것조차 익숙지 않아 오히려 싸움도 한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가정은 함께 있는 기쁨이 많을 것이다.
천둥 치고 번개 치던 잠 안 오던 밤에 찾아보았던 마음은 두 가지로 정리되었다. 심장 부근의 가슴에서 생겨나는 따뜻한 온도의 마음과 뇌 부분에서 생겨나는 차분한 온도의 마음이다. 따뜻한 온도의 마음은 감사하는 마음, 위로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이다. 차분한 온도의 마음은 역경을 이겨내는 마음, 새로운 계획을 세워가는 마음이다. 우리는 이 두 마음을 잘 연단하여 더욱 부드러운 마음과 더욱 강한 마음을 갖게 되어 팬데믹 사태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아니라, 이 어려운 시기와 싸워 이긴 승리자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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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식 (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