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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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개학

2020-08-20 (목) 김주성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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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개학이다, 와우!’가 아니라 ‘드디어 개학이다?’가 되었다. 예전 같았으면 우리집 큰아이는 학교 가기 싫다고 방학동안 늦잠도 자고 집에서 빈둥될 수 있어서 넘 좋았는데 학교에 가야 하냐고 궁시렁대고, 막내는 드디어 학교에 가서 친구들이랑 놀 수 있다고 신나서 방방 뛰어다녔을텐데. 2020년의 개학은 좀 다른 풍경이 되었다. 물론 첫째는 여전히 학교에 가기 싫다고 투덜대고 둘째는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을 못내 아쉬워 한다.

개학을 하기까지 여러가지 우여곡절이 있었고, 개학과 동시에 나의 자유는 끝났구나 하는 절망감도 함께 과연 온라인 개학이 잘 될지 의문과 걱정이 가득했다. 새삼 학교가 너무나 고마운 곳이였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개학 첫날, 알람소리에 눈을 떠 우리 딸을 깨우고 부엌에서 아침을 준비하고 밥을 먹여 온라인 학교로 등교시킨다, 다행히 문제없이 수업이 진행되었다. 바로 아들을 깨워 밥을 먹이고 준비를 한다, 그러나 이 반은 무언가 문제가 생겨 1시간 동안 선생님과 컴퓨터와 아이들과 실랑이를 한다. 곧 쉴 틈도 없이 큰아이의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끝나고 둘째의 점심시간이 시작되었다. 쉬는 시간마다 동네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고 울 아들도 마당에 나가 논다. 정말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간다. 하루종일 컴퓨터를 봐야 하는 아이들도 안스러워 보이고 그 옆에 엄마도 힘들어 보인다.


처음에는 개학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는데 막상 학교를 대면 수업으로 한다니 걱정이 되었는데 온라인 수업으로 변경되면서 또 다른 문제들이 생겨나 걱정에 걱정이 꼬리를 물고 어떻게 해결될지 불안한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문득 아침마다 눈도 못 뜨면서 일어나 밥을 먹고 책상에 앉아 있는 아이를 보면서, 체육시간이라고 거실에서 방방 뛰고 있는 아이의 모습과 따뜻한 점심을 먹일 수 있는 현재가 감사해졌다.

이렇게라도 학교 생활이 될 수 있도록 힘써주는 선생님들, 기술자들, 봉사자들, 학생들과 학부모들 보이지 않는 도움의 손길까지 모두 고마울 뿐이다. 이제는 마음이 덜 불안하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의 역할을 열심히 하면 점점 상황이 좋아지리라. 그런 의미에서 나는 다시 부엌으로 들어가 아이들의 점심을 준비한다.

<김주성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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