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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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상 처

2020-08-13 (목) 김주성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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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인 E가 김치찜을 하다가 엄지손가락을 크게 비었는데 다행히 병원에는 가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그러나 흉터는 남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상처가 난 후 그 자리에는 흉터가 진다. 나는 살성이 좋아서 상처가 나도 금방 아물고 흉터가 잘 지질 않았는데,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조그마한 상처에도 흉터가 잘 진다. 내 손에 생긴 자잘한 흉터들을 보면서 흉터의 원인이 되었던 상처들도 떠오른다. 비록 흉터는 졌어도 상처는 다 아물고 깨끗이 나았다. 흉터가 보기 좋은 것은 아니지만 상처가 다 나았다는 표시이기도 하다.

우리는 살면서 종종 상처가 생긴다. 상처 하나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디 몸에만 상처가 생기겠는가? 마음에도 몸과 같이 이런저런 상처들이 생기리라. 예전에 라디오에서 디제이가 마음의 상처를 주제로 말하면서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고 드러낼 수 있으면 그것은 더이상 상처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 말이 맞는 거 같다.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나의 상처들 중 다른 사람에게 가감없이 덤덤히 말할 수 있는 것들은 더이상 나에게 상처가 아니라, 그냥 과거의 있었던 해결된 사건과 같은 것이다. 어느 날 툭 하고 아물었다 생각했던 나의 상처가 덧이 날 때가 있다. 아직도 아물지 못하고 툭 하고 터져버리는 상처.

우리 아들은 어려서부터 잘 넘어지고 엎어져 상처가 많아 내가 항상 밴드와 연고를 들고 다녔다. 우리가 넘어져서 상처가 생기면 소독을 하고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이고 치료를 해도, 몇 날 몇 일은 상처에서 진물이 나고 잘못하면 염증이 생기기까지 한다. 꾸준히 신경쓰고 관리하면 어느 날부터 상처가 마르면서 딱쟁이가 지고 아물면서 흉터가 생긴다. 물론 흉은 좀 남지만 더이상 상처로 인해 내가 고통받지는 않게 된다.

우리의 삶 가운데 크고 작은 흉터들이 있으리라. 그 흉터를 통해 얻은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고 하지만 더이상 고통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직도 아물지 못한 상처들에게 약을 발라주고 관리하여 흉터가 지게 되면 더이상 나에게 고통은 주는 상처가 아닌 한낱 흉으로 남으리라. 상처로 고통받고 있는 이웃사촌 E의 엄지손가락에도 곧 흉터가 남게 되고 고통도 끝나리라.

<김주성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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