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휘 박사, UW ‘북소리’ 모임서 ‘길 이야기’들려줘
대한민국 최초의 ‘길 박사’라고 할 수 있는 정 휘 박사는 지난 16일 열린 워싱턴대학(UW) 한국학도서관의 북소리 행사에서 “자동차를 타고 시속 60마일로 달리던 길을 시속 2마일로 걸어보자”고 제안했다.
정 박사는 자동차로 달릴 때 본인과 무관하게 스쳐 지나갔던 풍경들이 걸어갈 때는 특별한 관계를 만들어주고 이를 통해 그 지역이 더욱 의미 있게 느껴진다며 “길을 따라 느리게 걷는 것은 환경과 인간의 가교이자 중요한 소통 경로가 돼 그 지역을 더욱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에서 길 연구를 통해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800리의 ‘지리산 길’조성을 주도한 정 박사는 엄밀하게 말하면 자동차가 아닌 사람들이 다니는 ‘길’을 만드는 전문가이다.
현재 시애틀에 머물고 있는 그는 이날 ‘한국은 지금 간세다리 열풍?’이란 다소 생소한 제목의 강연을 통해 ‘제주 올레’를 시작으로 불고 있는 걷기 열풍과 이를 가능케 했던 길 조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간세다리’는 ‘게으름뱅이’의 제주도 사투리이다.
사단법인 ‘한국의 길과 문화’의 이사이기도 한 정 박사는 “한국에서는 요즘 걷기 열풍에 따라 지방 자치단체별로 걷는 길을 조성하는 붐이 일고 있다”면서 “그로 인해 미국 나이키에 밀려 죽어가던 한국의 ‘프로 스펙스’ 운동화가 살아났다”고 덧붙였다.
그는 ‘걷는 길’이 이미 관광자원이 된 곳은 언론인 출신인 서명숙씨가 주도한 ‘제주 올레’와 자신이 참여한 ‘지리산 길’및 양평의 ‘물소리 길’등이 있다며 일본도 한국의 걷기 열풍을 따라 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정 박사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는 데는 시계가 필요 없고, 중요한 것은 시간이 주는 혜택을 이용하는 것”이라는 서명숙씨의 말을 인용, “시애틀에 사는 한인 여러분들도 느리게 걸으면서 ‘간세다리’가 돼보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황양준기자 june66@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