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과 ‘관계 안정’ 의지 보였지만, 무역·이란 등 가시적 성과 제한적
▶ 인플레·지지율 부담 속 귀국…군사행동 재개·외교적해법 지속 놓고 고심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국빈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지만, 기대했던 수준의 대중(對中) 성과나 이란전 돌파구를 확보하지 못한 채 복합적인 외교·경제 압박에 직면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중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관계 안정 및 경제 협력 의지를 부각하며 "환상적 무역합의"를 이뤘다고 자평했지만 가시적 성과는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협조를 통해 교착 상태에 빠진 이란전 해법의 실마리를 찾으려 했지만 중국 측의 공개적 약속이나 구체적 역할 제시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이 이란전 장기화와 그에 따른 유가 상승, 인플레이션 우려 확대, 지지율 하락 등의 부담 속에서 이뤄졌다며 "이란과의 전쟁과 경제적 부담이 그의 외교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중에 미국의 기술·금융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대거 대동하며 경제 협력 확대 가능성을 모색했으나, 시 주석은 이보다는 대만 문제를 양국 관계의 핵심 현안으로 전면에 내세우며 강한 경고 메시지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회담 뒤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이 보잉사 항공기 200대를 구매하기로 했고 미국산 농산물·에너지 수입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중국 측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발표를 내놓지 않은 상태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양국이 중국의 미국산 항공기 구매, 일정 범위 제품에 대한 상호 관세 인하 등을 통한 농산물 무역 확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미국산 항공기와 농산물을 얼마나 구매할지 등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대거 동행했지만 "대부분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지렛대로 사용한 상호관세 조치가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무효화된 데다, 이란전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부담까지 겹치며 경제·외교적 레버리지가 지난해보다 약화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반면 중국 입장에서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미국과 대등한 관계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이며 '세계 양강'(G2)의 위상을 굳히는 데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WP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토대로 "두 초강대국이 대등한 위치에 서 있는 모습은 시 주석이 이번 (트럼프 대통령) 방문을 통해 달성하고자 했던 바로 그 목표였다"고 분석했다.
이란전과 관련한 중국의 협조 약속 역시 뚜렷한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뒤 시 주석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원하며 이를 위해 도움을 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해선 안 된다는 데에도 시 주석이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CNN 방송은 "이는 중국이 이전에도 했던 발언들"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제에서 특별한 진전을 보지 못한 채 귀국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다시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이란전을 두고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행정부 내에서도 추가 공습 등 공격적인 접근을 주장하는 목소리와 외교적 해법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란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점점 더 조바심을 내고 있다고 CNN 방송은 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의 계속된 봉쇄로 석유·가스 가격이 치솟은 점과 이란 지도부의 내분으로 협상이 한층 복잡해진 점에 대해 특히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이 방송은 보도했다.
미국의 종전안에 대한 이란의 최근 반응과 강경 발언으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는 이란이 협상에 진지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는 분위기다.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5달러를 넘어서면서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쟁 장기화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보 달더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재 미국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강경한 태도를 취했지만 소용이 없었고, 협상을 시도했지만 그것도 통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꽉 막혀 있는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CNN에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시 주석과 등을 진 채 걷는 모습과 자신이 시 주석과 악수하는 모습을 대비한 이미지를 올리며 "엄청난 차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베이징에서 진행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자신이 취임한 뒤 미국이 다시 존경받는 나라가 됐다면서 "2년 전만 하더라도 바이든이 이곳에 왔다면 시 주석과 만나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시 주석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며 중국으로부터 더 큰 존중과 대우를 받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