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 위독한 환자만 착륙토록 협약 때문에...중상 환자 태운 헬기 못내려 환자들 불만
시애틀 아동병원이 중증 환자 이송 헬기 착륙 제한 규정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시애틀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병원 측은 “아이들의 치료 시간을 지연시키는 불필요한 절차”라고 주장하는 반면, 일부 주민들은 소음과 안전 문제를 이유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1992년 체결된 오래된 협약이 있다. 당시 시애틀시와 라우럴허스트 커뮤니티 협의회(LCC), 시애틀 아동병원은 병원 헬기장 사용을 제한하는 조건부 협약을 맺었다. 이 규정에 따라 생명이 위독한 경우가 아니면 의료 헬기는 병원 옥상 헬기장이 아닌 워싱턴대(UW) 인근 그레이브스 필드(Graves Field)에 착륙해야 했다. 이후 환자는 구급차로 약 1마일을 추가 이동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최근 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한 의료헬기 조종사의 소셜미디어 게시글 때문이었다. 자신을 라이프플라이트 조종사라고 밝힌 그는 “최근 50번 이상의 이송 중 병원에 직접 착륙한 것은 단 두 차례뿐이었다”고 주장했다. 게시글은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됐고, “아픈 아이들이 소음 민원 때문에 추가 이송을 해야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비판 여론이 커졌다.
병원 측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시애틀 아동병원은 “중증 환자 치료에서는 매 순간이 중요하다”며 “현재 시스템은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준다”고 밝혔다. 병원에 따르면 현재 헬기 이송은 주당 평균 3회 이하 수준이며, 대부분 중환자실(ICU)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다.
논란이 커지자 라우럴허스트 커뮤니티 협의회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병원과 협의회는 최근 공동성명을 내고 “헬기 착륙 심사위원회(Medical Review Committee)를 종료하는 방향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병원이 앞으로 시애틀시 승인을 받아 모든 의료헬기가 직접 병원에 착륙할 수 있도록 규정 변경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케이티 윌슨 시애틀 시장도 “중증·응급 환아 치료를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이 마련되고 있다”며 공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헬기 소음 문제를 넘어 시애틀의 대표적인 ‘님비(NIMBY·지역이기주의)’ 갈등 사례로도 주목받고 있다. 라우럴허스트는 시애틀 내에서도 부유한 주거지역으로 꼽히는데, 그동안 병원 확장과 직원 주차 문제, 헬기 운항 등을 놓고 병원 측과 갈등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도시 내 대형 의료기관과 주거지역 간 갈등이 어떻게 공공의료 문제로 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 병원 측은 궁극적으로는 기존 협약 자체를 폐지하고 모든 의료헬기가 직접 병원으로 착륙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실제 변경까지는 시의 공식 승인 절차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