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피는 계절
2026-03-19 (목) 08:05:37
윤영순 메리옷츠빌, MD
“봄이 오면 산에들에 진달래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건너마을 젊은 처자 꽃따러 오거던
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가 주”
새벽녘 창 밖에서 자잘대는 청량한 새 소리를 듣노라니 잊었던 봄 노래가 떠오른다. 소싯적 학창시절에 배운 가곡이 지금 생각하면 너무도 때 묻지 않고 천진난만해 꿈속 같은 노랫가락이 아득한 옛 시절로 돌아온 듯 그리워진다.
나날이 달라지는 세상사가 눈만 뜨면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평온했던 도시를 순식간에 쑥대 밭을 만들고, 전문적인 지식이 없이는 이해하기 조차 어려운 사이보그(cyborg)나 AI가 우리들 생활속에 깊숙이 들어와 나날이 발전하고, 유튜브를 통한 사건 사고들은 또 얼마나 극성을 부리는지 하루에도 몇번씩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며칠전 신문에 난 기사를 읽고 깜짝 놀랐다. 이제는 결혼문화조차 속도전이라 연애할 시간마저도 시간낭비라 앱으로 연결하여 만나서 서로 마음이 통하면 결혼이 속전속결로 이루어 진다는 세상이다. 이웃나라 일본 Z세대의 결혼 양상이란다. 앞으로 백년인생이 펼쳐져 있는데 긴 세월을 어찌 살려고 이렇게 아등바등대는지, 아날로그세대의 노파심이 발동한다.
해가 바뀌고 어느새 봄의 전령사 삼월이 찾아오니 내가 매년 다니던 시니어 아카데미가 문을 활짝 열었다. 겨우내 틈틈이 밖의 찬바람대신 집 안에서라도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오늘같은 날을 대비해둔 탓에 무리없이 봄학기 등록을 하고 노래하며 춤추고 그 무엇보다도 각종 교양강좌로 내면의 질을 살찌우며 노년을 즐긴다.
노년이 되면 되도록 밖으로 나가 사람을 만나라는 충고에도 일리가 있다. 이곳 시니어 아카데미에 오면 참으로 다양한 ‘사람의 냄새’를 맡게된다. 그중에서도 향기로움을 풍기는 이들에게는 다정한 함박웃음을, 해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고 매번 눈을 피하는 어른에게는 입가의 작은 미소를, 마지못해 꼿꼿이 인사에 답하는 올곧은 성품의 어른에게는 살포시 눈웃음을 지어본다. 그러나 그들과 함께 점심시간이 되면 둥근 식탁에 둘러앉아 노년의 건강과 취미생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바래고 바랜 세월의 흔적속에 넓은 아량과 배려심이 이들 모두의 몸에 배어 있음을 알게된다.
우리는 모두가 같은 배를 타 고가는 동년배들이 아닌가! 오늘도 멋쟁이 원로들이 어떤 화두로 이야기 보따리들을 풀어 놓을지, 봄기운이 완연한 아침을 열며 집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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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순 메리옷츠빌,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