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정은, 공포의 15일

2026-03-20 (금) 07:2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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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정호 VA, 전 노동당 39호실 고위관리

김정은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2월 28일 미국의 정밀 타격이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했다. 그날 이후 매일같이 평양에는 영상이 도착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군이 이란의 핵시설, 미사일 기지, 공군력, 해군력을 잿더미로 만드는 장면들이다. 2003년 바그다드 함락 이후, 불량국가의 군사 기구가 이토록 철저하고 무자비하게 해체되는 것을 세계가 목격한 적은 없었다.

지난 2주간 김정은의 머릿속을 잠식해온 것이 무엇인지는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다. 하메네이의 차갑고 생기 없는 시신, 한때 자랑하던 미사일 기지가 연기 나는 잔해로 변한 광경, 자국의 억제력이 실제라고 믿었던 신정 정권이 바로 그 믿음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 무너져 내리는 광경. 그리고 불길이 치솟는 것을 지켜보는 김정은의 의식에 깊이 각인된 하나의 메시지, “다음은 너다.” 나는 위기의 순간에 북한 지도부가 세계를 어떻게 읽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다.

이란과 북한은 단순한 이념적 동지가 아니었다. 그들은 전략적 동반자였다. 수십 년간 핵과 미사일 기술을 공유하고, 무기를 이전하며, 국제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네트워크를 공동 운영했다. 나는 이것을 평양 내부에서 직접 목격했다. 무엇보다 두 나라는 이른바 미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공동전선 위에 서 있었다. 하메네이는 핵 능력과 탄도미사일 전력이 미국에 대한 궁극적 보험이라고 믿었다. 그는 그 믿음 위에 억제력의 전체 구조를 세웠다. 그는 틀렸다. 그리고 김정은은 그가 그 대가로 죽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것이 김정은에게 미친 심리적 충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 4일과 5일, 하메네이 사망 후 5일째와 6일째 되는 날, 김정은은 구축함 최현호에서의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직접 참관했다. 이어 화요일, 그는 같은 함정에서 순항미사일 6발을 추가 발사하는 것을 이번에는 화상 연결로 시청했다. 같은 배, 같은 훈련의 강박적 반복은 공포에 사로잡힌 사람의 행동으로 읽힌다. 수요일에는 딸 김주애를 데리고 신형 권총을 생산하는 군수공장을 방문하여 직접 사격장에 나가 방아쇠를 당겼다. 고위 군사 지휘관과 고위 당 간부들이 그의 곁에서 함께 사격했다. 이것은 일상적인 시찰이 아니었다. 자신이 갖지 못한 자신감을 세계와 자국 인민에게 연기하는 불안한 남자의 모습이 역력했다. 그리고 토요일, 하메네이가 쓰러진 지 정확히 15일째 되는 날이 왔다. 김정은은 600mm 방사포 12문이 동해상 364km 거리의 표적을 타격하는 것을 참관했으며, 북한 관영 매체는 명중률 100%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무기를 “공포스러울 정도로 매력적이다"라고 했고, “ㅈ420km 사정거리 안의 적들에게 불안을 야기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 발언은 거의 확실히 전술핵탄두 탑재를 염두에 둔 것이다. 그 사정거리는 서울, 인구 약 2천만의 수도권, 그리고 평택과 오산의 미군 기지를 포함한다.

토요일 김정은이 한 말을 다시 들어보라. 그는 “북한의 ‘방어적 억제력’이 외국의 침략을 막지 못할 경우, 즉각 대규모 파괴적 공격 무기로 전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것은 전략적 위협처럼 들린다. 사실은 그의 악몽의 고백이다. 이란에서 방금 목격한 것의 맥락에서 들으면, 그것은 경고라기보다 비명에 가깝다.

핵 억제력은 상대방이 당신이 실제로 사용할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을 때만 작동한다. 하메네이는 무기 개발에 집착했고, 그의 재래식 군사력과 미사일 전력은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북한의 몇 배에 달했다. 충분하지 않았다. 김정은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하메네이처럼 사용할 기회도 갖기 전에 제거된다면 끝이다. 그리고 결정권자가 죽은 후, 누가 그의 이름으로 핵 버튼을 누르겠는가?

북한은 한 사람을 중심으로 구축된 기괴할 정도로 기형적인 의사결정 체계다. 다른 누구도 그를 대신할 수 없다. 이 논리에서 빠져나갈 출구는 없다. 김정은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아무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북한 체제의 구조적 취약점이다.

김정은은 이란의 실패가 핵 프로그램을 재고하라는 신호가 아니라, 더 가속해야 한다는 증거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계산법에서 유일한 생존의 길은 더 많은 핵 능력을, 더 빠르게,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확보하는 것이다. 그 결론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그것은 함정이다. 그를 표적으로 만드는 함정이다. 이란 지도부가 방금 입증했듯이, 그 논리는 재앙으로 끝난다.

전술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600mm 방사포는-김정은 자신이 말했듯이-공포스러울 만큼 강력한 무기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오늘날 북한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그 무기가 아니다. 그것의 발사를 명령한 남자를 사로잡은 공포다. 그 공포가 그를 돌이킬 수 없는 결정으로 몰아가기 전에, 워싱턴과 서울, 도쿄는 해답을 찾아야 한다. 그것도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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