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관세 치트키 잃은 트럼프… ‘베이징 담판’ 주도권 중으로 기운다

2026-02-23 (월) 12:00:00 서울경제=정다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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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회담 한달 앞… 지렛대 흔들
▶ 상호관세 무효화에 협상력 약화
▶ 희토류·대두 카드 손에 쥔 중국

▶ 반도체·대만 양보 요구할 수도
▶ EU는 긴급회의서 협정 재검토
▶ 캐나다는 환호, 멕시코는 신중

미국 연방대법원의 20일(현지 시간) 상호관세 위법 판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공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다음 달 31일부터 사흘간 예정된 정상회담을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에 가장 강력한 대중 압박 수단이었던 상호관세가 무효화되면서 협상 주도권이 중국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설 자리가 좁아진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중국이 반도체 수출 규제 완화나 대만 무기 판매 중단 등 추가 양보를 압박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22일 외신을 종합하면 이번 판결로 인해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했던 20% 관세(상호관세 10%, 펜타닐 관세 10%)가 무효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판결 직후 전 세계를 상대로 15% 관세 부과를 선언했지만 중국에 매긴 기존 20%보다 낮다. 특히 한때 최대 125%의 추가 관세로 압박 수위를 높였던 조치들도 모두 국가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했던 만큼 앞으로는 활용할 수 없게 됐다. 미국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실효 관세율이 기존의 3분의 2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압박 전략이 발목을 잡혔다고 입을 모은다. 스콧 케네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고문은 “트럼프는 이미 무역 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상태였다”며 “이번 관세 철회는 그들(중국)의 눈에 비춰진 (트럼프 대통령의) 약점을 확고히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의 한 정치학자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트럼프는 중국 방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허를 찔렸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이 원했던 대두 구매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부산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펜타닐 관세를 20%에서 10%로 낮춘 대가로 미국산 대두 구매를 재개하겠다고 약속했고 이후 1200만 톤을 사들이며 약속을 일부 이행했다.

그러나 관세 자체가 원천 무효화된 데다 미국산보다 싼 브라질산 대두가 3월부터 본격 수확에 들어간 만큼 중국 입장에서는 약속을 지킬 이유가 없어졌다. 미국 중서부 대두 농가는 공화당의 핵심 지지층이기 때문에 중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

희토류와 대두 카드를 양손에 쥔 중국이 미국에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도체 등 첨단기술 수출규제 완화는 물론 지난해 10월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던 대만 문제를 다시 전면에 내세울 수 있다.

이달 초 양국 정상 통화에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에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며 미국을 강하게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대만 문제가 논의됐다고 이례적으로 공개 인정하며 협상 여지를 내비친 데 이어 최근에 실제로 무기 판매를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관세 판결 이후 전 세계 각국은 일단 관망 모드에 돌입했다. 상호관세는 무효화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15% 글로벌 관세를 선포하면서 후속 영향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유럽연합(EU)은 23일 긴급회의를 열어 미국과의 무역 협정 재검토에 나설 예정이다.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따라 상호관세는 면제받아 왔지만 펜타닐 관세를 부과받았던 캐나다와 멕시코는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렸다.

미국과 강대강으로 대치해 오던 캐나다는 35%의 펜타닐 관세가 이번 판결로 면제되자 “관세가 정당하지 않다는 캐나다 정부의 입장을 뒷받침한다”며 환호했으나 멕시코 측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경제=정다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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