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신의 직업이 십년 고개를 몇 번 넘으면 도사가 되듯이 나도 직업병의 하나로 사람의 움직임을 보면 그 사람의 근육의 나이테를 본다는 것이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나 마치 …
[2022-01-27]긴 가뭄 끝에 단비가 내렸다. 청조해진 대기에 깊은 우디 향이 배인 겨울, 큰 바다에서 불어온 안개가 마을을 점령하더니 베란다 창 앞까지 다가와 지그시 나를 바라다본다. 어둠이 …
[2022-01-26]20여년 전에 인사동 지하상가를 지나다 우연히 한지등에 홀려 기웃거리며 망설이고 있는데 주인인 듯한 여자가 “구경하고 가세요”라고 말을 건넸다. 그래서 나는 용기를 내어 “따스해…
[2022-01-25]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의 식사와 현대적인 여자 학교에서의 식사 경험을 비교하여 서술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울프는 오찬 전에 유서 깊은 케임브리지 …
[2022-01-24]짜장면 먹으러 갔다가 부모님 연세와 비슷한 어르신을 뵙게 되었다. 부모님 생각이 나, 얼른 식사비를 내드렸다. 그리고는 몇 자리 비켜 앉았지만, 어르신 드시는 모습에 자꾸 눈이 …
[2022-01-21]어느 날 우연히 어느 음악영상을 보게 되었다.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로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싸이라는 가수가 아이유라는 여가수와 부른 듀엣곡인 ‘어땠을까’ 라는 노래였다…
[2022-01-20]학교가 문을 닫아 집에 갇혀 있는 두 꼬맹이들을 챙기며 집 식탁 한켠 컴퓨터 앞에 앉아 사무 일을 보는 저에게 이곳 저곳에서 앞으로 있을 행사들이 취소가 됐음을 알리는 이메일들이…
[2022-01-19]초등학교 시절, 4학년에 올라가면서 반장과 부반장을 새로 뽑게 되었다. 반장 후보 선두주자로는 선생님도 놀라워할 정도로 똑똑했던 동호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한편 일찌감치 선거 운…
[2022-01-17]얼마 전, 운동 삼아 늘 나가는 길에 하얀색 나무 의자 하나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누가 앉아 있나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그냥 앉아 있기에는 안전한 장소가 아니다. 돌 쌓은 곳을…
[2022-01-14]9년 전 어느 날 큰 딸아이가 아주 귀여운 8주된 강아지를 집에 데리고 왔다. 예전부터 강아지를 기르자고 애들이 여러 차례 내게 말했었다. 그러나 나는 애들 셋 기르는 것만으로도…
[2022-01-13]아이는 아프면서 큰다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의 말씀처럼 크리스마스 기간 내내 크게 감기로 앓았던 세살 먹은 막둥이가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항상 올망졸망한 아이의 손과 발이 안…
[2022-01-12]어머니가 인맥을 총동원한다는 식재료가 두 가지 있다. 그것은 참기름과 고춧가루이다. 나는 복이 많아 브랜드가 적힌 고춧가루를 아직 사본 적이 없다. 사실 복이라기보다는 일가친척이…
[2022-01-11]홍콩에 살 때, 한국학교 교사를 했다. 홍콩은 한국 상사나 은행 주재원들이 많았는데, 대부분 몇 년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어서인지, 자녀들의 한국학교 출석률도 높고 학…
[2022-01-10]명절이 되면 떠오르는 어릴 적 추억들이 있다. 많은 일 가운데서도 나이 들어 생각나는 것은 모두 음식에 관련된 기억들이다. 방앗간에서 막 갖고 온,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가래떡…
[2022-01-07]어느 방송의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하는 걸 보게 되었다. “당신에게 주어졌던 인생의 순간 중 신의 한 수는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 사람의 대답은 자기가 선택했던 직업, 그…
[2022-01-06]“카톡” 소리에 시계를 보니 오후 세시, 어김없이 본인이 묵상한 성경 구절과 내용을 저와 다른 두 친구들에게 날려주는 화정이의 카톡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비록 짧은 메시지였지만…
[2022-01-05]내가 어릴 적 우리집이 늘 깨끗하고 잘 정돈된 집은 아니었다. 부모님은 두 분 다 일을 하셨고 식구도 많았다. 여기저기 널려 있는 것도 많았고 아무튼 인테리어 잘된 집하고는 거리…
[2022-01-04]손녀가 프리스쿨 다닐 때의 이야기다. 그 학교에서는 나비가 고치에서 나오는 것을 보여주며 자연공부를 시켰다. 나뭇가지에 붙어 있는 고치들을 어린아이들과 함께 매일 들여다보며 이제…
[2022-01-03]흐린 날씨지만, 자전거를 끌고 나간다. 중간에 비를 만나더라도 맞을 각오를 하고 채비를 한다. 강물이 얼마나 불어났는지, 비가 온 후의 산천초목은 어떤 색깔인지, 쓰러진 나무는 …
[2021-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