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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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고맙다 친구들

2022-01-05 (수) 김정원 (구세군 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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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소리에 시계를 보니 오후 세시, 어김없이 본인이 묵상한 성경 구절과 내용을 저와 다른 두 친구들에게 날려주는 화정이의 카톡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비록 짧은 메시지였지만 그 누구의 것이 아닌 본인의 묵상 노트를 저와 다른 친구들에게 공유해 주는 그 친구의 진심과 열정에 초반에는 감동하였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일년이 지나고 새해를 준비하며 뒤를 돌아보니 한국에서 매일 날라오는 한 친구의 그 짧은 카톡 메시지가, 또 그룹 채팅방에서 나누었던 다른 두 친구들과의 진솔한 대화가 참 나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지난 일년, 이민 온 지 비록 십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긴장하며 매순간 배우는 자세로 임해야만 하는 환경에 사는 것이 지치고 그런 제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이민 1세들이 겪었을 시간을 저도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지친 오후 사무실에서 또는 현장에서 받는 친구로부터 온 한 통의 카톡 메시지는 제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어쩌면 이방인처럼 외롭게 느껴지는 그때 제 사무실에 울리는 ‘카톡’ 소리가 마치 저의 오래된 친구들이 저를 부르는 소리처럼 들려졌는지 모릅니다. 그리고는 누구보다도 나를 잘 아는 세 친구들의 이름만으로 채워지는 무엇인가가 축 처진 저의 어깨를 펴고 다시 밖으로 나가게 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때로 우리는 안부 문자를 보내는 것이 그 사람의 일을 방해 할 수도 있겠다, 또 바쁠텐데 다음에 연락하자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그때가 그사람에게 우리가 필요한 때일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특별히 지난 2년의 코로나와 함께 보낸 시간 속에서, 우리는 혼자 있을 때보다 누군가와 더불어 함께 살아갈 때 존재의 가치가 빛을 내며 행복할 수 있는 사회적 동물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어느덧 한해의 끝자락을 붙잡고 서 있는 저에게 창문 너머로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신나게 노는 저희 두 꼬맹이들의 웃음소리가 선물처럼 제 마음에 안깁니다. 너무 행복해 보이는 저 아이들을 바라보며 다가올 새해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더 자주 안부를 묻는 제가 되기로 다짐을 해 봅니다. 그리고 지난 한해 함께 해준 제 친구들 경애, 윤정이, 화정이에게 고마움의 메시지를 카톡으로 보내 봅니다.

<김정원 (구세군 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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