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여성의창] 닥종이 인형

2022-01-25 (화) 이은경(산타크루즈 코리안 아트 갤러리 관장)
크게 작게
20여년 전에 인사동 지하상가를 지나다 우연히 한지등에 홀려 기웃거리며 망설이고 있는데 주인인 듯한 여자가 “구경하고 가세요”라고 말을 건넸다. 그래서 나는 용기를 내어 “따스해 보이고 정말 예쁜데, 이것을 지금 배울 수 있나요” 물었더니 “그럼요. 어서 들어오세요”라고 반겼다. 그렇게 나는 처음 한지등을 만들며 한지공예에 빠지게 되었다.

운용지라고 하는 얇은 한지를 접어서 손으로 길게 찢은 후 그 한지에 물을 뿌리고 그 위에 밀가루 풀을 발라 한 장 한 장 작은 풍선에 몇 겹을 고루고루 바른 후 잘 말려 바늘로 풍선을 터뜨리면 예쁜 등이 완성된다.

이렇게 한지등을 만들면서 잊고 있었던 내 꿈을 다시 찾았다. 그후 친정집 근처 백화점 문화센터의 닥종이 인형 강좌를 찾아갔다. 한국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닥종이 작가분이 가르치는 강좌였다. 그 작가 선생님은 나를 반갑게 맞아 주셨고 6명 학생들이 닥종이 인형을 열심히 만드는 것을 참관하도록 배려해주었다. 6개월 이상 닥종이 인형을 만들어온 학생들이 숙련된 손놀림으로 각자 특별한 닥종이 인형을 탄생시키는 모습이 부러웠다. 배우고 싶다는 내 말에 선생님은 배우겠다고 지방에서도 오지만 결국 포기한다며 시간과 끈기가 많이 필요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고 아이들이 독립을 하고 부모님도 세상을 떠나셨다. 힐링이 필요한 시간에 또 닥종이 인형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 전주의 한 닥종이 연구소를 찾았다. 전주 연구소로 달려가 4개월 과정의 닥종이 인형 과정을 2주동안 매일매일 배웠다. 허리와 엉덩이가 뻐근해질 만큼 70여시간을 닥종이 인형 제작에 몰두했더니 한쌍의 나만의 닥종이 인형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첫 작품 이름을 “우리”라고 정했다. 나와 남편의 한복 차림 모습이었다. 한지를 찢어 한 장 한 장 풀을 붙이며 사랑과 행복, 희망을 담은 나의 닥종이 인형이 지금도 나의 앞길을 비춰주는 듯하다.

==

이화여대와 일본 츠쿠바대학(석사학위 취득)을 졸업한 이은경씨는 현재 산타크루즈 코리안 아트 갤러리 관장으로 산타크루즈 시와 주립대 한미학생회 대상으로 한국문화 무료 체험 홍보 사업을 하고 있으며 닥종이 인형 및 한지 공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이은경(산타크루즈 코리안 아트 갤러리 관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