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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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전쟁같은 하루

2022-01-12 (수) 김정원 (구세군 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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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아프면서 큰다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의 말씀처럼 크리스마스 기간 내내 크게 감기로 앓았던 세살 먹은 막둥이가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항상 올망졸망한 아이의 손과 발이 안쓰러워 한번 더 안아주곤 했는데 이제는 목 하나가 늘어난 것처럼 키가 쑥 크고 몸도 꽤 단단해져서 업거나 번쩍 아이를 들어 안아주는 것은 이번 새해부터 해 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아이는 팔팔하게 누나들과 집을 휘저으며 뛰어노는데 저희 집에 또 한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니 올해 마흔이 된 저희 남편입니다. 연휴 동안 하루 시간을 내 불우한 이웃의 이삿짐을 옮기는 것을 도와줬는데 비를 맞아서 그런지 언제부턴가 콧물을 훌쩍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잠긴 목으로 약을 찾아 집 이곳저곳을 뒤지며 저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한 이주간 막둥이 병간호로 진을 뺀 저로서는 남편의 칭얼거림에 짜증이 확 났습니다. 증상을 보니 코로나인지 가벼운 감기인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수일안에 사무실에 출근은 해야 되고 큰아이도 곧 학교 개학이 시작되는데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당장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겠다고 여겨 핸드폰을 들고 분주히 검사 장소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월그린이나 CVS에서도 예약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안되겠어서 walk in urgent care에 연락을 해보니 단번에 하는 소리가 코로나 검사는 자기네가 해 줄 수 없다라는 것입니다. 남편도 급한지 아픈 몸으로 이곳저곳 수소문해 간신히 산마테오 카운티에 있는 한 코로나 검사소에 예약을 해 놓았긴 했는데 한 일주일 후에나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저는 순간 ‘최근에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렸구나, 이 새로운 바이러스가 많이 퍼져 내 코앞까지 왔구나’ 라는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침부터 저와 제 남편은 다른 동료 사관님들의 코로나 감염소식을 듣고 있던 터였습니다.

남편의 코로나 검사를 위해 아무것도 못하고 일주일을 기다리기에는 아이의 개학도 있고 해서 집 근처 월그린에서 코로나 자가 테스트기를 사러 가보았습니다. 그런데 벌써 이주전에 동이 나고 매대가 텅 비어 있었습니다. 감사하게도 해 저물때쯤 아이 학교에서 제공하는 코로나 테스트기를 구해 남편을 두려움에서 구해 낼 수 있었지만 제게 그 하루가 전쟁 같았습니다. 아! 새해에도 이 코로나와의 싸움은 끝나지 않는 듯하니 다들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습니다.

<김정원 (구세군 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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