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가 프리스쿨 다닐 때의 이야기다. 그 학교에서는 나비가 고치에서 나오는 것을 보여주며 자연공부를 시켰다. 나뭇가지에 붙어 있는 고치들을 어린아이들과 함께 매일 들여다보며 이제나 저제나 하던 차에, 어느 날 드디어 꽤 긴 시간이 걸려 고치의 등을 가르고 나비가 나오더니, 한동안을 더 기다리며 날개를 말린 뒤 날아갔다. 상자에 넣어 기르는 지렁이도 있는데, 어두운 곳에 두고 가끔씩 꺼내 바나나 껍질을 먹이로 주고, 원하는 아이는 손으로 만져볼 수도 있었다.
이렇게 자연과 친하게, 또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걸 배우면서 자라서일까? 우리 손녀들은 거미 한 마리도 죽이지 않으려 한다. 혹 집안에 있는 것을 보면, 봉투 같은데 넣어 밖에 내다버린다. ‘여기서 잘 살아라’ 하면서.
우리 어렸을 때는 여름 방학만 하면 산으로 들로 곤충 채집을 나갔다. 나비며 잠자리, 메뚜기, 풍뎅이 등을 닥치는 대로 매미채로 잡아서는, 와이셔츠 상자에 핀으로 꽂아 방학숙제로 내곤 했다. 그때 얼마나 많은 곤충들이 사라졌을까? 그 귀한 자연의 생명들을 아무 생각도 없이 마구 없애 버렸다는 게 지금 생각하면 참 어처구니가 없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미국에서도 나비나 잠자리 보기가 쉽지 않다.
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소중히 보존해야 된다고 다들 얘기한다. 보통은 그저 쓰레기 아무데나 안 버리고, 집에서 리사이클링만 잘 해도, 내 몫은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이 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잘 지켜서 좀더 나은 세상으로 물려주려면, 보다 적극적인 인식을 가지고 우리의 삶과 주위를 둘러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최근에 ‘Black Friday’ 개념과는 정반대로 ‘Buy Nothing’, 즉 ‘아무것도 사지 않기 운동’이 있다고 들었다. ‘아나바다’ -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운동 - 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생각인 것 같다.
얼마 전에는 한 젊은 엄마가 어린 딸과 함께 쓰레기 봉투를 들고 동네를 돌며 집게로 쓰레기를 주워 담는 걸 보았다. 이런 작은 주변의 일부터 시작해서, 음식 절대로 안 남기기, 장바구니 꼭 가지고 다니기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고, 될 수만 있으면 아무것도 사지 않는 ‘지구 지킴이’, 우선 나부터 앞장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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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전 살렘 한국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