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족과 나의‘거리두기’

2025-01-28 (화) 07:57:25 현수정 S_PACE counseling center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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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연시. 떨어져 있던 부모님과 자식들이 조금 더 자주 만나고 시간을 보내게 되는 시기인 것 같다. 일단 만나면 반가운데 오래 함께 있다보면 불편한 마음들이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제일 편해야 하는데 미워지면 남보다 더 미워지면서 ‘가족상담’이 무엇인지 묻는 분들이 계신다.

많은 정보와 교육의 효과로 가족들간의 ‘거리두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듣고는 있으나 그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서로 너무 밀착되어 내가 누구인지 없어져버리면 안되고 또 너무 멀어져 남이 되어버리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민 1세대로서 부모님이 계신 한국을 때때로 방문한다. 처음의 좋기만 한 단순한 설레임과는 다르게 방문 후에는 다소 어려운 감정들이 생긴다. 가족상담을 공부했다는 사람도 막상 자신의 원가족을 만나면 그동안 배우고 알게 된 것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 든다. 80대 노부모는 딸을 만나자마자 40대가 되고 50이 넘은 딸은 10대로의 퇴행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가족이란 특별한 공동체로서 그들과 함께 공유했던 시간들과 기억, 감정들이 통째로 재경험되어져서 어느정도 성숙한 어른이 되었다고 믿다가도 원가족을 만나면 과거로의 회귀가 일어난다. 자동적으로 어린 시절로의 정서적 퇴행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것은 대부분 상처와 연결되어 있고 우리의 뇌는 생존을 위해 행복했던 순간들보다 상처를 더 오래 기억하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것들을 간직한 채 가족들과의 거리 조절은 어렵다. 진정한 거리두기는 나의 과거, 어린 나와의 거리두기가 먼저 되어야 한다. 내가 상처입은 그당시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상처받은 내 어린 자아와 거리두기를 할 수 있다면, 현재에 머무를 수 있고 가족들로부터의 상처가 견딜만 해진다. 내 마음속의 나와 내 가족을 다루는 것이 가족상담의 시작이다.
(703)277-9515

<현수정 S_PACE counseling center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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