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한창이다. 음력이 병기된 한국식 달력은 이번 주부터 여름의 가장 더운 기간인 이른바 ‘삼복’의 첫 번째 초복이 시작됨을 알려준다. ‘복’이라는 말은 굽히거나 엎드린다는 뜻으로, 원래 하지절을 지내면서 차분히 가을 기운이 일어나기 시작하지만, 아직도 강한 더위의 기세에 억눌려 찬 기운이 가라앉는 상태를 가리키는데, 무더위가 치성한 날을 지칭한다. 지금 대서절 즈음이니, 앞으로 처서절까지 한 달가량 지나야만 마침내 더위를 넘기고 제대로 된 가을맞이가 가능할 줄 안다.
요즈음 한낮에는 에어컨이 되는 실내 또는 숲속이나 물가의 그늘에 머물러야 견딜 수 있을 만큼 더위가 심하게 느껴진다. 이때에는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짐이 건강에 좋고 일의 능률도 오를 줄 안다. 이 무렵은 대체로 아침과 저녁 시간에 신체적 활동을 함이 좋을 것 같다. 어디에서건 각자 주어진 상황에 따라 이 시절에 맞추어 심신 건강을 잘 꾸려나가야 할 터.
지난 주초에 프랑스 파리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려, 한반도 남쪽의 울산 반구천 암각화와 북쪽의 강원 고성 일대 금강산이 세계문화 및 자연 유산으로 결정되고 목록에 등재되었다는 소식이 보도되었다. 반구천 암각화는 선사시대부터 약 6000여 년에 걸친 고대 생활 상황과 기술의 표현을 보이는데, 이를테면 고래사냥 같은 정황을 보여주는 희귀한 역사 문화적 자료이다.
금강산은 한민족이 자랑하는 세계적 명산으로서 자연의 보배다. 계절마다 빼어난 아름다움에 따라, 봄에는 금강산, 여름에는 봉래산, 가을에는 풍악산, 겨울에는 개골산이라 불려왔다. 그곳은 국내 인사들의 최고 관광지였음은 물론, 해외에서도 선망하였으니, 이를테면, 중국 송대의 유명한 문인 소동파도 고려 나라에 태어나 금강산을 가보고 싶다는 시(願生高麗國一見金剛山)를 지었다고 전하니, 이미 중국 등 국제적으로 동경의 대상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유네스코 유산위원회는 그 결정에서 단순히 경관뿐만 아니라, 그곳에 연관되고 잠재된 문화적 가치도 중시하고 평가하는데, 금강산이 사찰유적 등 불교문화와 수행도량으로서 유서가 깊고, 누구라도 그곳에서 예술적 영감과 성숙 및 치유의 인연을 가짐을 공증한 줄 안다. 그러한 세계적 명산을 필자도 20여 년 전 몇 번 다녀올 수 있었음은 매우 다행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21세기 초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당시 남북관계가 평화롭고 좋았던 시절로 추억된다.
금강산은 백두대간 태백산맥의 북부에 자리하며, 그 주맥을 중심으로 서쪽을 내금강, 동쪽을 외금강, 외금강에서 바다와 연계된 지역을 해금강으로 부르는데, 각각의 특성과 장점이 있고 모두 아름답기 그지없다. 불교인들은 금강이라는 이름을 산스크리트 바즈라(Vajra) 즉, 금강석 및 번개를 가리키는 말의 뜻으로도 이해하는데, 법기보살이 그 산에 머무르며 항상 설법하여 중생을 깨우치고 제도하는 도량으로 상상된다. 이른바, “일만이천봉 팔만구암자”라는 구절처럼, 금강산의 수많은 봉우리와 계곡에 수많은 절이 있었음을 전하며 유점사, 장안사, 표훈사, 신계사 등 대찰들이 자리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가 다녀올 당시에는 내금강 지역이 아직 개방되지 않았었기로 외금강과 해금강만 관람할 수 있었는데, 온정각에서 온천을 할 수도 있었다. 첫 번째는 신계사 복원공사 기공식, 이후 봉불식과 준공식 행사에 동참하였고, 나중에는 6.15선언 관련 행사 때로 추억된다. 아무튼, 금강산은 영어로 ‘다이아몬드 마운틴’으로도 불리듯이 인류 모두가 함께 누려야 할 보배로운 유산이니, 그곳에 누구나 자유롭게 이르는 길이 열리도록 모두의 지혜와 힘을 모아나가야 하리라.
지난주 파리에서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내년 회의 개최장소를 부산으로 결정했다고 보도됐다. 올해는 한국의 석굴암과 불국사 및 종묘 등이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처음 등재 30주년이 되는 해인데, 내년 7월 이맘때 한국에서 역시 처음 이 큰 국제대회를 열게 되었음도 주목된다. 근래 한류가 지구촌에 널리 흐르고 있는데, 한국의 위상과 저력이 새삼 확인되는 계기로 볼 수 있다.
차제에 한반도 남북통일의 길이 열려 금강산 방문을 포함하여 부산에서 런던까지 유라시아대륙횡단 철도여행을 즐길 수 있기를 상상하고 기대해 본다. 인류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문명과 문화 창조의 원력 성취하는데 우리 모두 동참하고 솔선수범하기를 빌어본다, 홍익인간 이화세계 정신으로.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이 무렵 봉래산 보덕암에 안거하며 만폭동에서 거닐고 피서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