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별이 빛나는 여름

2025-07-25 (금) 07: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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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유니 포토맥 문학회, VA

올 여름은 유난히도 무덥고 무거운 느낌이다. 실수로 차를 뒤로 빼다 뒷부분에 구멍이 뚫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큰 돈이 나가는 일이 발생했다. 자동차 바퀴를 바꿀 때가 되었다고 이웃이 알려주는 친절이 고마우면서도 달갑지가 않다. 그러나 어쩌랴 터지기 전에 바꿔야지 하면서 바퀴 4개를 교체했다.

다음은 기다리기라도 한 듯 워시어 드라이어까지 말썽이다. 마침 독립기념일 세일이라 덜 억울하게 구입을 했다. 속담에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 라는 말이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화장실 마다 졸졸 소리 내며 물이 샌다. 자신 있다고 큰 소리 치는 기술자(?)를 지인의 소개로 불렀다.

그러나 여전히 ‘졸졸졸' 소리를 내며 소용없이 돈만 썼다.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이 작동한 것이다. 머피의 법칙이란 일이 풀리지 않고 자꾸 꼬이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말한다.


게다가 두 조카의 아들 두 녀석의 대학 졸업을 축하하는 가족 파티에 그냥 갈 수는 없지 않은가. 또 7월은 두 손녀와 며느리의 생일이 들어있는 달이다. 모든 것이 한달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한꺼번에 일이 터진 것이다. 그러니 통장 점검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은행 잔고를 알아 보려니 비밀번호가 틀렸단다. 소문자 대문자 다 눌러봐도 빨간 글씨만 나온다.

저 살기에도 바쁜 딸에게 눈치 보며 묻는다. 아무리 적어놓고 기억하려 해도 그 때뿐,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배우는 것에 이렇게 인색한지 그저 디지털 시대를 탓하며 아날로그가 좋다고 투정 아닌 투정을 한다.

60여 년 전 여름에는 우이동 개천가에 만들어 놓은 수영장에서 물 만난 고기마냥 발장구 치던 그 때를 상상하며 못 배움을 합리화 시킨다.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은 그저 그런 날 계획에도 없던 낭보가 날라왔다. 집을 비워 준다는 것이 아무나 할 수 없는데 천사 같은 비치하우스 안 주인의 놀다가라는 배려가 그 동안의 무거움을 싹 날려보낸다.

각자 수영복과 먹을 것을 챙겨 두 시간 남짓 달려간 삼면이 해변인 비치하우스는 어느 유명한 관광지에 비할 바가 아닌 너무나 아름다운 곳에 짐을 풀었다. 저녁에 지는 해는 붙잡아 두고 싶을 만큼 아름다웠지만 사진 몇 장 찍는 사이에 홀랑 숨어버렸다. 짧은 일몰의 광경이었다.

특별한 날이나 볼 수 있을거라 생각한 불꽃놀이는 멀리 혹은 가까이에서 30여분간 펑펑 터트려 보는 사람들의 환호성을 자아낸다.

아침 일찍 솟아오르는 태양은 수면에 비춘 모습이 굵은 줄기의 해바라기를 연상시킨다. 조금 지나 한 무리의 고래가 줄을 지어 넘실거린다. 평화롭고 자유로운 해변가 바위틈에 끼어있는 녹슨 낚싯대를 꺼내어 고기 잡는 흉내도 사진에 담고 ‘나 잡아 봐라’도 하는 게임도 해보았다. 잠재 되어 있던 내적 흥을 맘껏 발산하며 무덥고 무거웠던 여름을, 어둠이 있어야 별이 빛나는 여름으로 바꾸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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