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몸은 기본적으로 지금 내 상태가 어떤지 판별하고, 어떻게 해야 더 좋아질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기능이 내재되어 있다. 마치 체력이 떨어지면 배가 고파지는 것처럼, 우리 몸에는 어떤 특정한 기운이 모자랄 때 그 모자란 기운을 특별하게 보충해 줄 수 있는 음식에 대한 식욕이 자연스레 동하는 것이다.
산모가 원하는 음식이 바로 태중의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음식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기름진 고기나, 매콤한 찌개처럼 특정한 맛에 식욕이 동할 때가 있는 것이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임신했을 때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뱃속의 태아를 위해 이러한 자연적인 본능이 훨씬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태중의 아이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그 신체를 형성하기 위해 특정 영양소가 특별히 많이 필요해지는 시기가 오면 산모는 그 특정한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 있는 음식에 대한 식욕이 동한다고 한다. 즉 산모가 입덧을 하는 중엔 입맛이 동하는 대로 충분히 먹어주는 것이 태아와 산모의 건강에 더 유익하다는 이야기이다.
음식의 맛은, 그 음식의 성질을 알려주는 가장 확실한 지표
그렇다면 임산부가 아닌 일반인들의 경우는 어떨까? 몸에 좋은 것은 입에 쓰다는 말이 있는데, 우리는 건강을 위해 건강에 좋을 법한 맛없는 음식들을 챙겨먹어야 할까? 아니면 임산부처럼 입맛이 가는 대로 먹어도 될까? 한의학적 관점에서는 몇 가지 조건만 맞출 수 있다면 먹고 싶은 음식만 골라 먹는 것이 오히려 더 건강에 유익하다고 본다.
한의학에서는 자연과 우리 몸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류의 기운을 각 특성에 따라 다섯가지로 나누어 오행이라는 이름으로 분류한다. 이 오행이 자연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표출되며 특히 특정한 음식의 맛으로 나타날 때는 이를 오미(五味)라 한다. 그래서 어떤 음식이 특정한 맛을 더 강하게 품고 있다면 이는 그에 해당하는 오행의 성질을 그 음식이 더 많이 품고 있음을 의미한다.
편식으로 오히려 건강해질 수 있는 이유
그러므로 어느 날 갑작스레 특정한 맛이 나는 음식에 대한 욕구가 생긴다면, 이는 우리의 몸이 해당기운의 부족함을 인식하고 우리의 뇌에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즉, 입맛이란 기본적으로 우리 몸에 부족해진 오행의 기운을 알려주는 체내의 알람 시스템이기에,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의 종류를 일일이 분석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입맛대로 섭취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직관적인 방법으로 우리 몸이 느끼는 부족함을 보충할 수 있는 방편이 된다.
과식, 지나친 양념을 사용하는 식습관은 우리 몸의 알람 시스템을 망가뜨린다
물론 과유불급이라 하여,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특정 음식을 지나치게 섭취한다면 이것이 병의 원인이 된다. 하지만 평소에는 잘 찾지 않던 특정한 입맛에 대한 욕구가 갑자기 생긴다면 이는 어쩌면 우리 몸에서 보내는 ‘특정한 영양소와 기운의 충전을 위한 필요성’에 대한 신호라 볼 수 있다. 문제는 한국인의 요리문화가 보통 재료 자체의 맛 보다는 갖은 양념의 맛을 즐기는 식으로 발전되어 왔기에 우리가 땡기는 입맛이 ‘음식의 재료가 가진 기운’ 그 자체보다 ‘특정 양념이 주는 자극성’에 대한 끌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선은 최대한 인공적인 양념이 배제되어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식으로 조리된 음식을 즐기는 식 습관으로 먼저 바꾸고 나서, ‘입맛대로 먹는’ 습관을 가진다면 더욱 더 좋을 것이다. 문의 (703)942-8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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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윤 / 예담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