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한민국 21세기 한글과 IT… 최상의 결합

2020-10-0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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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퓰리처상 수상자 강형원 기자의 한민족의 찬란한 문화유산 (11) 한글

대한민국 21세기 한글과 IT… 최상의 결합

한국어 연구 전문가 중앙대 이찬규 교수는 세종대옹이 한글을 창시할 때만 해도 명나라와 소통을 위해서 우리 언어에 성조 표기를 했지만, 원래 우리 무성음 언어에 없는 성조는 한국어에 정착하지 못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21세기 한글과 IT… 최상의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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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21세기 한글과 IT… 최상의 결합

1527년에 최세진이 편찬한 한글 교육서 훈몽자회(訓豪字會)가 나오면서부터 우리 민족이 한글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한글이 정착됐다. 그 당시만 해도 명나라 한자 발음을 이해하기 위한 성조 표기가 명시돼 있다.

대한민국 21세기 한글과 IT… 최상의 결합

1994년 마지막 발행된 우리말 큰사전은 총 5,496쪽의 방대한 사전으로 이름과 지명을 뺀 순수 우리말 45만 단어를 수록하고 있다. 더 이상 편찬하지 않는 종이책 사전 대신 현재는 온라인 사전에 110만 이상의 단어가 수록되어 있다.

대한민국 21세기 한글과 IT… 최상의 결합

우리말 큰사전의 ‘거시기’ 항목 설명. 우리 문화같이 서로를 잘 알고 또 아는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사회에서 맥락 또는 상황을 중요하게 여겨 상대방의 뜻을 미루어 짐작하고 이해하는 환경에서 ‘거시기’라고 표현하면 거의 모든 상황에서 서로의 뜻을 이해하고 소통을 한다.

대한민국 21세기 한글과 IT… 최상의 결합

한밤중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장에서 엎드려 기도하는 회교 신도들. 대한민국에는 비영어권 외국인이 늘고 있다. 그들은 한글을 쉽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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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중에도 한국에 입국해서 천안 보건소에서 코로나19 검사 받는 러시아 여인. 대한민국에는 영어를 모르는 비영어권 외국인들이 모여들고 있다.

대한민국 21세기 한글과 IT… 최상의 결합

출입국 외국인정책을 집행하는 법무부 산하 특별행정기관 대구출입국 외국인사무소 앞에 모인 외국인들.


대한민국에는 영어를 모르는 비영어권 외국인들이 모여들고 있다. 중앙대학교 한국어 연구 전문가 이찬규 교수는 “외국인들이 한글로 소통 능력을 배우는 과정에서 보통 3년이면 한글과 문자쓰임으로 소통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21세기 IT 시대에서는 휴대폰과 문자 교환이 사람들 간에 주된 소통 방법이다. 지금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은 과학적이고 쉽게 배울 수 있는 한글과 컴퓨터 시대에 맞는 한글문자 교환 소통 방식으로 언어 문제를 해결하며 한국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우리 한국어는 음성학적으로 무성음 언어다. 무성음은 자연음과 가장 가까운 소리이기에, 한국어는 동아시아 주변 국가들과 같이 뿌리가 같은 한자음 단어를 쓰면서도 타문화에서는 발음하기 힘든 언어로 진화되는 과정에서 우리만의 독특한 언어와 한국식 한자, 또는 고유한자 같은 우리만의 한자 단어를 만들어오며 우리말을 완성해 왔다.


현재 한국어는 한자어+고유한자가 55%, 고유어 40%, 그리고 나머지 외래어로 단어수가 구성되어 있는데, 인류 언어 중 가장 많은 수인 110만 이상의 단어를 가지고 있다. 참고로 영어의 총 단어수는 그 절반 정도다.

한글과 영어 단어를 합해서 만드는 신조어가 날로 늘고 있는데, 최근에는 예상하지 않았던 조합도 발견된다. 얻는다는 ‘득’자와 영어의 아이템(item)에서 ‘템’자를 합해서 ‘득템’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득템했다’ ‘득템하셨네요’ 등으로 빠르게 한국어 단어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영어를 배우다보면 목젖이 떨리면서 발음되는 유성음 단어와 목젖 떨림 없이 우리말처럼 소리나는 무성음의 대립을 쉽게 식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어로 girl, garage, Robert, run 등의 단어를 발음할 때는 자연스럽게 말하는 목소리보다 더 많은 육체적인 노력이 따라야 제대로 발음을 할 수 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유성음 언어권에는 상대적으로 우리 한국어와 같은 무성음 언어권보다 언어 장애인 말더듬이가 많다.

미국 이민자들이 가장 힘든 유성음 발음 단어를 목젖 떨림 없이 발음하면 영어권에서는 알아듣기 힘든 아시안 액센트로 들린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시한 때는 1443년이지만 실제로 우리 민족이 한글을 체계적으로 배워 한글이 정착한 시기는 1527년 최세진이 편찬한 한글 교육서 훈몽자회(訓豪字會)가 나오고 나서부터다.

훈몽자회를 가까이 보면 한자를 한글로 표기하면서 성조를 표시해 놓은 것이 보인다. 그 당시 우리 언어에서 성조 표기는 한나라 때 정립되어서 명나라까지 내려온 북경말의 4성조를 소통하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리라 보인다.


우리 말에도 성조의 흔적이 조금은 남아 있는데, 그 예로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 우리가 사물을 보는 ‘눈’을 전자는 짧게, 후자는 길게 빼서 발음하는 것과, 또 어두운 ‘밤’과 까먹는 ‘밤’을 구분해서 발음하는 것이 있겠다.

우리말에서 아직도 성조가 명확하게 있는 사투리는 경상도 사투리인데, 한 예로 “가가 가가?”(그 사람이 그 사람인가?)라는 표현이겠다. 당나라와 연합해서 고구려와 백제를 없앤 신라의 길고 긴 당나라와의 교류 때문에 성조가 경상도 사투리에 아직도 흔적이 남아 있다고 본다.

우리말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말중에 ‘거시기’가 있다. 우리 문화같이 서로를 잘 알고 또 아는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사회를 고맥락 문화라고 하는데, 맥락 또는 상황을 중요하게 여겨 상대방의 뜻을 미루어 짐작하고 이해하는 환경이다 보니 ‘거시기’라고 표현하면 거의 모든 상황에서 서로의 뜻을 이해하고 소통을 한다.

우리 문화가 서구화되면서, 말하자면 저맥락 문화로 바뀌면서, 거의 모든 생각을 말로 그대로 표현하기 때문에 이제는 문자 교환으로 필요한 내용만 소통하고 사는 사회로 변하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난 우리 다음세대에게 ‘거시기’라고 해서는 곧바로 ‘what?’이라는 답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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