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택보험 폭탄 맞는다… “산불 피해 없어도 인상”

2025-05-14 (수) 12:00:00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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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이트팜 17% 인상 승인
▶ ‘페어플랜 부담금’ 직격탄

▶ 캘리포니아 주민들 ‘이중고’
▶ 보험사들, LA 산불 보상금 소비자들에게 전가 추진

캘리포니아 보험국 리카르도 라라 국장이 스테이트팜의 주택 보험료를 17% 인상하려는 긴급 요청을 승인하면서 캘리포니아 전역의 보험 가입자들이 큰 부담에 직면하게 됐다. 13일 나온 이번 결정은 회사의 재정 악화에 따른 임시조치로, 향후 본격적인 보험료 인상 청문회가 열리기 전까지 적용된다.

라라 국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스테이트팜은 고객들에게 약속한 보험금을 충실히 지급해야 하며, 향후 청문회에서 재정 상황과 회복 계획을 투명하게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스테이트팜이 모회사인 스테이트팜 뮤추얼로부터 4억 달러의 현금 지원을 받을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으며, 동시에 주택 보험의 대량 갱신 거절도 중단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행정판사 칼 프레드릭 셀리그먼의 권고에 따른 것으로, 셀리그먼 판사는 “스테이트팜은 LA 산불 이전부터 이미 재정적으로 취약했다”며 “이번 긴급 인상은 일종의 구조 조치로, 회사의 안정성과 소비자 보호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절충안”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스테이트팜은 주택 보험 외에도 콘도 및 임대자 보험은 15%, 임대주택 보험은 38%의 보험료를 임시로 인상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은 LA 산불 피해 지역 주민들은 물론, 피해 지역과 수백 마일 떨어진 지역의 주민들까지도 보험료 인상 부담을 안게 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 최후의 보험망 역할을 하는 ‘페어 플랜’(Fair Plan)의 재정 악화로 인해, 주택 보험료에 추가로 부과되는 ‘특별 부담금’이 비피해 지역 주민들에게도 적용되는 점이 큰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올해 초 퍼시픽 팰리세이즈, 알타디나, 실마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페어 플랜에는 수천 건의 청구가 몰렸고, 현재까지 약 27억5,000만 달러가 지급됐다. 총 피해는 4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라라 국장은 2월, 민간 보험사들에게 10억 달러 규모의 특별 부담금을 부과했고, 이 부담금의 최대 50%를 일반 보험 가입자들에게 전가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현재 AAA, 머큐리 등 10여 개 보험사가 보험료에 해당 부담금을 포함시키기 위한 신청을 보험국에 제출한 상태다.

그 결과 일반 주택 보험 가입자들은 앞으로 12년 동안 매달 60달러 안팎의 추가 보험료를 납부해야 할 수 있으며, 보험 규모가 큰 주택 소유자의 경우 수백 달러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렌터용 보험의 경우 월 6달러 미만, 콘도는 20~30달러 수준으로 예측된다.

소비자 단체 ‘컨슈머 왓치독’은 이러한 정책에 강하게 반발하며, 라라 국장을 상대로 소송도 제기했다. 이들은 “페어 플랜은 원래 산불 위험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보험망인데, 피해와 무관한 주민들에게까지 비용을 나누는 것은 명백한 부당”이라며 “1968년 법 제정 당시 상정되지 않았던 방식이며, 정식 입법 절차 없이 행정명령으로 강행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부 피해자들은 보험사들이 고의로 고객을 페어 플랜으로 몰아넣고 책임을 회피했다며, 10대 보험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들은 보험사들이 높은 보험료를 유지하면서도 실제 화재 피해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험업계는 “보험시장 붕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방어한다. 미국 재산손해보험협회(APCIA)의 데니 리터 부회장은 “대부분 가입자에게는 월 수십 달러 수준의 임시 비용일 뿐이며, 전체 보험 생태계를 위한 필수 조치”라고 강조했다.

한편 주의회에서는 페어 플랜의 지급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주 인프라 및 경제개발은행을 통해 채권 발행을 허용하는 법안도 논의 중이다. 그러나 미래 화재로 인한 추가 피해 발생 시 또 다른 비용 전가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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