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주선 10만불 벌어도 ‘저소득’

2025-05-14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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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개발국 기준 상승
▶ 집값·생활비 급등 따라

▶ 5년새 40% 안팎 올라가
▶ 11만불 이상인 카운티도

생활비 상승과 주택 가격 폭등이 이어지면서 캘리포니아에서 ‘저소득층’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한인들도 많이 거주하는 오렌지 카운티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이제 곧 연소득 10만 달러도 저소득층으로 여겨질 전망이다.

캘리포니아주 주택·지역사회개발국(CDHCD)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 기준 저소득층 기준선이 샌프란시스코와 샌타클라라 카운티에서는 이미 10만 달러를 넘어섰고, 오렌지카운티와 샌타바바라 및 샌디에고 카운티에서도 현재 추세대로라면 곧 10만 달러선을 넘어설 전망이다.

캘리포니아는 일반적으로 각 지역의 중간소득(median income) 대비 소득 수준으로 소득 계층을 분류한다. 하지만 주거비가 높은 지역에서는 현실을 반영해 이 기준이 조정된다. 즉, 연 10만 달러를 벌더라도 지역 중간소득 이상일 수는 있으나 주거비가 너무 높아 저소득층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런 소득 기준은 주거 보조 등 각종 정부 지원 프로그램의 수혜 자격 판단에 활용된다.
가주선 10만불 벌어도 ‘저소득’

지난 4월23일 발표된 해당 CDHCD 자료에 따르면 현재 1인 가구 기준 저소득층 기준선은 오렌지 카운티의 경우 9만4,750달러로 지난 2020년과 비교해 32%나 상승했다. 또 샌디에고 카운티는 같은 기간 43% 증가해 현재 9만2,700달러가 됐고, 샌타바바라 카운티는 48% 높아져 9만8,850달러가 됐다.


현재와 같은 상승세가 지속되면 내년 4월의 다음번 기준 조정 시 이들 모두 연소득 10만 달러를 ‘저소득층’으로 간주하는 지역이 될 수 있다.

LA 카운티의 경우 역시 5년 새 40%가 오른 8만4,850달러로 책정됐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남가주 10개 카운티 전체적으로 저소득층 기준선은 평균 40% 상승했고 같은 기간 중간소득은 35%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LA 카운티도 현재보다 18% 정도 더 오르면 10만 달러가 되는 셈으로,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수년 뒤 가능한 상황이다.

1인 가구 기준 저소득층 기준선이 10만 달러를 이미 넘어선 지역들을 보면 샌타클라라 카운티가 11만1,700달러, 샌타크루즈 카운티 11만1,100달러를 각각 기록했고, 샌마테오 카운티 10만9,700달러, 샌프란시스코 카운티 10만9,700달러, 마린 카운티 10만9,700달러 등으로 모두 북가주에 위치해 있다.

이에 대해 LA타임스는 고소득 지역의 역설이라며 특히 젊은 세대에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지난 13일 보도하기도 했다. 신문에 따르면 오렌지 카운티에 살며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39세 싱글맘 케이시 가이프는 이러한 저소득층 기준선이 전혀 놀랍지 않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경우 “도와줄 누군가가 없었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 10만 달러 이하 소득으로도 안정적으로 생활하는 젊은층을 몇 명 알고 있지만, 모두 맞벌이 가구라고 설명했다.

샌타애나에 거주하는 59세 은퇴자 샘 페레스는 자신의 두 자매 모두 생활비가 더 저렴한 네바다와 캔자스로 이주했다고 밝혔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정말 안됐다. 맞벌이를 하더라도 집을 사거나 아이를 갖거나 둘 중 하나밖에 선택할 수 없는 현실이며, 둘 다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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