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에서도 비싸서 못먹는 소고기…기후변화 탓?

2025-07-12 (토) 03:40:18
크게 작게

▶ 소고기값, 1년새 16% 올라 사상 최고치…가뭄 영향 육우 수 급감이 원인

미국에 오면 다른 건 몰라도 소고기는 한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더 자주 먹을 수 있을 줄 알았지만, 2023년 초 이후 점점 소고기를 식탁에 올리기가 어려워졌다.

요즘 로스앤젤레스(LA) 일대 코스트코 매장에서는 프라임 등급 안심 부위를 1㎏당 70달러가 넘는 가격에 판다.

2년여 전만 해도 같은 품목 가격은 ㎏당 50달러 안팎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만 해도 '역시 한국보다는 소고기가 싸다'고 좋아하며 한 달에 한두 차례 정도는 이 소고기를 구매했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식료품을 사러 갈 때마다 소고기 가격표에 찍힌 숫자가 부쩍 자주 바뀌면서 '왜 이렇게 비싸졌지?'라는 생각이 들게 했고, 최근에는 80달러 가까운 숫자가 찍혀 있어 필자를 놀라게 했다. 한화로 환산하면 10만원이 넘는 가격을 생각하니 이걸 장바구니에 넣어야 할지 말지 고민하게 된다.

일간 뉴욕타임스(NYT) 기자도 근래 필자와 같은 '충격'을 받았는지 지난 4일 "소고기 가격이 기록을 쓴 이유"라는 제목으로 가격 급등의 요인을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햄버거 패티용 '간 소고기'(Ground beef) 1파운드(0.45㎏)당 가격이 지난 5월 기준 5.98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12개월 전보다 16.2% 오른 가격이다.

CBS 뉴스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가 약 30% 상승하는 사이 소고기 가격은 훨씬 더 높은 45%의 상승률을 보였다.

언론은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을 인용해 최근 몇 년 사이 소고기 가격이 급등한 주된 요인이 농가의 육우 수 감소 때문이라고 전했다.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육우 수는 올해 2천790만마리로, 195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6년 전인 2019년에 비해서는 13% 감소한 수치다.

각 100마리 미만의 육우를 기르는 소규모 농장주들은 2014년까지 큰 수익을 내고 이후 5∼6년간 농장 규모를 확장했는데, 2021년부터 미 서부 전역에 심각한 가뭄이 시작되면서 소가 뜯어먹을 풀이 부족해졌다고 한다. 농장주들은 비싼 사료를 구매해 소 먹이를 충당해야 했다.


기상학자들이 기후변화 현상으로 설명하는 극심한 가뭄은 지난해까지 지속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대규모 산불로 소들이 희생되기도 했다.

농장주들은 그사이 사료 등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소를 팔아 농장 규모를 계속 줄였고, 이는 소고기 공급 부족을 초래하게 됐다.

근래 소고기 가격이 급등하면서 일부 농가에서는 다시 육우 수를 늘리고 있지만, 송아지가 도축용 소가 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소고기 가격은 내년까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오클라호마 주립대 농업경제학과 교수인 데럴 필은 "우리는 향후 2∼3년, 어쩌면 2020년대 말까지 계속 소고기 공급 부족 상황에 있을 것"이라고 CBS에 말했다.

NYT는 몬태나주에서 햄버거 가게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가 최근 햄버거 가격을 6달러에서 6.95달러로 16%가량 올린 사례를 전하기도 했다.

빈부 격차가 날로 심각해지는 미국에서 가난한 이들은 햄버거 하나 사 먹기도 이제 어렵게 됐다.

<연합뉴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