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늘에 새긴 역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

2020-09-1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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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퓰리처상 수상자 강형원 기자의 한민족의 찬란한 문화유산 (7) 첨성대

▶ 국가적 차원서 천문학 중시, 아름답고 과학적인 석축 기술… 1,400년을 우뚝

‘하늘에 새긴 역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

신라의 옛 궁궐터에 1400년 동안 우뚝 서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 경주 첨성대(국보 제31호)는 우리 선조들의 과학적이고도 아름다운 석축 기술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첨성대를 배경으로 한 커플이 입맞춤을 하고 있다.

‘하늘에 새긴 역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
‘하늘에 새긴 역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
‘하늘에 새긴 역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
‘하늘에 새긴 역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
‘하늘에 새긴 역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

지진을 거뜬히 견딜 수 있게 만든 첨성대 위로 달이 떠오른다. 꼭대기에 두 줄의 정자석이 레고처럼 서로 견고하게 맞물려 있다.

‘하늘에 새긴 역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

첨성대는 꼭대기에 두 줄의 정자석이 레고처럼 서로 맞물려 덮고 있고, 365개의 돌로 31줄로 쌓아 만든 아름다운 석축 천문대이다.

‘하늘에 새긴 역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

경주의 신라 옛 궁궐터 주변에는 계림과 내물왕릉, 첨성대 등 많은 유적들이 모여 있다.

‘하늘에 새긴 역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

밤하늘의 현상을 관측해서 얻는 천체의 비밀은 국가 존망과 관련된 기밀로, 국가에서 별을 관측하고 기록하는 정보를 독점해왔다. 그렇기에 고조선 이래로 열국시대(列國時代)를 거쳐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에 들어서서도 천문학에 대한 국가적인 관심과 기록이 꾸준히 대물림되어 왔다. 우리 역사나 문화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것이 우리 선조들의 천체 관측 기록이 자세히 남아있는 이유 중 하나다.

우리 조상들은 별의 생김새 그 자체를 분석하고 공부하는 현대 천문학 방향보다는 밤하늘의 현상을 관측하며 하늘의 뜻을 이해하고 천체나 기상 패턴을 관찰하여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형태로 천체를 관찰해 왔다.

환단고기와 단기고사에는 기원전 1733년에 오성취합(五星聚合) 현상이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의 5개 행성이 모여드는 현상인 오성취합은 우리 문화권에서는 왕조의 교체나 하늘의 뜻 변화 등의 정치적인 변동을 상징하는 천문적인 현상으로 해석했었다.


‘하늘에 새긴 우리 역사’의 저자로 천체물리학 및 우주론을 연구하는 박창범 교수가 이를 현대 과학으로 연구해서 계산한 결과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의 5개 행성이 모인 기록이 실제로는 기원전 1734년에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약 4,000년 전에 있었던 사건이 단 1년 오차로 우리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는 놀라운 발견이었다.

삼국시대에 기록된 67번의 일식을 가장 잘 관측했을 위치를 연구한 천문학자 박창범 교수와 라대일 교수는 ‘삼국시대 천문현상 기록의 독자 관측사실 검증’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통일신라시대에 기록된 11개의 일식을 빼고 나머지는 모두 대륙에서 관측했다는 것을 과학으로 풀었다.

신라의 일식 최적 관측지는 대륙의 양자강 유역이고, 백제 해상제국이 기록한 일식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위치는 발해만 유역이며, 고구려의 일식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위치는 만주와 내몽고 인근 지역이었다.

21세기 천문학과 기상학 연구를 통해서 그동안 여러 역사 기록에서 언급되어 왔던 대륙에서의 우리 삼국의 위치가 확인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 관측대인 경주 첨성대(瞻星臺, 국보 제31호)가 우리에게는 아직도 있다.

돌로 만든 첨성대 이전 천문대로는 석공기술로 이미 잘 알려진 백제에 점성대(占星臺)라는 천문대 가 있었다고 한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선덕여왕 2년(633)에 세워졌다고 기록된 첨성대는 우리 선조들이 믿던,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난 모양이라는 상원하방(上元下方)의 모양으로, 둥근 밑지름이 17피트(5.17m), 높이가 29.5피트(9m) 크기이며, 365개의 돌로 27줄 몸통, 바닥 지대석과 꼭대기 정자석을 포함해서는 31줄로 쌓아 만든 아름다운 석축 천문대이다.


1년의 날짜 365를 맞춘 돌의 총 숫자, 신라 27대왕인 선덕여왕의 직위 순서를 맞춘 몸통 층수, 그리고 가운데 관측자가 들어갈 수 있는 남쪽하늘 방향으로 만든 가로와 세로 약 1미터의 정사각형의 창문 위아래로 12층씩 총 24층은 24개월 주기를 상징한다고 한다.

1,400년 가까이 완전한 모습으로 남아 있는 과학적인 축조기술은 최근 규모 5.8의 경주 지진과 규모 5.4의 포항 지진을 거뜬히 견딜 수 있게 만든 디자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흙과 자갈로 다진 지하 기반위에 지대석을 깔고, 지진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네모 건물보다 원형으로 만든 몸통은 아래 12단까지 흙과 자갈로 채워 놓아서 지진시 좌우 흔들림을 억제하고, 총 8개의 가로지르는 비녀석(대들보)으로 엮어진 몸통은 꼭대기에 두 줄의 정자석이 레고처럼 서로 맞물려져 위에서 덮으면서 수백 년 동안 지진에도 살아남은 완벽한 구조물로 완성되어 있다.

삼국사기에 나오는 천문 관련 기록을 보면 첨성대를 세운 선덕여왕 대를 기준으로 신라의 천문 기록의 양이 기하학적으로 늘었다.

15세기에 편찬된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와 16세기에 편찬된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는 평양성 내에도 첨성대의 유적이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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