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의 보수-재기 가능할까

2018-11-28 (수)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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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집권 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8주째 연속하락, 오늘 현재 지지도가 52%에 이르렀다(리얼미터와 CBS조사). 더불어민주당도 동반 하락해 1년 9개월 래 가장 낮은 지지율 39.2%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문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인기가 급락하는데도 보수야당인 한국당의 지지도는 급상승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자기비판은 없고 대통령만 비판하는 한국당에 국민들이 똑같이 실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과 비박간의 암투가 또 시작되고 있다. 국민들에게 “우리가 잘못 했습니다”하는 진솔한 사과가 한번도 없었고 그저 만사를 반문 정서로만 해결하려 하고 있다.


친박과 비박의 사이는 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사이보다 더 멀다. 오죽하면 조강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전원책 변호사가 물러나면서 한국당의 계파싸움은 마피아간의 알력투쟁 비슷하다고 했을까. 분열하고 싸우고만 있으니 국민들은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있네. 당신들은 더 혼나야해”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고 일부에서는 한국당이 해체되기 전에는 보수의 재기가 절대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한국정치에서 보수진영의 고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직후 ‘천막당사 시절’에도 존망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박근혜라는 리더가 있었다.

지금은 보수 세력에 리더가 없다. 황교안? 국무총리 한 정도의 경력으로는 역부족이다. 홍준표? 지난선거에서 완패한 그를 한국당에서는 결사반대하는데 오히려 민주당에서는 그의 복귀를 쌍수로 환영하는 아이러니를 보이고 있다. 김무성? 그는 박근혜 탄핵에 가담한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 당분간은 재기불능 상태에 놓여있다.

리더가 없다. 인물이 없다. 붕괴를 향하여 달리고 있는 한국당은 모세와 같은 지도자를 찾고 있는데 그런 지도자를 과연 외부에서 발견할 수 있을까. 한국당은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조직된 집합체이기 때문에 당외 인사가 들어와 하루아침에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체질이 못된다. 피를 흘려 싸우더라도 자체 내에서 때 묻은 인물을 제치고 참신한 인물을 ‘선출’해야 한다.

보수란 어떤 가치를 지킨다는 뜻이다. 그런데 한국당은 자기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는 데만 관심을 쏟고 있는 기득권세력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저 반공, 반북, 친미가 정책의 전부다.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시대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정당이다. 그래서 보수=수구라는 이미지가 강해 항상 진보세력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다.

영국 보수당이 200년 가깝게 당명을 유지하며 꾸준히 국민의 선택을 받아온 힘은 무엇일까. 미 공화당은 1964년 배리 골드워터의 참패로부터 어떻게 로널드 레이건 시대를 열수 있었을까.

영국의 보수당은 벤자민 디즈레일리가 노동자를 끌어들이는 파격적인 정강정책을 채택하여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에게 보상하는 사회를 만들었다. 모든 계층을 다 흡수한 것이다.

미국의 공화당은 반공 위주의 정책을 버리고 경제는 물론이고 교육까지도 ‘개인주의’를 통해 보수를 완전히 재구성했다. 젊은 층을 잡기 위해서다. 한국의 보수당은 기득권과 엘리트 계층만 대변하고 있는 인상이다. 그러니 노동자들이 반기를 들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보수정당은 영국이나 미국처럼 모든 계층이 공감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 변화를 선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해찬(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대로 앞으로 20년을 진보세력이 정권을 잡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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