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도 기척도 없이, 갑자기 찾아온 옛 친구처럼 가을이 왔다.용광로처럼 무겁고 뜨겁던 여름을 어떻게 밀어 냈는지, 은근히 힘자랑하듯 여름이 있던 그 자리에 가을이 와 있다. 천둥…
[2020-09-18]해가 잠을 자고 있었다. 연기와 먼지와 안개가 가로막은 하늘은 마치 해가 잠을 자는 듯, 녹슬은 오렌지빛이었다. 누군가는 붉은 행성이라 했고, 누군가는 길고 긴 일식 같다고 했다…
[2020-09-18]어제 한국마켓에 갔다가 진열된 떡 중에 눈에 띄는 떡이 있었다. ‘쑥개떡’ 제주에서 온 쑥으로 만든 떡이란다. 색깔도 곱고 참기름을 발라 반짝반짝이는 그 떡을 덥석 집었다. 집에…
[2020-09-17]어느 부족의 성인식은 남자아이가 혼자 숲에서 밤을 지새우고 나와야 치를 수 있단다. 아직 어린 남자아이가 홀로 숲속에서 밤을 지새울 때, 바람에 술렁이는 나뭇잎 소리조차도 무서울…
[2020-09-16]아직 9월인데 때이른 호박과 캔들로 장식된 샤핑몰 윈도우를 보니 그날이 생각난다. 이웃집에 사는 조니는 중국 여성으로 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였고, 조니의 남편인 스티브는 영국 사…
[2020-09-15]여름이 물러가는 즈음의 오후, 홀로 야외 벤치에 앉았다. 시끌벅적했던 여름이 지나고 모든 것이 조금은 힘이 빠지고 비어 있는 느낌이다. 도서관에 반납하려고 가져왔던 책 한 권을 …
[2020-09-14]샌프란시스코에서 북쪽으로 15마일쯤 떨어진 곳에 티부론(Tiburon)이라는 곳이 있는데 J라는 친구가 살고 있다. 그의 저택 정원에는 야외 바베큐 테이블이 있고, 아래를 내려다…
[2020-09-11]오래 전 9월의 어느 날,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베이브리지를 건너자 어스름하던 저녁이 깜깜해지고, 달빛을 받은 도로는 적요한 멋이 있었다. 청아하면서도 고즈넉한 운치가 있던 밤…
[2020-09-11]‘한잔의 여유’라는 광고 속 카피처럼, 내가 커피를 처음 마신 것이 언제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우리집에 손님이 오셨을 때 엄마가 내오던 커피를 찔금 마셔 본 것이 …
[2020-09-10]어릴 적 봄날, 마루에 앉아 내다보던 앞마당에는 할머니가 심으셨다는 라일락이 흐드러지게 피고, 앵두나무 꽃이 가득했다. 유도화, 문주란, 장미... 그 추억들과 함께 가족들이 떠…
[2020-09-09]비가 오지 않는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는 가운데 하늘 빛은 산불로 인한 먼지 등 공기 오염으로 뿌옇게 흐려진 여름의 길목에서 시원하게 내리던 빗줄기가 유독 그립다. 지난 봄 코로나…
[2020-09-08]제한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지금의 현실을 맞고 보니 지난해 9월 소박한 하루 여행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날 아침 10시경 그레이트아메리카 역을 출발한 빨간색 이층열차는 우리를 …
[2020-09-08]몇 달 전 미국서 발생한 백인경찰의 과잉조치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전 세계가 떠들썩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며 (Black Lives …
[2020-09-04]마른 하늘에 날벼락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게다. 망연자실 서 있던 사람이 돌무더기에서 그을린 결혼 반지를 발견하고 눈물을 쏟아낸다. 미처 챙기지 못하고 몸만 빠져 나온 급박한 …
[2020-09-04]눈이 점점 침침해진다. 작은 글씨들이 흐물거리고 텍스트를 보낼 때 오타가 늘고 있다. 노안이 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나이를 먹어 생기는 현상이기도 하지만 핸드폰을 보는 시간이 …
[2020-09-03]어릴 적부터 읽기 싫었던 책 중의 하나가 위인전이었다. 위인전을 읽고 나면 감동보다는 어떻게 다 그렇게 특별한 사연들이 있는지 평범한 나 같은 사람은 싹수가 없나 보다 마음이 쭈…
[2020-09-02]한 어머니가 작은아들 아파트 출입문 비밀번호가 자기집 번호와 같아서 우연인가 했는데 큰아들 집도 비밀번호가 똑같아 며느리에게 어찌된 일인지 물었다. 며느리는 연로하신 어머니가 아…
[2020-09-01]“슬픈 노래는 듣고 싶지 않아, 내 맘 속에 잠들어 있는 네가 다시 나를 찾아와, 나는 긴긴 밤을 잠 못들 것 같아~ 이렇게 비가 오는 밤이면 내 지친 그리움으로 널 만나고, 이…
[2020-08-31]살면서 계속 느끼는 것 중의 하나가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연민과 그리움이다. 매일 인간 속에서 살면서 때론 부대끼기도 하면서도 나는 인간을 그리워 하고 있다. 분명히 인간에겐 무…
[2020-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