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결혼하는 내 딸들을 보면서

2025-05-22 (목) 04:04:07 한연성 포토맥,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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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쌍동이 딸들이 오랜 시간 그들이 원하던 공부를 마치고 직장과 동시에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오빠의 갑작스러운 떠남으로 인해 부모의 힘든 시간을 이해하며 애 늙은이로 자라버린 나의 딸들. 한번도 부모 속을 애닯게 하지 않았던 지라 늘 감사하면서 지켜봤던 딸들이 그들의 새로운 인생을 찾아간다.

대학원을 마칠 때까지 그 흔한 남자친구도 없다고 은근히 걱정도 하고 잔소리를 했었는데 처음 남자친구를 데리고 왔을 때의 충격은 오래 전, 내가 지금의 남편을 데리고 왔을 때 우리 어머니가 느낀 감정이리라.


어느 부모가 다르겠냐만 평소보다 더 크게 보이는 내 딸들과 남자친구에 대한 한없는 부족함의 감정은 한동안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남자친구들의 부모 입장도 나와 같으리라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누그러지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은 하지 않길 바랬다.

그렇게 서로의 부모들을 만나고 귀한 시간을 나누면서 친해서 자연스레 선입견이 사라지고 가족이 되는 경사를 맞이하였다.

어엿한 커리어 우먼이 되어 일하는 것을 보면서 다행히 둘이지만 늘 걱정스러웠던 아이들이 배우자를 만나 그들의 삶을 시작하니 든든하면서도 앞으로의 살아갈 과정을 생각하면 그저 즐겁지만은 않다.

오래 전 나의 결혼에 친정어머니의 말씀은 “참는 시간이 중요하다.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을 지나면 너의 삶이 좀 여유롭다”라 하셨는데 지나보니 그렇게 9년을 지나도 남편과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여전하지만 그래도 ‘정’이 생기고 아이들에게서 보람을 갖게 되었던 거 같다. 요즘이야 이런 말을 하면 ‘전설의 고향'이라고 비웃겠지만 둘이 하나로 맞추어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에 잔소리가 많아진다.

내 아이들의 새로운 인생을 응원하면서 내가 존경하는 교수님께서 그의 제자인 울 아이들에게 주셨던 “易地思之(역지사지)”를 다시한번 당부해 본다.

한자를 모르는 우리 아이들이 지금도 유일하게 기억하고 이해하는 한자성어이다.

내가 상대의 입장이 되어 한번쯤 생각해 본다면 해결되지 않을 일이 없다는 이 말이 함께 나이가 들어 굽어지는 허리를 볼 때서야 그 이치를 깨닫게 된다.

<한연성 포토맥,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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