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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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채식주의자

2024-11-22 (금) 홍희경 극동방송 미주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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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지인께서 한국방문시 한강의 ‘채식주의자’ 책을 구입해 선물해 주셨다. 오랫동안 구매해서 읽고 싶었던 책이라 무척 감사히 받아 읽기 시작했다.

작가는 2002년 겨울부터 2005년 여름까지 세편의 중편소설을 썼다. 한강 작가의 표현처럼 3편이 따로 따로 발표하여 각자의 스토리 같지만, 합해놓으니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열한 이야기라고 한다. 채식주의자를 정독으로 시작하자 이야기 줄거리에 금장 빠져 들었다.

한강 작가는 연세대 국문과 4학년때 ‘편지’라는 시를 연세춘추 학보지가 주최하는 ‘연세문화상’에서 윤동주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시인으로 등단하였는지 채식주의자 중편소설 한마디 귀절마다 시의 정서적 문체가 보인다. 편지의 시에서 “당신 없이도 천지에 봄이 왔읍니다”라는 시귀로 마지막 울분을 토해내는 것 같다. 소설의 서막에 꿈속에서 떨어진 고깃덩어리를 주워 먹고 그 이상한 현상에 깨어나 고기를 다 버리고 채식주의자로 모든 식단을 바꾸어 버렸다는 스토리로 시작한다.


가족 모임에서 채식주의자로 변한 주인공 영혜가 너무 말라 어머니의 간절한 요구로 탕수육과 쇠고기 볶음을 권했으나 영혜는 거절하고 만다. 군인출신이고 다혈질인 아버지가 탕수육을 다시 권했으나 끝까지 거절한 영혜에게 세차게 뺨을 때렸다. 여기서 영혜는 칼을 들고 자기 손목을 찔러 분수처럼 피가 솟구치는 불상사가 일어나는 것으로 전개된다.

이어 몽고반점에서 보수적인 나에게 이해 못한 스토리가 전개된다. 한강의 삼촌이자 목사님인 한중원 목사 표현대로 형부와 처제의 성관계 및 장면 묘사는 가족간 패륜이고 근친상간, 수간, 인육 먹는 장면은 솔직히 읽기가 어려웠다. 목회자의 시각으로 당연한 반응이라 사료된다. 한때 경기도 교육위원회에서 금서로 지정되어 청소년에게 못 볼 책으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예술의 시각으로 보면 이 책의 주제는 동물의 본능 즉 잔인함, 제국주의자의 야비한 전쟁. 침략자를 반대하여 채식주의 즉, 화합, 평화와 페미니즘을 상징하는 문학적 시각으로 볼 때 한강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게 된다.

그녀는 노벨상 수상 이후로도 언론 인터뷰를 사양하는 이유로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 전쟁으로 죄없는 여인들과 아이들이 죽어 나가는데 무슨 축제를 벌일 것이냐”라고 사양했다. 심지어는 윤석열 대통령 초대도 거절했다. 이런 상상의 나래를 펴고 몽고반점을 읽어 나가니 그 한글 한글 소중하게 내 마음을 적셔주었다.

마지막 챕터인 나무 불꽃에서 나무들을 짐승으로 표현하며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나무들이 똑바로 서 있다고만 생각했는데…이제야 알게 됐어. 모두 두 팔로 땅을 받치고 있는 거더라구” 작가는 마침표 하나 하나에도 표현을 했다고 평하길래 중간에 점이 왜 여섯개(……)로 찍었는지 상상하기를 ‘생각해 보세요’로 내가 작위적으로 해석했다. 이는 한자 한자 작가의 피나는 노력의 산고라 사료된다. 이는 그동안 기성세대의 고정된 사고를 탈출하고자 하는 작가의 저항적 사고라 생각한다.

오래전 창비사로 문단에 입단한 중견 소설가에게 한강의 ‘채식주의자’에 대해 문의하니 예술을 이해하고 문학을 이해하는 마음을 열고 한강을 대하면 왜 이 소설이 노벨상을 받았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Deborah Smith라는 케임브리지 영문학과를 나온 젊은 번역자를 만나 훌륭한 영문 번역으로 노벨상 한림원 심사원들에게 많은 호감을 얻게 하였다.

그동안 원로시인 고은과 장길산의 작가 황석영 등이 노벨상을 여러번 두드렸다. 이분들의 작품이 노벨상 받을 충분한 자격이 되었으나 고은의 시는 너무 난해하여 번역이 어려웠고 황석영의 소설은 너무 한국적으로 긴 장편이라 번역의 애로가 있다고 들었다.

필자도 고등학교 시절 앙드레 말로의 ‘인간조건’ 소설에 감명받아 불문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1학년 1학기때 군대에 영장이 나와 만 34개월 15일을 육군에 근무할 동안 왜 취직도 힘든 불문학 전공을 했나 후회하여 복학하여 불문학 전공 과목만 최소한으로 택하고 경영학 과목을 택하여 미국 유학 와서 MBA를 전공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강 덕분에 인문학을 전공하여 조금이나마 문학에 눈 뜬게 지금 생각하니 참 다행스럽다고 자인한다. 지금도 인문학을 전공으로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자긍심과 하면 된다라는 미래의 소망을 일깨어 주었다.

삼성의 이재용 회장도 서울대학에서 동양사학을 전공하였고 천재 첼리스트 요요마도 하버드에서 인문학을 전공하였다. 경영과 예술도 인문학과 병합할 때 꽃 피우게 하는가 보다. 다시 한번 이 위대한 업적을 이룬 한강작가를 힘껏 응원하자. -아카라카-

<홍희경 극동방송 미주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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