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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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올 거여, 미국에서 살 거여?’

2024-11-05 (화) 강창구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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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전쟁을 시작하고, 부자는 무기를 대고, 가난한 사람은 자식을 제공한다. 전쟁이 끝나면 정치인들은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하고, 부자들은 생필품의 가격을 올리고, 가난한 사람들은 자식의 무덤을 찾아간다.”(세르비아 속담)

이걸 이렇게 바꿔보자. ‘미국(한국)은 전쟁을 시작하고, 미(한국) 기업은 무기를 대고, 가난한 나라(한국서민)들은 자식들을 제공한다.’(이하 생략)

2년만에 한국에 다녀왔다. 10.15일 사당동에서 친구들과 오랜만에 회포의 시간을 갖고 있었는데 방송에서는 남북한 연결 철도와 도로, 교량을 폭파하는 장면의 뉴스가 나왔다. 대명천지에 그걸 보고 좋다고 할 사람들이 누가 있을까. 그러나 사람속은 누구도 모른다. 예단은 금물이다. 전쟁 나면 좋을 사람, 좋아할 사람이 분명히 있다.


한국전쟁때 일본은 2차대전 패전복구비용을 벌었고, 베트남 전쟁으로 한국은 파병하여 국가재건 비용을 벌었다. 과히 틀린 말이 아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올 1월에 북한 헌법을 바꿔 대한민국을 철저한 적대국가로 바꾸고 영토조항 신설, 통일지우기를 지시하였고, 지난 10/7~8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이를 개정한 뒤에 이번 폭파를 진행했다는 관측이 재배적이다.

10/1일은 1956년 제정된 국군의 날이었다. 이번 10월 1일에는 34년만에 공휴일로 해서 2년 연속 시가행진을 했다. 군내에서 열병식은 가끔하지만 전두환이후로 실로 40년만의 시가행진이다. 김정일이 죽고 나자 북한의 2인자 장성택이 비군(非軍)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군복을 즐겨 입고 군인 흉내를 내다가 처형되어버린 일이 순간 겹쳐 보인다. 사회주의 표방 국가나 독재국가를 제외하면 군사행진을 하는 곳은 프랑스 혁명기념일(7/14)이 유일하다.

지척간에 으르렁대다가 왠 영문인지 이제 유럽에까지 가서 서로 싸우려 하고 있고 그 싸움을 한반도로 가져오려고 한다는 걸 많은 국민들과 해외 동포들이 염려하고 있다. 도대체 뭐 하자는 것인가. 2년전으로 되돌아가보자. 우리에게 우크라이나는 정확히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를 국가였다. 불과 2년만에 주변 NATO국가들마저 등돌리고 있는 먼 나라의 전쟁을 위해 이제는 우리 젊은이들까지 전쟁터에 보낼 것 같다. 아무리 미국의 요구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할 짓인가,

돈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한국의 대러시아 수출액은 2021년 99.8(억)달러였던 게 2023년 61.3(억) 달러로 38.5% 급감해 버렸다.(무역협회) 자고로 이웃의 부부싸움에는 끼어드는 게 아니다.
지난 6월에 러시아의 푸틴이 평양을 방문해서 그동안 중·러 사이에서 대면대면하던 북·러 사이가 혈맹관계로 발전해 버렸다
.
윤석열 정권은 2년여 전의 북한을 전혀 다르게 만들어 버렸다. 2023년 7월 한참 전쟁중인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면서 30년 수교국인 러시아를 적으로 돌려버렸다. 급기야는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되기에 이른 듯하다. 차라리 악몽이었으면 좋겠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다른 쪽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걸 ‘풍선효과’라고 한다. 외교가 신중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본중의 기본이지만 모르는 것 같다.

1914년의 1차 세계대전은 오스트리아 황태자가 세르비아인에게 저격당한 걸 계기로 해서 4년간 전쟁으로 4천만명이 희생되었다. 서두의 속담은 그때 생겨났다고 본다. ‘하인리히 법칙, 또는 ‘1 : 29 : 300’이라는 법칙이 적용되는 사례이기도 하다. 산업재해현장에서 1명이 사망하면 같은 문제로 29명의 부상자가 있었고, 300명의 다칠뻔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2차세계대전도 마찬가지다. 나치의 폴란드 침공이 도화선이 되지만 4년간 6천만명의 희생을 치루었다. 이 결과로 우리민족에게는 한반도 분단이라는 쓰라린 상처를 가져다 주었다.

지난 70여년간 한반도의 위기는 수차례 있어왔다. 이번에도 국민들은 내심 그렇게 지나가기를 바래고 있지만 상황이 심각하다.

네타냐후가 있는 이스라엘 국민들, 젤랜스키가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들, 푸틴이 집권하고 있는 러시아 국민들은 이 시대에 ‘죄없는 불행’의 대표적인 국민들이다. 우리 국민들도 그런 국민들이 될까 봐 발을 편히 뻗지 못하는 이유다. 국내상황, 특히 경제, 의료문제의 어려움에도 해결책은 커녕 가족문제로 천지분간을 못하고 있다. 안보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대통령이 개인적인 궁지를 벗어나려고 엉뚱하고 위험한 오판으로 전쟁위험이 현실화 될 것을 심각하게 염려하고 있다.

이번 한국 방문동안 숙소가 마침 강남 한복판에 있었다. 그 화려하고 평화로운 최첨단 테크놀로지 도시, 그 일상(日常)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한국으로 올 거여, 미국에서 살 거여?’ 인천공항을 떠나는 착잡한 필자의 뒷전에 대고 태연한듯 묻는 친구에게 ‘은퇴 이후에는 확실하게 돌아오겠다.’는 2년전의 대답을 이번에는 차마 못하고 떠나왔다.

<강창구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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