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힘들다. 요즈음 생활하는 나의 마음과 모습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피폐해 감을 느낀다.
너무 힘든 나머지 투병하는 사람들의 때론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얘기를 들을 땐, 정말 이렇게 살아가야 하나, 설령 살아간다 해도 희망도 없이 걱정과 고통으로 몇 날 몇 년을 더 살든 그게 삶의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희망이란 게 대단한 것임에 틀림없다. 무일푼, 아무 것도, 지식도, 경력도 없던 풋내기 시절, 그저 겁 없던 시절이 이제 생각하니 인생이 희망으로 가득 찼던 황금 같던 시절이던 것을 황혼의 나이에 이제 겨우 깨달았다.
그 옛날, 젊었던 시절로 되돌아 갈 수만 있다면, 이런 저런 인생항로의 설계를 하고 잔뜩 희망을 갖고 차곡차곡 실천해 나간다면 설혹 항해가 잠시 궤도를 벗어나 빗나간들 무슨 대수이겠는가.
희망이란 거대한 물체를 움직이는 동력과도 같은 것, 동력 상실은 죽음과도 직결되는 마치 우주선 발사 시 사고로 이어지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니겠나.
희망은 곧 삶의 의미의 부여동기로 절대 필수 불가결 요소라 하겠다. 그렇기에 젊은이들에게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목표 달성하려는 희망의 줄을 놓치지 말고 주경야독 노력을 끊임없이 할 것을 당부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인생의 종착역에 가까워짐에 겨우 가진 유일한 희망이란 게 ‘글쓰기와 음악듣기’, 이 두 가지라 생각하니 허탈하기조차 하다. 인생의 의미가 과연 무엇인가. 이게 전부란 말인가? 내가 일생을 찾아 헤맸던 그 의미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공허함만 소스라치게 엄습해오는 전율만 느낄 뿐이다.
결국 인생은 우리가 생각했던 무슨 거창한 것도 아니며 또한 그저 미물과도 같지 않은 그저 그런 거라, 주위의 인연 있었던 이들과 함께 잘 지내며 그들이 또한 아무 큰일 없이 무탈한다면야 더 이상 무슨 큰 의미가 필요할까.
30, 40세 나이에 요절했어도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고 노력했다면 성취 여부에 관계없이 대단한 것일 테고 아무리 장수하여 100세를 넘겼던들 오직 나, 내 가족 일신만을 위한 삶이었다면 아무짝에도 필요 없는 무의미한 삶일 게 아닌가 한다.
하지만 인생의 의미와 무의미는 따지고 보면 동일한 것, 지나치게 신경 곤두세우지 말고 잠시 이 세상 소풍을 즐기시게나. 절대자께서 내 귓속에 속삭이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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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길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