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참한 6.25사변으로 인해 부모를 잃은 고아들을 돌보는 고아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었다. 제대로 시설도 갖추지못하고 수용 능력도 없으면서 100명이 넘는 고아들에게 사회적응 능력과 활동을 시켰지만, 제대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껌팔이 또는 구두닦이 등등으로 전락하는 고아가 많았다.
한편으로는 불행한 자신의 처지를 잘 파악하고 처신하여 건전한 사회인으로 훌륭하게 성장한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1세대의 원 개설
그 많은 고아원이 한국사회의 안정으로 거의 없어져 간다. 그런 와중에도 나의 친한 친구의 아버님이신, 박상진 목사님이 1952년 시골 나주에 개설한 고아원이 강산이 7번 변한 70년 세월에도 3대째 운영되고 있는 것을 보고 깊은 감사를 보내고 싶었다.
더욱이 나의 대학시절 고아원이 바로 옆에 있어 원아들과 같이 친구처럼 놀아 주던 생각이 났다. 또 눈물 섞인 슬픔과 고통 속에 있는 원생들에 삶에 대한 꿈을 키워 주기 위해 미비한 야간학원 같은 곳에 배움의 터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그곳에서 작은 희망과 꿈을 잃지 말라고 검정고시 준비교육을 시켰던 때가 그리워지며 마음의 한구석에 평안이 찾아 들었다.
-2세대의 시설 확장
1960년 서울 대방동으로 이주한 설립자의 아들인, 착하고 착한 친구 박용택 장로는 아버님의 뜻을 받들어 대학을 마치고 미국에 유학을 하여 공부를 마치고 귀국해 사회복지 사업의 번영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국가의 복지기금 지원과 보조금이 줄자 고아원을 위한 재정 확충을 위해 많은 일을 시도했다.
유진실업무역, 대한전선 전자대리점, 호텔업 등등 자신의 경험에 바탕을 둔 많은 사업을 시도하여 고아원을 위한 복지 지원금을 충당했다. 또 더 좋은 환경과 시설로의 고아원 이전을 검토하였다.
그런데 20년 전 친구가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조문을 갈 수 없어 40년이라는 긴 세월에 서로 보지도 못하고, 항상 마음속에 맑고 밝은 그의 얼굴만을 생생이 기억하고 그리워하고 있었을 뿐이다.
-3대의 만남
모처럼 한국 방문길에 수소문하여 친구의 아들 며느리가 3대째 고아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찾아보니 경기도 양평군 신길 1길로 옮겨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30명의 원생들이 생활하고 있었다. 아담하게 잘 정리된 독서실, 채플실, 생활관 등등 모두 잘 운영되고 있음을 느껴 기뻤다. 선뜻 백만 원의 기부금을 전달하고 무더운 날씨에도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며 즐거운 한국여행을 이어 갔다.
-고령화 시대
이제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2025년 내년에는 한국의 노인들의 수가 빠른 속도로 늘어 1,000만 명이 넘을 거라고 한다. 그리하여 지방 곳곳에 노인요양원과 양로원이 생겨나고 있다.
어떤 곳은 치매, 중풍, 노인질환으로 저물어 가는 180명이 넘는 노인들이 인생의 끝자락에 모여 살아가는 곳도 있다. 비록 요양과 재활치료를 받으며 살고 있지만 지독한 고독 속에서 삶을 영위한다. 죽음을 맞이하는 노인들의 마지막 삶은 너무나 비참하고 가혹한 황천의 집 같았다. 이제는 고아원보다 고령화 시대의 요양원과 양로원의 문제인 것 같다.
-도움과 사랑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이 서로 의지하고, 상호간에 도움과 사랑을 베풀어 주어야 행복한 인생이 아닐까. 어린 고아와 늙어 가는 노인들을 만난 이번 방문을 통해 사람들이 도움을 주는 일이 많아지면 더 좋은 사회를 영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봤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가을 고국에서 배낭을 메고 다녔던 힘겨웠던 일정이 앞으로 더 보람찬 추억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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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페어팩스,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