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황장엽 의거와 탈북동포 평가

2024-09-06 (금) 정기용 전 한민신보 발행인, VA
크게 작게
필자의 8월 23일 ‘남북통일 포비아와 판타지아’ 칼럼이 발표되자 독자들로 부터 응원, 의견 제시, 문의가 쇄도하였다. 내용을 정리 설명한다.

문: 중국이 북한과 엇박자를 내면서도 한반도 통일은 원치 않는다던데.
답)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국제적 공인을 받으려고 하는데 중국은 적극 반대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자본주의 국가가 되었다. 북한의 핵 보유를 공인하여 한국, 미국, 일본과 경제교류 단절 상태가 초래하는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최근 러시아와 협력관계를 맺는 등 반중 태도가 관계를 더욱 벌어지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이미 대북 경제교류, 식량 에너지 공급을 대폭 단축하고 북한의 각종 공식행사에 참석을 거부하는 상태다.

문: 필자의 칼럼에서 흡수통일에 대한 언급이 없다.
답) 누가 누구를 어떻게 흡수하고 또 흡수당하겠는가. 북한은 이미 김일성 일가 세습 영구집권 수령제일주의 체제를 수립하고 대한민국은 전쟁으로 점령해야 할 적국이라고 김정은이 선언했다. 남한은 절대로 북한체제로 적화할 수 없는 자유민주 자본주의가 만개해 있는 상태가 아닌가.


문: 탈북민 문제가 남북대화에 걸림돌이라는 여론도 있다.
답) 우리 속담에 “가는 사람 잡지 말고 오는 사람 잘 맞아들이라”라는 미담이 전해온다. 우리는 세계 유일의 단일민족이다. 굶주림과 통제를 못 견디겠다고 사선을 넘어온 동포를 박대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드물기는 하지만 월북하여 그쪽에서 환대받는 경우도 있다. 남한에서 외무장관을 지낸 최덕신과 육군 소장 최홍희도 월북하여 공로를 세우고 생을 누렸다. 남북 분단이 희비의 쌍곡선을 빚어내고 있다.

문: 황장엽 씨의 망명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답) 황장엽 씨는 과거 김일성 정권, 북한의 국시였던 ‘주체사상’ 창시자다. 북한의 최고학부 김일성 종합대학 총장을 역임했던 황장엽 씨는 “인민이 나라의 주인이며 인민이 주체가 되는 나라는 외세간섭을 배제하고 그래야만 인민의 자유와 완전한 독립국가를 이룰 수 있다.”라는 요지로 북한 정권의 이론적 기저를 제공하였다. 김일성시대에 북한은 세계 약소국 지도자들을 초청하여 주체사상을 이용해 세뇌, 홍보, 전파하며 김일성을 세계적 지도자로 부각시키는데 활용하기도 했다. 지금도 남한에는 주사파(주체사상파)를 자처하는 중진 정치인들이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주체사상의 골자인 ‘인민 중심’을 김일성 중심으로 둔갑시키는 공작을 진행했다. 이른바 ‘우상숭배’ 선동이 시작된 것이다. 주체사상의 주인공 황장엽은 거세되고 위기를 느끼자 탈출을 감행했던 것이다. 황장엽 선생이 북경을 통해 망명 당시 주중 한국 대사는 유명한 정종욱 박사(정치외교학)였다. 정 대사의 도움도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하트마 간디나 솔제니친, 김구 선생처럼 황장엽도 자신의 이론이 훼손되자 치욕, 분노를 느끼고 의거를 강행했던 것이다.

철학자나 종교지도자는 신념과 자존심으로 산다. 정치철학 사상가 황장엽 선생을 평범한 생활인 범주에 넣고 가족들을 두고 홀로 넘어온 ‘배신자’라고 비판하는 것은 사려 얕은 잔인한 비판이다. 황장엽 선생이 북에 있었든, 남한에 있었든 그의 가족들은 희생당했을 것이다. 그를 배신자라고 혹평하는 것은 북한 정권 대변인의 논평이었다.

문: 남북통일에 관심두지 않는 지식인들을 비판하는 이유가 뭔가.
답) 나는 기본적으로 머리 텅 빈 사람보다 유식하고 식견이 높아 대화가 잘 통하는 지식인들을 존중한다. 그러나 지식인들이 잘 먹고 잘 살고 높은 신분만을 추구하는 이기주의에 빠진다면 평범한 생활인, 일반 기능공에 다름 아닐 것이다.

지식인이라면 마땅히 국가라는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기여할 수 있는 의지가 있어야만 ‘지성인’으로 존중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남북분단 문제를 남의 일처럼 외면한다든가, 통일을 심지어 겁내는 정도의 인식을 갖고 있는 지식인들에게 경멸감이 따르게 된다.

문: 해외동포의 역할과 전망은?
답) 반복되는 말이지만 현재 남북관계는 완전교착 상태다. 북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분국론’으로 통일은 더욱 절망에 빠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핵 포기 VS. 경제 지원론’은 연구 흔적이 보이지 않는 대북 압박일 뿐인 것 같다. 남한은 여야 내분으로 단일화된 통일정책이 없다.

결국 남북 양측을 설득하고 중도 입장에서 화해 분위기를 이끌어 갈 역할은 해외동포에게 주어 질 수밖에 없다. 통일을 염원하는 해외동포들이 힘을 합하여 남북 양 정권을 이해와 신뢰의 바탕위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남북이 경계할 이유가 없는 문화, 예술, 스포츠 분야부터 교류를 틀 수 있도록 중도 조직체를 발족시켜 양측에 특사 또는 특사단 상비를 구성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571)326-6609 

<정기용 전 한민신보 발행인, VA>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