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習慣)이나 버릇은 오랫동안 되풀이 되어 저절로 익혀진 행동양식이나 성질을 뜻한다.
누구나 나름대로의 한 두가지의 습관과 버릇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좋은 습관이라해도 주변 환경이나 직업에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고, 또한 나이가 들면서 습관이나 버릇도 바뀌면서 예전의 내가 아닌데 싶을 때도 종종 있다.
미국은 부지런한 아침의 나라다. 일찍부터 일을 시작하는 현장이나 관공서도 많고, 스쿨버스도 7시부터 시간마다 태워가고 12시가 넘으면 제자리로 돌아온다. 해가 지면 거리는 어둡고 인적이 없고 모두들 커튼을 치고 집안에서 무엇을 하는걸까? 식당도 8시나 9시면 문을 닫고 게다가 일요일엔 백화점이고 뭐고 대부분 6시면 닫는다. 주유소 편의점 맥도널드를 제외하면 걷는 이도 없고, 볼 일이 늦게 끝나서 꼬르륵 돌아올 때면 집 앞에 있던 포장마차 어묵 우동 국밥 치킨을 떠올리며 언제든지 나타나는 배달의 민족이 그리워진다.
내게도 나름대로의 괜찮은 습관이 몇가지 있다. 세계 어디를 가도 새벽 4시쯤이면 일어나 도시락 싸고 미국 뉴스를 그냥 켜놓고 신문 보고 집안 일까지 다하고 은행이나 마켓이 열기를 기다렸는데, 이제는 어찌된건지 늦은 아침잠에 깜짝 놀라 비몽사몽 일어나 여러가지 운동과 온갖 일을 보고 점심 전에는 귀가한다.
또한 무엇이든 사전에 공부를 열심히하고 계획을 세우고 되도록 실천하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뒹굴뒹굴하며 온갖 생각만 하면서, 내 나이에는 내일 일은 아무도 몰라 하며 그냥 내 맘대로 막사는 날이 늘어간다.
좋은 습관을 만들려면 적어도 3주 이상이 필요하고 3달 이상은 지나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작심삼일이라고 좋은 습관을 무너뜨리는데는 고작 3일 정도로 끝낼 수 있고 대개의 원인은 게으름이란 것도 알고 있다. 게으름엔 몽둥이 빼고는 약이 없다는데 다른 처방전은 없을까? 그렇게 나쁜 버릇이나 습관은 고치기가 힘들고 평생을 가는 것도 많이 있다.
나는 생각에 몰두하거나 불안하면 손톱과 살점을 물어뜯는다. 그리하여 나는 매니큐어를 신부화장 때 한번 해보았고 예쁜 손을 보면 남자라도 막 만지고 싶어지고, 홧김에 색색의 매니큐어를 사 놓았다가 굳혀버리곤 한다. 이제는 다음날 침대 밑에서 손톱 부스러기를 모으며 아이고 오늘은 단백질 칼슘 보충으로 고기랑 멸치를 먹어야겠다고 하면서 지낸다.
며칠전 건강진단을 받으며 운동을 매일 하는데도 몸무게가 늘어선지 무겁고 여기저기 저려와요. 날씬한 의사가 째려보며, 아무리 운동해도 왜 소용이 없냐고요? 나이가 들어서 움직임은 줄었는데 먹는건 똑 같으니 늘 수 밖에 없다며 더욱 푸짐해진 나를 평가한다. 그래도 무릎수술 전에는 운동하여 쬐끔 가벼워졌는데 수술 후 몇 달 지나서 다시 돌아왔다. 세상은 배고픈 이가 많은데도 식탐 많은 내가 한심하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하면서 은근과 끈기가 없는데 어쩌나 싶다.
그날 밤 나는 다시 결심을 했다. 무엇이든 보상이 있어야 목숨걸고 할테니 10파운드만 빠지면 떳떳하게 한국에 간다고 내게 주는 상품을 미리 정했다. 골프장에서 공원으로 바뀐 호숫가를 오리 똥을 피해 묵주를 돌리며 걷고나서, 맘 약해질까봐 미리 실어둔 운동가방과 함께 스포츠센터로 달려가 헛둘헛둘 운동기구를 밀고 당기고 나서 수영도 물개처럼 푸드덕 한다.
과학적 장비가 좋아야하니, 새 마음으로 우선은 정확하지 않은 눈금 저울은 치운뒤 최신식 숫자 저울로 바꾸고 하루에도 수십번 살그머니 오르내리며 얄미운 그들을 떠올린다. 어쩐지 모임에 가면 아이고 얼굴이 건강해 보여요! 아주 잘 지내고 있냐고 한다. 속으로 어머나 지난주에 마사지 받고 맘이 편해서 보기좋은거라 착각했지만 그건 살이 쪘다는걸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다음날 눈꼽만큼 내려간 걸 흐뭇해서 보리차 같은 커피를 마시다가, 미국인의 삼분의 일은 과체중 비만이라는 신문을 보며 역시 나는 미국시민인 걸 확실히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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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희 전 한국학교 교사,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