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법 정교화 한인들 ‘비상’
▶ 공공기관·기업·공관 사칭
▶ “즉각적인 결제 요구할 땐 대응 멈추고 철저히 확인”
인공지능(AI)을 악용한 각종 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한인사회를 포함한 미 전국에서 전반적인 피해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정부 기관이나 공공 서비스, 대기업을 정교하게 사칭하는 수법이 확산되며, 자칫 방심할 경우 큰 금전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LA에 거주하는 40대 한인 김모씨는 지난해 말 연방 국세청(IRS)을 사칭한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에는 세금 환급금이 보류돼 있으며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내용과 함께 온라인 링크가 첨부돼 있었다.
링크를 클릭하자 국세청 로고와 공식 홈페이지와 거의 구분이 되지 않는 화면이 나타났고, 개인정보 입력을 요구하는 안내가 이어졌다. 김씨는 입력 직전 이상함을 느껴 국세청 공식 웹사이트를 직접 확인했고, 해당 문자가 당국을 사칭한 사기라는 사실을 알게 돼 피해를 피할 수 있었다.
오렌지카운티에서 소규모 사업체를 운영하는 50대 한인 박모씨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박씨는 올해 초 전력회사 직원을 사칭한 문자 메시지를 받았는데, 실제 직원 이름과 부서명까지 언급하며 체납 요금을 즉시 신용카드나 계좌이체로 납부하지 않으면 전기가 차단될 수 있다고 압박했다. 박씨는 급한 마음에 결제를 고민했지만 기존 청구서와 달라 의심이 들어 전력회사에 직접 문의했고, 해당 연락이 사기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처럼 사기범들은 공포와 긴급함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피해자를 속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AI 기술을 활용해 문장을 더욱 자연스럽게 만들거나 실제 인물의 음성을 복제해 전화 사기를 시도하는 등 수법이 한층 정교해지고 있다.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2025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접수된 각종 사기 피해 신고는 총 237만5,000여 건으로 잠정 집계됐다. 같은 기간 피해액은 약 122억6,460만 달러에 달해, 분기별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최근 수년간 사기 신고 건수는 다소 감소하거나 정체 양상을 보였지만, 피해액은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해 왔다.
2021년 1~3분기에는 신고 건수가 242만6,000여 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피해액은 약 42억 달러 수준에 그쳤다. 반면 2024년에는 신고 건수가 195만여 건으로 줄었음에도 피해액은 93억 달러를 넘어섰고, 2025년에는 신고 건수와 피해액이 동시에 급증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사기 수법이 고도화되며 1건당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형별로는 정부 기관이나 기업을 사칭하는 사기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25년 1~3분기 사칭 사기 신고는 84만여 건에 달했으며, 온라인 쇼핑 및 부정 리뷰 사기, 인터넷 서비스 사기, 사업·일자리 사기, 투자 사기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에는 한국 공관이나 한인 단체를 사칭한 사례까지 보고돼 한인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정부 기관이나 금융기관을 사칭해 개인정보 입력이나 즉각적인 결제를 요구할 경우, 일단 대응을 멈추고 공식 홈페이지나 공인된 연락처를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예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급하게 결정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
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