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해찬 수석부의장님, 편히 쉬십시오

2026-02-03 (화) 08:16:27 이재수 민주평통 미주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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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님의 별세 소식은, 국경을 넘어 미주 동포사회에도 깊은 슬픔과 묵직한 여운을 남기고 있습니다. 고국을 떠나 살아가지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평화, 그리고 한반도의 미래를 늘 마음에 품고 살아온 미주동포들에게 그의 이름은 단순한 정치인의 이름이 아니라, 한 시대를 관통해 온 책임의 상징이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오래전 노무현 재단 이사장으로 계실 때 워싱턴을 방문하여 귀한 말씀과 노무현 대통령을 기리기 위한 기념관 건립에 전념하시던 모습이 선합니다.

고인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제도화 과정 한복판에 서 있었던 인물이었습니다. 국무총리로서 국가 운영의 책임을 맡았고, 교육·행정·지방자치 등 국가의 뼈대를 이루는 영역에서 수많은 개혁 과제를 현실의 제도로 구현해 낸 실천가였습니다. 특히 교육개혁과 지방자치의 정착, 행정의 합리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 의미가 더 분명해지고 있는 공적입니다.

미주동포의 시각에서 볼 때, 이해찬 수석부의장님의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은 한반도 평화를 국제사회와 동포사회에 설득해 온 정치인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는 남북관계와 평화 문제를 국내 정쟁의 소재가 아니라, 국제적 공감과 지속 가능한 구조 속에서 다뤄야 할 과제로 인식해 왔습니다. 이는 해외에 거주하며 미국 사회와 국제 여론 속에서 한반도를 설명해 온 미주동포들에게 매우 중요한 관점이었습니다.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으로서 그는, 평화와 통일 논의가 특정 세력의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국민적 합의와 국제적 협력 속에서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미주지역 자문위원들과의 소통에서도 그는 늘 “평화는 감정이 아니라 정책이며, 선언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구조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서거 이후 일부 극우 유투버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폄훼와 왜곡, 그리고 조롱에 가까운 언행들은 깊은 우려를 자아냅니다. 정치적 평가와 비판은 살아 있는 민주주의의 일부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생애 전체를 부정하고, 죽음 앞에서조차 인간적 존엄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민주주의의 성숙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정치는 결국 사람의 삶과 공동체의 미래를 다루는 일입니다. 공과에 대한 평가는 역사에 맡기되, 한 시대를 책임졌던 공적 인물의 죽음 앞에서조차 최소한의 예의와 성찰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의 품격일 것입니다.

이해찬 수석부의장님이 남긴 유산은 특정 진영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그가 평생 붙들고 씨름했던 질문, 즉 전쟁 상태를 끝낼 용기, 공고한 한반도 평화의 제도화를 통해 민주주의를 지켜낼 인내, 미래 세대에 책임지는 정치는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남겨진 과제입니다.

그분의 삶을 왜곡하거나 지워내는 대신, 그가 끝까지 놓지 않았던 평화와 민주주의의 무게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우리 스로에게 물어야 할 것입니다.
이해찬 수석부의장님 편히 쉬십시오.

<이재수 민주평통 미주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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