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세 남자환자가 어지럽다는 이유로 필자를 찾아왔다. 환자는 갑자기 어지럽다고 느끼기 시작하였는데, 그 양상은 주위가 한 방향으로 심하게 빙빙 도는 느낌이었다. 아침에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나타났다고 한다.
환자의 어지럼증은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환자는 예전에도 여러 차례 어지럼증으로 고생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뭔가 이전에 생겼던 어지럼증과는 다르다고 하였다. 필자를 찾아온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다.
환자가 설명하기로 과거에 경험했던 어지럼증이 시간이 좀 지나면 스스로 잦아들어 괜찮아졌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더 심해졌다고 한다. 어지럼증과 더불어 속도 메슥거렸으며 균형감각의 이상으로 걸음걸이를 잘 떼지도 못하였다.
환자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의 내과적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진찰상 환자의 안구가 불규칙적으로 떨리는 ‘불규칙 안진’ 소견이 있었다. 이는 환자의 어지럼증이 ‘중추성 어지럼증’임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으로 환자의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바로 머리속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어지럼증이란 주위의 공간이 자신이 생각하는 움직임과 다르게 움직이는 것처럼 느끼는 일종의 착각이다. 주위에 대한 공간감각 정보는 ‘정보를 입력하는 과정’과 더불어 입력된 ‘정보를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다. 공간 감각을 다루는 신경계를 바로 ‘전정계’라고 하는데, 공간 감각 정보는 ‘말초 전정계’를 통해 입력되어 ‘중추 전정계’에서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 진다.
어지럼증이란 다름 아닌 이러한 과정에 문제가 생길 때 나타나는 신경학적 증상이다. 구체적으로 공간감각 정보가 입력되는 신체 기관으로는 귓속의 전정기관, 시각계, 그리고 위치 감각을 담당하는 말초신경을 들 수 있고, 이들의 문제로 발생되는 어지럼증이 바로 말초성 어지럼증이다. 반대로 공간감각 정보를 분석하는 부위로는 뇌의 대뇌, 소뇌 및 뇌간을 들 수 있으며, 이에 병변이 발생하였을 때 생기는 어지럼증이 중추성 어지럼증이다. 위 환자의 경우 뇌의 아래 부위 가운데 하나인 뇌간에 뇌졸중이 발생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지럼증은 다른 말로는 현훈증이라고도 하며 매우 흔한 증상이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인구 10명당 한 명꼴로 어지럼증을 경험한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65세 이상에서는 인구의 30%에서 어지럼증이 발생하며 이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더욱 증가한다고 한다.
문의 (571)620-7159
<
임정국 신경내과 전문의 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