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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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수통일, 그러나 요원하다

2024-08-14 (수) 이영묵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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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에서 남북통일 정책은 1988년 77 선언 때에 작성된 것으로 그 이후에 대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으므로 새로운 통일정책을 세우겠다는 기사를 보았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며 나름대로 생각을 해 본다.

1980년에 제5공화국이 탄생한다. 그러자 독재정권 타도를 외치며 거리 데모가 시작된다. 그런데 순수하다면 순수하다 할 학생운동에 공산주의자가 아니라 ‘빨갱이’가 끼어든다. 소위 NL 종북주의, 그리고 PD 평등파 계급투쟁의 출현이다.

이러한 NL 종북주의와 PD 평등파는 그 후 남북의 경제적, 국제사회적 위치, 인권 옹호 등의 현격한 결과로 오늘에 이르러서는 국민의 신의를 잃고 존재가치를 잃어 없어진 것 같으나 그들이 남긴 나쁜 유령이 오늘날에 갑자기 등장한 것 같다. 따듯한 가슴을 열고 한 민족이니 남북통일을 하자는 바로 그것이다.


나는 그 유령의 남북통일 운운하기 전에 우선 남과 북의 현실을 직시해 보자고 말하고 싶다. 현재 남한의 일인당 국민소득이 $34,400이고 북한의 국민소득이 $1,145이어서 북한 총 국민소득은 남한의 1/30, 즉 3.3%이며 남한 인구가 북한 인구의 2배이니 북한의 국력은 남한의 1.65%이다. 남한의 2%도 못 된다는 말이다. 그 차이가 엄청나니 통일을 한다면 남한이 북한을 흡수하는 것이지 남북통일은 될 수 없다.

북한도 통일이 된다면 자기네들이 흡수당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렇게 떠들던 남북통일 이야기는 이제는 쑥 빼고 남한을 하나의 다른 국가라며 남한을 대한민국이라 부르며 평양거리에 있는 그 커다란 통일탑도 없애고, 지하철 통일역도 그냥 역이라며 통일이란 글자도 없애 버렸다고 한다.

북한의 현실이 이러할 진데 무엇을 얻고자 통일, 통일 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뜨거운 가슴을 열고 남북통일을 하자는 것은 철부지들의 생각 없는 짓 같다.
그동안 대통령이 삶은 소대가리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돈도 퍼 주어 보았다. 결국 그 돈은 하수구로 흘려보낸 것 같다.

또 그 정도를 넘어 말 상대로 그저 만나만 보자며 돈도 싸들고 갔었고, 일개 차관급 관료에게 냉면이 목구멍에 넘어 가냐고 꾸지람도 들었다. 현실이 이러니 이제 한 민족이란 이름 아래 뜨거운 가슴의 통일이란 말은 숙고해야 한다.
남북통일 원한다. 왜? 북한에 수백 개의 교회를 지으려고? 돈 싸들고 북에 가서 부동산 투자하려고? 북한에 두고 온 집문서 들고 내 땅 내 집 찾으려고? 남한으로 젊은 사람들 데려와 값싼 노임으로 공장에서나 가정부로 쓰려고?

천만에! 결과는 남한에 임금 지불 질서의 혼란을 넘어 파괴되고 밤낮 파업만 소동만 일어나고 밤거리 마음대로 나 다닐 수도 없는 공포의 거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고충들을 뜨거운 가슴의 동포애로 감수하자고 하자. 그러면 그 숱한 손해를 보면서 도대체 통일로 얻는 것은 무엇일까? 평양거리에서 한 민족이라고 얼싸 안고 아리랑 부르는 것? 묘향산, 백두산 관광? 남북 학생이 모여서 만주는 우리 땅 데모하며 행군하는 것? 그 정도 이상 무엇이 있을까?

호소하고 싶다. 유령 같은 민족이란 구시대에 단어에 그만 매몰되지 말자. 민족? 본래부터 민족이란 단어는 없었다. 동이족, 몽고족, 말갈족 하며 족이란 단어만 있었다. 그런데 근대 일본인들은 사쓰마 번 사람, 죠슈 번 사람 하면서 지방정권 사이에 지금의 여권 같은 것으로 통행이 가능했던 터라 명치유신 때에 이래선 안 되겠다고 하며 우리는 천황폐하의 다 같은 백성(민)이다 하며 백성(민)의 (족)을 붙여 민족이란 단어가 근대 일본에서 처음 생겨났고, 우리는 일제에 항거할 때에 그 단어를 얻어 쓰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은 AI 시대이다. 민족 운운은 골동품이다. 이미 미국이란 나라가 게르만 족, 앵글로 색슨 족, 라틴족, 아프리카 아시아의 여러 족들이 혼합하여 살지만 세계 최강국으로 잘 살고 있다. 인권과 자유 시장 경제가 잘 굴러가고 있으니 말이다.

남북이 하나 되는 것이 안 되는 것 보다는 좋을 것이다. 하지만 배급이란 것을 받아 본 적이 없고 경쟁과 자급 자생으로 자란 장마당 세대가 북한의 중심이 되고 그래서 경제적으로 남한에 얼마라도 따라가고 평균 키도 좀 비슷해질 때까지 남한은 그저 세계의 흐름과 민주주의 시장경제의 정보와 계몽에 전념만이 해야 할 전부이다. 그것이 통일의 먼 길이 아니고 지름길이다.
그놈의 민족 타령, 뜨거운 가슴 타령 그만하고 오늘의 잘 돌아가고 있는 미국을 직시하고 그 가치를 마음속에 지켜야 한다.

<이영묵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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