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8.15 광복절 79주년을 맞는다. 이 날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처해있는 국제환경, 제반 여건을 냉엄하게 점검해 본다. 우리가 확실하게 ‘민족 자주’를 누리고 있다고 주장할 자신이 있는지 회의적이다.‘광복’이란 게 뭔가. 외세의 지배로 부터 벗어나 국가 주권을 되찾고 완전 독립을 구가하는 실재를 이루는 상태이다. 한 나라가 외교, 국방, 경제 등등의 측면에서 타국의 간섭을 받거나 일방적인 압력을 받아 자국의 정책이 기를 펴지 못한다면 그 신세는 피지배, 예속 상태에 다름 아니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비약적 경제 부흥으로 국제적 지위가 향상하였다. 국민의 자유, 인권존중도 긍정적 수준에 도달해 가고 있음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국가적 복지 향상과 국민 자유의 지속은 거저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 한국의 경제발전과 인권신장도 자력을 근간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고 외세의 도움이나 보장이 따라야 한다면 결코 신뢰감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소위 신식민주의(Neo Colonialism)는 강대국이 우방국을 경제, 외교 내정간섭 순서로 제압해 들어가는 개념이다.
올 8.15 광복절을 맞이하면서도 역시 한국이 누리고 있는 경제번영과 자유에 대한 애착이 미래 불투명성과 함께 오버래핑 되어 온다. 우리는 광복절 기념식 단상에 올라 일본 제국주의의 만행을 규탄하고 비분강개하지만 해방과 더불어 따라온 비극, 후과는 실감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8.15 해방은 우리 힘으로 성취한 것이 아니다. 미국이 일본의 항복을 받아냈고 소련, 영국, 중국이 합세하여 한반도를 해방시켜 준 것이다. 이때 우리 민족의 독립 최고 지도자 김구 선생은 우리의 힘이 아닌 외세에 의한 ‘해방’을 땅을 치고 아쉬워하였다. 김구 선생이 우려했던 대로 미국과 소련은 한반도를 나누어 점령해 버렸다. 이렇게 강대국들 탐욕의 제물로 분단된 한반도의 비극은 지금 이 순간까지 이어지고 있다.
결국 8.15 해방은 우리 민족의 일제 식민지배로 부터의 구원 대신 민족분단의 비극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강대국들은 한반도 양측에 민주주의, 공산주의라는 상극이념을 뿌리박아 놓고 패권의 격전지로 만들어 버렸다.
여기에 우리 남북 정치인들은 민주, 공산 배후 세력에 각각 빌붙어 다루는 바람에 분단의 골이 점점 더 깊어지고 말았다. 대립이 더 심화하여 전쟁이라는 비극을 치렀다. 순수 민족주의자, 애국자, 양심적 지식인들이 마구 처형, 희생당했다. 그리고 남북은 제각각 자기들의 권력을 보존하기 위해 배후세력 강대국들에 정권의 운명을 내맡긴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실질적으로 남북이 주권국가인가. 즉각 “그렇다”라는 긍정적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바로 지난달 북한 정권은 러시아 푸틴이 무기 구매하러 온다고 부산을 떨며 도착시간이 늦자 인민들을 새벽 3시가 넘도록 길거리에 세워놓고 환영 아부행사를 벌였다. 북한은 중국 시진핑에게 툭하면 축하서신을 보내거나 친선 사절단을 보내 성의표시를 한다. 북한이 주권국가인가?
남한도 양상만 다르지 북한 처지와 다를 게 없다. 물론 경제협력이나 인권보장, 언론자유 등의 측면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내부사정은 의외로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다. 미국과 공동방위조약이 체결돼 있고 북한의 핵 공격 등 방어를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까지 끌어들여 협력체를 만들어 놓았다. 안보라인 각료들을 교체하려면 사전에 미국 CIA와 협의를 해야만 한다는 것이 정설처럼 돼 있다. 주요 교역국이 된 중국과도 미국의 영향력으로 본의 아니게 충돌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전해지고 있다. 한국도 주권국가 맞나?
어떤 각도에서 한반도 남북을 고찰해 보더라도 확실한 ‘광복(해방)’은 미완성이라야 옳다. 이 참상의 원인은 분단 때문이다. 남북이 서로 자기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외세를 등에 업기 때문에 간섭받고 지배당할 수밖에 없는 시나리오가 계속 되는 것이다.
강대국들은 통일된 한반도가 상대편에 서게 될 것을 우려한다. 강대국들이 한반도의 장래를 신뢰할 수 있도록 남북 동포 양심세력이 일치단결하여 통일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분단이 오래 지속되는 동안 남북 지식층들의 카멜레온 같은 타락이 가슴을 후빈다. 지식인들일수록 남북화해나 통일추진을 부담스러워한다. 통일에 대한 공포심을 갖는 자들까지 있다. 남북분단은 권력자, 지식인들이 빚어낸 것이지 남북한 동포들이 갈라서자고 주장한 것이 아니다.
올해 8. 15 광복절은 감격보다 슬픔을 실어온다. 남북 양심세력, 애국동포들이 총 단결하여 한반도 통일을 위해 나서야 진정한 민족광복의 기치를 들어 올릴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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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용 전 한민신보 발행인,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