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공공재와 우리

2024-07-25 (목) 로리 정 갤럭시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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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의 수도는 라파즈다. 라파즈는 해발 4천미터 높이의 분지에 만들어진 도시다. 비행기가 착륙하면, 건강한 사람도 머리가 띵하다. 산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보통의 분지는 가로로 넓은 사발 모양인데, 라파즈는 절구 모양의 골이 깊은 분지다.

도시가 생기면 연쇄적으로 일자리가 생긴다. 사람들이 수도로 몰리니 인구는 늘어난다. 집 값은 올라가고 사람들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집을 짓는다. 미국에서는 비교적 부자들이 산 위에 집을 짓고 살지만, 라파즈 사람들은 비싼 집 값을 피해 고지대로 올라간다.

도시가 고지대에 있어서 물이 부족할 거 같지만, 산에 눈이 많이 녹아 그 눈으로 물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고 한다. 천만 다행이다. 그 U 자 형태로 생긴 비탈길에 물을 지고 나르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고달프다.


U자 모양의 도시의 높은 곳에 사는 사람들이 이용할 만한 교통 수단은 없다. 길이 가파르니 주로 계단식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교통 수단이 케이블 카다. 기발한 아이디어다. 관광지에서만 볼 수 있는 이동수단이 아니다. 이 케이블 카는 미국이나 한국처럼, 오렌지 라인, 실버 라인 등 방사선 모양으로 거미줄처럼 운영된다. 다른 노선으로 갈아타는 환승 역도 있다. 새로운 노선이 계속 생기고 연장선이 생기는 것을 보니 라파즈라는 도시도 계속 확장 중이다.

볼리비아 라파즈의 케이블 카는 노선마다 케이블 카에 색깔을 입혔다. 최근에 새로 개통한 그린 라인은 초록색 케이블 카가 다닌다. 하늘 위로 노란색, 은색, 파란색, 빨간색, 보라색, 자주색, 금색 등의 케이블 카가 떠 다니는데, 마치 하늘에 열기구 풍선이 날아 다니는 것 같다.

이 케이블 카는 수평으로만 이동하지 않는다. 절벽 앞에서는 거의 90도 수직으로 오른다. 발 밑이 간질간질하다. 분지 아래 중앙의 평평한 곳 뿐만 아니라, U자형 절구 모양의 안 쪽 벽에도 모두 집이다. 케이블 카 정류장에 내려 그 구불구불 비탈길을 지나면 그들의 보금자리인 집이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 있다면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만한 독특한 자연 속에도 집을 지어 살고 있다. 자연보다 사람이 우선이다. 겉으로 보기엔 작고 남루해 보이지만, 밤이 되면 이 분지 도시는 영롱한 불빛으로 반짝인다. 세계 어디를 가도 보기 힘든 아름다운 광경이다. 낮의 험루한 판자집이 밤의 화려함을 만들어내는 아이러니라니.

이들은 케이블 카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공중을 떠다니는 대중 교통수단이다 보니 안전에 더 신경을 쓸 거다. 자칫 고장이 나기라도 하면 대체 교통수단이 부족하고, 그에 따른 불편함 때문인지 이들은 이 공공재에 꽤 각별해 보인다. 부패와 부정축재 등으로 인하여 본인들이 갖고 있는 천연자원에 비해 어렵게 살고 있는 중남미 국가에서 케이블 카는 서민을 위한 안전하고 편리한 매우 소중한 교통 수단이다. 덕분에 나같은 이방인은 라파즈에서 색다른 경험과 멋진 구경을 했다.
문의 (703)625-9909

<로리 정 갤럭시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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