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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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스터마이징의 시대, 의학도 개별화가 가능할까?

2024-07-24 (수) 정호윤 예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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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커스터마이징의 시대이다. 옷을 입을 때도 천편일률적으로 시대의 유행을 쫓기보단 각 개인의 체형과 피부톤에 맞춰 개별화된 패션을 추구한다. 그래서인지 한의사로서 오래전부터 말해 온 ‘체질에 맞는 음식(섭생)’, ‘질병에 맞춘 치료’, ‘계절에 맞춘 생활 패턴(양생)’ 이라는 개념이 최근 몇 년 사이, 보다 많은 이들에게 확실히 예전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를 임상에서도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각 개개인의 맞춘 커스터마이징의 시류가 본격화된 시대에, 의학도 개별화된 치료와 관리가 가능할까?

한의학은 맞춤의학의 시작, 사상의학은 맞춤의학의 완성형

본인은 한의학, 그 중에서도 한국의 사상의학이 아마 관념적으로도 실증적으로도 이 분야에 있어서는 가장 잘 발달된 학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한의학의 진료와 치료를 행하기에 앞서 가장 기본 뼈대가 되는 이론인 ‘음양이론’ 자체가 ‘상대성’에 근거한 개념이고, 여기서 각각의 개인이 타고난 체질이 다 제 각각이라 각 개인의 기본 뼈대가 되는 체형과 성정이 서로 다른 기준을 지니고 있다는 한국의 ‘사상의학’은 가히 맞춤의학의 교과서와도 같다고까지 할 수 있겠다.


‘그 자체로 좋은 것’보다 중요한 ‘나에게 좋은 것’에 대한 이해

한의학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분석하는 기본 관점인 ‘음양이론’은 서양의 선악론과는 그 본질이 완전히 다르다. 음양이론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세상의 존재하는 모든 사물의 근원은 같기에 어떤 것의 좋고 나쁨을 판단할 때 그 대상만 분석해서는 판단을 내릴 수가 없고, 반드시 나와 그 사물과의 관계 설정에 의해서만 그 사물에 대한 정확한 가치 평가가 가능해진다. 즉,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유용성은 그 자체의 ‘가치’가 아닌 나의 ‘필요’ 혹은 ‘상태’에 따라 결정되게 된다는 것이다.

하루 세끼의 식사, 또한 고정 관념이다

그러니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몸에 좋은 슈퍼푸드나 누구의 건강에나 큰 도움이 되는 최고의 운동같은 것 들을 끊임없이 찾아 헤매는 현대인의 모습은, 한의사의 관점에서 보면 결코 좋지 못한 노력이다. 아니, 심지어는 하루 세끼만 딱 챙겨먹어야 건강하다는 상식에 가까운 속설조차 한의학의 관점에서는 매우 잘못되었고 위험하다고 본다.
아직 성장기에 있고, 활동량이 많아 많은 에너지량이 필요한 청소년기엔, 당연히 우유나 고기같은 고열량, 고단백 식품이 필요하다. 물론 위장의 용량 문제로 인해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양이 한정되어 있으니 간식 포함 하루에 적어도 4번에서 6번씩은 먹어줘야만 아이들은 신체의 필요를 충당할 수 있다. 당연히 많이 먹고 많이 쓴 만큼 나오는 부산물을 배출하기 위해, 대변도 하루에 두세 번씩은 가야 한다. 이것이 어린아이에게 좋은 식단이고, 식습관이며, 건강한 배변 활동의 대략적인 기준이 된다.

다른 사람에겐 약, 나에겐 독

이처럼 다른 사람의 약이 내게는 독이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독이 되는 음식들에 내게는 약이 된다. 어렸을 때는 먹을 때마다 속이 불편했던 음식들이 나이가 들수록 자꾸 생각이 나고, 오랜만에 먹어보니 이번에는 몸이 가뿐해지고 좋은 것 같다. 생활 속에서 종종 겪는 이러한 현상들에 더 이상은 의아함을 품지 말자. 어떤 이유로는 내가 남들과 다르다면, 나에게 좋은 음식, 운동, 치료법도 남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꼭 기억하자.
문의 (703)942-8858

<정호윤 예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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