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하면 뭐니 뭐니 해도 등대, 그리고 “등대지기”가 떠오르겠지 싶다. 생사의 갈림길, 거친 풍랑에서도 그나마 천행으로 살아남아 지칠대로 지친 어부들에게 비추어지는 망망대해 중에서 깜빡 깜빡이는 희미한 불빛! 기적과도 같으며 하늘의 천사라고 아무리 찬양해도 한 치의 과장도 될 수 없는 말 한마디,‘등불’이 아니고 무엇일까.
그대로 살만하다. 왜? ‘등불!’, 힘든 중에도 사회 구석구석에서 들려오는 미담의 주인공들 이야기가 있어서다. 크고 작은 게 없고 모두가 나름대로 대단하고 존경과 눈물이 없이는 소화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이다.
80고령에 새벽 기상해 자동차로 10여분 걸리는 성당 문을 휴무인 월요일만 제외하곤 여러 해 동안 여는 고귀한 책무를 성실히, 기꺼이 수행하는 분이 있음을 안다. 허나 이런 사실은 아는 분들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
별것 아닌 것 같으나 이러한 일엔 경쟁(?)도 만만치 않음은, 어느 퇴직한 고위 외교관의 은퇴 후 하고 싶은 Bucket Lists 중에 첫 번째였다는 사실만 보아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예 교회 근처로 이사해 채소 텃밭을 가꾸며 교회지기, 성당지기 역이 제일의 소원이었다고 하는 말이다.
영화,‘국제시장’의 주인공들은 파독 광부, 간호사분들이 아니겠는가. 모두가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다. 1960-70년대 조국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극도의 가난과 절망 속에서 이의 극복뿐만 아니라 그 힘든 여정 후 또 다른 힘든 이들을 도와주는 미담은 흘러넘치고도 남는다.
영화 내용 중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긴 갱도 폭발시 그 속에 절망적으로 갇혀 있을 생존 동료들을 구출하려 들어가겠다는 젊은이들과 위험하며 특히 불가능해 보여 안 된다는 광업자 측에 강력히 항의하며 광부들을 대변해주는 간호사들, 친 동기 이상으로 부상을 치료해주는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들이다.
그중 한 분이 ‘만희 재단’ 박형만 이사장의 이야기다. 오늘에야 그분의 이야기를 알게 되어 송구한 마음이다. 수많은 자선 활동 중 특히 힘들고 어린 젊은이들 장학사업이 눈에 띈다.
필자의 주위엔 남 알게, 모르게 등대지기 자처하는 친구, 친지들과 개인적 교류는 비록 없지만 사표로서 존경하는 분들이 적지 않음에 필자는 행복하다. 약물중독 청소년들 선도, 치료, 재활사업을 필생의 목표로 설정하고 몇 십 년을 실천해오고 있는 고교 동창인 나성(L.A.)의 K.목사님, 워싱턴DC인근(전국조직) 장애우 돌봄 조직을 오랫동안 이끄시는 J 목사님과 단원 제위, 희망의 등불을 이끄시는 K선교사님, 남가주에서 등대의 K 목사님, 아예 무명 단체로서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는 수많은 개인과 단체들이 있음에 자랑스럽다.
이분들이야말로 어렵다는 세상에 없어서는 아니 되는 빛과 소금이다. 그러나 이분들 이외에도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빛과 소금들이 무수히 많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봉사”라는 용어를 쓰지 않음이다, 왜? 우리들이, 자신들이 받은 수많은 혜택들에 대한 돌려주는 일종의 ‘되갚음’,‘빚갚음’이라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들 모두는 ‘빚쟁이들’, 빚쟁이들이 당연히 갚아야 될 빚 갚는 행위를 무슨 선한 일을 한,‘봉사’로 치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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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길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