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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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 근처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풍광 ‘매력’ Sandstone Peak (3,111’)

2020-12-18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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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 근처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풍광 ‘매력’ Sandstone Peak (3,111’)

Sandstone Peak의 원경

계절이 어느 덧 추운 겨울로 접어들매, Los Angeles County의 뒷산이라고 할 수 있는 San Gabriel산맥의 고산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하얀 눈의 세상이 되어졌다. 당분간은 설산등반의 위험을 고려하여 고산이 아닌 곳으로 산행을 하는 것이 안전한 일이겠다.

참고로 우리가 살고있는 Los Angeles와 Orange County지역을 둘러싸고 있는 산줄기들을 개괄해본다.

California 와 미 본토의 산맥들은 대개 남북으로 즉, 종으로 뻗어 있다고 한다. 이에 비해 유독 LA주변의 산맥 몇 군데는 동서로 즉, 횡으로 뻗어 있는 형세를 이루고 있는데, 이는 2000만년 전 쯤의 아득한 옛날에 일어난 지각의 변동 때문이라고 한다. 즉, 북미판 지각과 태평양판 지각이, 지금도 그렇듯이, 서로 부딪치며 태평양판이 비껴 올라가는 과정에서 북미판의 작은 조각이 부스러져 떨어졌고 이 분리된 조각이 태평양판이 북상하는 힘에 이끌려 90도 정도 시계방향으로 회전하게 되었단다.


그래서 지각의 관점에서 볼때는 “달팽이의 뿔”같이 지극히 작은 그 조각 안에 있는 산줄기들 즉, Santa Susana, Simi Hills, Santa Monica, Verdugo, San Gabriel, San Bernardino 등 산맥들의 방향이 지금처럼 동서로 뻗어 나가는 형국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주말이면 차를 타고 수십마일씩을 운전하고 다니며 열심히 등산을 하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거의가 다 이 달팽이의 뿔 위에서 놀고있는 격이니, 역사 이래로 우리네 인간들이 벌이는 온갖 국가간의 전쟁행위를 일러 “와각지쟁”이라고 설파한 우리 옛 선인들의 웅대한 시야에 새삼 경외감을 느끼게 된다.

생성과정이야 어쨌거나 이들 산맥의 위치나 크기를 살펴보자.

LA를 중심에 놓고 보면, 북으로는 Santa Monica산맥(서쪽으로는 Mugu Peak, 동쪽으로는 Griffith Park에 이은 Elysian Park까지 동서로 40마일)이 있고, San Fernando Valley를 사이에 두고 그 북으로는 Santa Susana 산맥이 있으며, 이의 서편에 Simi Hills(동서로 26마일)가 있다. LA 북동쪽으로는 Verdugo 산맥(동서로 8마일)이 있고, Crescenta Valley를 격하여 북동쪽에는 San Gabriel산맥(대략, 동으로는 Fwy15 에서 서쪽으로는 Fwy14까지 동서로 68마일)이 있으며, 그 동쪽으로 San Bernardino산맥(동서로 60마일)이 있다.

이들과는 달리 LA지역의 더 남쪽에 있는 San Jacinto산맥(남북으로 30마일)과 Santa Rosa산맥(남북으로 30마일)은 종으로 뻗어 가는데, 아마도 이 지역은 그 옛날의 그 “작은 조각”이 아니었나보다. 아무튼 우리 LA지역을 둘러싸고 있는, 가까운 외곽의 산맥들만 해도 그 총연장길이가 300마일을 상회할 만큼 우리는 대단히 넓고도 험준한 산악지대를 이웃하며 살고 있어, 우리 LA지역 또는 남가주는 등산애호가들에겐 정녕 무궁무진한 파라다이스인 셈이다.

그런데 이들 산들의 형세나 높이는 어떠한가?

가장 서쪽인 Santa Monica산맥내의 Mugu Peak의 높이는 1,266‘인데, 가장 동쪽인 San Bernardino 산맥내의 Mt. San Gorgonio는 11,503’에 이르고 있어, 전체적으로는 점진적인 “동고서저”의 형국을 이루고 있다. 그런 가운데 LA의 바로 북쪽에 가장 가깝게 있는 San Gabriel 산맥은 동과 서의 중간위치라고 볼 수 있을 법하고, 따라서 San Gabriel 산맥의 중간지점을 기준으로 겨울철의 동쪽은 거칠고 추운 세계이고, 서쪽은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온화한 세계라고 할 수 도 있겠다.

우리는 오늘, 겨울에도 안전하고 온화한 쪽을 택하여 산행을 한다는 의미에서, 서쪽의 줄기인 Santa Monica 산맥을 찾아가되, 이 산맥에서는 최고봉이지만 그래도 3,111‘에 지나지 않아 편안하고도 아기자기하고 또 아름답기 그지없는 Sandstone Peak과 그 주변의 Boney Mountain Wilderness 를 향해 떠나기로 한다.


바나나 모양으로 한 바퀴를 빙 돌면 7마일의 거리에 순등반고도는 1036‘가 되고, 4~5시간을 잡으면 충분하다. 가고 오는 도중에 수십마일에 걸쳐 푸른 파도가 일렁이는 태평양 연안의 그림같은 풍경속을 달리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가는 길]
Fwy 10 West 를 타고 끝까지 가면 1번도로 즉 Pacific Coast Hwy 로 이어진다. LA 한인타운에서 12마일 지점이다. Hwy1을 따라 북으로 28마일을 더 가면 오른쪽으로 Yerba Buena Road가 나온다. 한국인이 주인이라는 항상 북적이는 해산물전문 레스토랑 Neptune’s Net 이 오른쪽 코너에 있는데 이를 끼고 우회전하여 구불구불한 중심길을 따라 5마일을 올라가면 길 오른편으로 Circle X Ranch 라는 큰 간판이 있는 Ranger Station 겸 Campground 가 나온다. 여기에서 등산에 필요한 상세지도를 구한 후 가던 방향으로 1.1마일쯤을 더 가면 왼쪽으로 Sandstone Peak Trail 주차장이 나온다. LA 한인타운에서 대략 46마일의 거리이다. 주차장이지만 산과 계곡의 전망도 있고 벤치와 화장실이 있으며 주차퍼밋은 필요치 않다.

푸른 바다 근처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풍광 ‘매력’ Sandstone Peak (3,111’)

Balanced Rock.


[등산코스]
잘 정비된 등산로가 북쪽으로 산을 완만히 오르게 나 있다. 산 위쪽으로는 Boney Mountains 의 암봉들이 보이는 가운데 잘 다져진 흙길이라 발을 딛기에 편하고 길섶으로는 Mountain Mahogany 와 Red Shank 들이 가지런히 자라있어 산 전체가 정결한 느낌을 준다. 특히, 바늘같이 가늘고 작은 잎들과, 껍질이 얇게 가닥져 벗겨져 내리는 황갈색 밑둥이 특징인 Red Shank 는 부드럽고도 푸르러 산행이 더욱 산뜻하게 느껴진다.

0.3마일을 올라가면 길이 좌우로 나뉜다. 좌측은 Sandstone Peak 까지 1.5마일의 거리로 갈 수 있는 첩경이고, 우측은 Mishe Mokwa Trail 을 통하여 반시계방향으로 한바퀴를 돌면서 이 지역의 여러 명소들을 두루 볼 수 있는 7마일의 풀코스이다. 우리는 우측으로 간다. 곧 왼쪽 숲으로 들어가는 작은 길이 나온다. 얼핏 일본인의 이름이 붙여진 것은 아닐까 생각되어지는 어감의 Mishe Mokwa Trail 인데, 이 이름의 배경과 이 지역을 잘 이해하기위해서는 “Circle X Ranch”의 역사에 대해 알아 볼 필요가 있겠다.

“Los Angeles Exchange Club” 이란 봉사단체가 있었다. 사회에 기여하기위한 방법을 찾다가, 젊은이들이 자연을 체험하는 경험을 통하여 자신감을 키울 수 있으니 그 들에게 그러한 기회를 만들어 주자는 뜻에서 이 곳의 땅을 매입한 것이 1949년의 일이었다. 지금의 Circle X Ranch 의 마크 - 동그라미안에 X - 도 창안하여 등록했는데, 이 때의 X는 Exchange 의 약자일 것이다.

곧 이어 이 땅을 Boy Scouts 에 연간 렌트를 단 1달러로 하여 99년간 리스를 해줌으로써, 이 곳은 Boy Scouts 의 수련장으로 활용되어 왔다. 처음엔 160에이커로 시작됐지만 많은 독지가와 단체의 헌금과 노력으로 1721에이커로 늘어나게 되어 Sandstone Peak 까지를 다 포함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W. Herbert Allen(1896~1981)이란 사람의 공로가 현저했다 하여 오래 전에 Sandstone Peak 의 이름을 ‘Mt. Allen’으로 개명코자 했으나, 정부가 이를 ”살아있는 사람의 이름을 지명에 붙인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한 후,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Mishe Mokwa 란 Chippewa Indian 의 신화에 나오는 어미곰의 이름으로, 호수에서 실종된 두 아기곰을 잊지 못하고 지금도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그 애절한 모성애의 내용이 청소년들의 정서함양에 도움이 될거라는 의미로 Boy Scouts에서 이를 등산로의 이름으로 채택한 듯 한데, 1989년에 이르러 이 Circle X Ranch 의 땅 전체가 국립공원관리국의 소유가 되어짐으로써, 이제는 청소년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들을 위한 장소가 되었다.

이 어미곰 등산로를 따라가다 보면 오른쪽은 Carlisle Canyon이 구불구불 뻗어 나가는 아름다운 녹색지대이고, 정면으로는 붉은 바위절벽이 계곡의 북쪽면을 성곽처럼 감싸고 있는 모습의 Echo Cliffs 인데, 이 곳은 암벽등반을 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등산로는 왼쪽 주봉을 끼고 돌며, 완만하게 내림길로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사람의 얼굴로 보이는 큰 바위가 보인다. 투둘투둘 살이 찐 얼굴가면을 쓴 남자같기도 하고, 달마도에 나오는 스님같기도 하고, 사무라이의 얼굴같기도 하다.

다시 걸음을 옮기면 계곡 건너편 언덕위에 종을 닮은 큰 바위덩이가 보는 이로 하여 아슬아슬한 마음이 들만큼 불안정한 형세로 서 있는 것을 보게 된다. Balanced Rock 이다.

이곳을 떠나 5분쯤을 나아가면 큰 Oak Tree 들에 둘러싸인 그늘진 아담한 공터에 다다른다. 길이가 15m는 됨직한 감자처럼 길쭉한 큰바위가 세 도막으로 잘라진 모습으로 놓여 있다. Split Rock 이다. Boy Scouts들이 이 곳을 지날 때에는 왼쪽의 갈라진 틈을 통해 이 바위 주위를 한 바퀴 도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빈터 한켠에 벤치가 놓여 있다. 아마도 이 코스에서 유일한 그늘진 공터인지라 잠시 앉았다 갈 수 있는 쉼터로 배려했을 것이다.

조금 걸으면 길이 왼쪽으로 바짝 꺾인다. 좌우로 각양각색의 돌출된 바위들이 즐비한데, 그 중에 가장 커 보이는 성곽같은 왼쪽의 바위산이 Skull Rock 이다. 등산로의 약간 오른쪽으로 다소 멀리 보이는 바위봉 중에 윗부분이 4조각으로 갈라져 발가락을 닯은 모습으로 있는 것이 Tri-Peaks 의 동봉이다.
푸른 바다 근처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풍광 ‘매력’ Sandstone Peak (3,111’)

Sandstone Peak 정상부근의 정경.


1마일 정도를 좌우의 화산암봉들과 Chaparral 숲의 아름다운 조화를 감상하며 걸어 가면 다시 길이 갈라진다. 왼쪽이 Sandstone Peak에 이르는 길이다. 2개의 큰 물탱크 옆에 이르면 길이 다시 갈라진다. 오른쪽으로 100m쯤 들어가면, 앞에 보이는 큰 암봉인 산타모니카산맥의 제3봉 Exchange Peak(2,950’)을 전망하는 곳이 된다. 화산의 폭발에 따른 용암의 분출로 이루어진 바위라는데 우중충한 잿빛이 아닌 은은한 연분홍빛이라는 점이 경이롭다.

다시 주등산로로 나와 동쪽으로 나아간다. 5분 정도를 걸으면 다시 오른쪽으로 50m쯤의 짧은 길이 갈라지는데, Inspiration Point 라는 표지판이 있다. 이곳에 서서 보는 경치는 너무나 선명하고 신선하여 감탄성이 절로 난다. 고도 2800‘인데 이름의 의미를 알 듯 하다.

다시 등산로로 나와 동쪽으로 10분 정도를 가면 오른쪽으로 또 하나의 암봉이 난공불락의 요새나 망루인양 바다쪽을 향해 우뚝 서 있는 것을 보게 된다. Boney peak(2,825’)이다.

다시 걸음을 재촉하기 20분 내외에, 드디어 다소 밋밋해 보이는 Sandstone Peak 의 서쪽면 아래에 이른다. 길이 다시 3거리가 된다. 오른쪽이 정상에 이르는 길이고, 왼쪽은 주차장으로 가는 길이다. 표지판이 있다. “산타모니카산맥의 최고봉 3,111‘” 라고 써있다. 정상까진 약 0.2마일의 거리이다.

서쪽면으로 난 완만한 오름길을 따라 어렵지 않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올라보면 동쪽과 남쪽면은 아찔한 느낌을 주는 깎아낸 듯한 단애이다. 그 최정상에는 가파른 암벽 한면에 1955년에 세운, W. Herbert Allen 의 얼굴모습과 함께 ‘Mt. Allen’이라 새긴 동판이 부착된 기념비가 있다. 정상등록부는 이 기념비 하단에 우편함을 닮은 Slot 안에 있으니, 절경을 굽어보는 몇마디 소감을 적어봄으로써, 우리 옛적 선비들의 풍류를 계승해 가는 것도 멋진 일일게다. 문재도 문재지만, 한잔 술 마저도 없으니 절창은 바랄 일이 아니겠으나, 그런들 또 어떠리! Inspiration Point 나 이곳에서 전망을 즐겨가며 점심을 먹는 것도 풍류라면 풍류일 터.

올라온 길을 다시 0.2마일을 내려가서, 3거리에서 동쪽으로 난 길을 따라 하산한다. 주차장까지 1.5마일이고 30분 정도가 걸린다.

정진옥 310-259-6022

http://blog.daum.net/yosanyosooo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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