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장대하게 우뚝 선 거목들 반기는 남가주의 ‘용두봉’

2022-09-30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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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가이드 Dragons Head(10,866’)

장대하게 우뚝 선 거목들 반기는 남가주의 ‘용두봉’
장대하게 우뚝 선 거목들 반기는 남가주의 ‘용두봉’

가끔은 주변에서 “이렇게 더운 날에도 산에 갑니까?”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실상은 요즘처럼 날씨가 덥고 일조시간이 긴 여름철이 되려 우리 남가주에서는 고산등산을 하기에는 참 좋은 시기라고 할 수 있으니, 고도가 높아 질수록 기온이 낮아지기에, 오히려 시원한 대기속에 길어진 낮시간을 이용하여 긴 거리를 걸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우리 남가주에서 가장 높은 산인 Mt. San Gorgonio(11503’)에서 멀지않은 곳에 있는 고봉인 Dragons Head로 여러분을 안내한다. 고국의 제주도에 있는 용두암이라는 이름의 돌출된 바닷가의 화산석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인데, 이 Dragons Head는 규모가 큰 하나의 엄연한 산봉우리여서 ‘용두봉’이라 부름직하다.

Mt. San Gorgonio의 정상점으로 부터 직선거리로는 남남서쪽 1.5마일쯤에 있는 고봉으로 해발고도가 10866(3312m)에 이르러, 백두산(2744m)보다도 훨씬 더 높다.


이 봉우리를 오르는 루트로는 북동쪽의 Fish Creek Trail을 이용할 수 있으나, 오늘은 바로 이 봉의 남쪽에 있는 Mill Creek에서 시작하여 Vivian Creek 과 High Creek 을 경유하여 북쪽으로 올라가는 Vivian Creek Trail을 이용한다.

이 Dragons Head는 147.9 평방마일에 달하는 San Gorgonio Wilderness에 속해 있기에 Mill Creek Ranger Station에서 반드시 사전에 입산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Vivian Creek Trail은 특히 등산인들에게 인기가 높아 적어도 2~3주일 전에는 허가를 받아 놓아야 안심할 수 있는데, 우편이나 Fax로도 신청할 수 있어 편리하다. 그러나 코비드19의 비상상황에 있는 요즈음에는 입산허가에 대한 규정이나 방법이 수시로 바뀔 수 있으므로 사전에 전화로 이를 반드시 확인하는 것을 적극 권장한다.

연락처 : Millcreek Ranger Station, 34701 Mill Creek Road, Mentone, CA 92359; Phone : 909-382-2881; FAX : 909-794-1125

왕복 17마일에 순등반고도가 6200’가 되는 힘든 산행이지만, 보통 왕복 10시간 내외를 잡으면 되므로, 요즘같이 일조시간이 긴 하절기에는, 이른 아침에 산행을 시작하면 해가 지기전에 왕복산행을 충분히 마칠 수 있다.

다만, 우리 가주에서 여름철에 고산을 등반하고자 할 경우, 폭우나 벼락 등의 급격한 기상 변화로 인한 불가항력적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정오까지는 정상에 올랐다가 서둘러 일찍 하산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여명에 즈음하여, 또는 가능한한 새벽 6시 이전에, 등산을 시작토록 하는 것이 안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고산에서는 오후쯤에 기상이 급변하는 일이 빈발한다. 보통 오전에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다습한 공기의 서풍이 높은 산 봉우리에 이르면 이에 가로막혀 그곳에 머물러 있게 된단다. 이들 다습한 공기는 한낮의 햇볕을 받으면서 차츰 더워지게 되는데, 이러한 상태가 어느 단계에 이르면 돌연 고온다습한 검은 소나기구름(적란운; Cumulonimbus)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예상치 않게 산행이 늦어져 깜깜한 야간에 하산을 하게 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Battery상태를 잘 점검한 Headlamp를 개인별로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가는 길

Fwy10을 타고 동쪽으로 가다가, San Bernardino를 지나서 SR-38의 출구인 Orange Street으로 나온다. 출구로 나와서 직진으로 1블럭을 더 지나면 Orange Street이 된다. LA 한인타운에서 약 69마일이 되는 지점이다.

여기서 좌회전 하여 0.5마일을 가면 Lugonia Ave가 나오는데 SR-38을 겸한 길이다. 우회전하여 8 마일을 가면 오른쪽 길변에 Millcreek Ranger Station이 보인다. 여기서 계속 SR-38 을 따라 직진으로 5마일을 더 가면 Valley of the Falls Road가 오른쪽으로 나 있다.

이 길을 따라 4.25마일을 가면 왼쪽으로 Big Falls Parking, 즉 Vivian Creek Trailhead가 나온다. LA 한인타운에서 약 88마일의 거리가 되는 지점이다. 이곳에 주차를 하고 주차증을 차안에 잘 걸어둔다.

등산코스

동쪽으로 나 있는 Trailhead를 통과하여 도로를 따라 0.5마일 정도를 가면, 왼쪽의 Mill Creek하상으로 내려가도록 안내하는 팻말이 있다. 이곳에서 최단거리로 모래와 바위가 뒤섞여 있는 100m정도 너비의 하상을 건너 북쪽의 산기슭에 이르면 다시 등산로가 이어진다.

지금 건넌 Mill Creek은 이 지점에서 동쪽으로 약 3마일을 올라간 Mill Creek Jumpoff Headwall(8456’)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부터 발원하는데, 서쪽으로 내려가면서 High Creek과 Vivian Creek이 합류되어지고 또 Falls Creek, Alger Creek, Momyer Creek, Oak Cove Creek 등이 차례로 유입되어지면서 Santa Ana River의 큰 지류가 된다.

‘Valley of the Falls Road’라는 이곳의 길 이름은 이 Mill Creek의 중간 중간에 여러 폭포들이 있기 때문에 지어진 것이겠는데, 이 Mill Creek이야 말로 Sierra Nevada를 연상시키는 험준한 산세를 지닌 Yucaipa Ridge를 오랜 세월에 걸친 꾸준한 침식작용을 통하여 마침내 San Bernardino Ridge로 부터 분리 독립시켜낸 물줄기라고 하겠다. 수적천석, 낙숫물이 그 잦음으로 댓돌을 뚫게 되는 섭리를 되새겨 보게 된다.

이제부터의 등산로는 한동안은 대체로 서북방향으로 지그재그 형태를 그리며 가파르게 올라가는 모양이 된다. 그래서 이 Vivian Creek등산로는 초반부터 힘을 빼게 하는 힘든 코스라는 것이 Hiker들의 중평이기도 하다.

등산시작점에서부터 대략 1마일을 온 지점에는 Wilderness구역의 시작임을 알리면서 퍼밋없는 등산을 경계하는 표지판을 만나게 된다. 잠시 후에는 길이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다소 완만한 내리막길에 접어 들게 되고 곧 하나의 물줄기를 만나게 된다. 이것이 바로 Dobbs Peak(10459’)의 남쪽 면과 그 주위로 내리는 비와 눈이 한군데로 모아져 흐르는 Vivian Creek이다. 오래전인 1898년에 이 험준하고 깊은 산속에 이 등산로를 만드는 일을 지휘 감독했던 Albert Vivian을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이 부여된 물길이다.

약 1.2마일을 온 지점(7200’)의 이 Creek의 오른쪽에는 Vivian Creek Trail Camp가 있다.

이곳에서 동쪽으로 나아가는 등산로 주변에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을 만큼의 장대한 거목들- 아마도 Incense Cedar 와 Ponderosa Pine -이 하늘을 떠받치듯 군데군데 서 있어, 이 산이 결코 범상치 않은 정기를 지닌 신령한 산임을 느끼게 한다.

하긴 예전에는 Mill Creek을 따라 22개에 이르는 제재소가 가동되고 있었다고 하니, 아마도 100여년 전만 해도 이곳에는 이러한 거목들이 즐비하게 들어차 있어 대단한 장관을 이루고 있었을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겠다. 태고 이래로 존재하던 그 장대한 나무와 숲들이 자칭 ‘문명인’의 손에 들어온 이후, 불과 수십년만에 급격히 훼손되어진 것이 불문가지의 사실이니, 우리의 지구별 전체의 입장에서는 ‘인류의 문명’이라는 것은 엄청난 재앙이 아닐 수 없겠다. 그나마 뒤늦게라도 ‘Wilderness’로 지정되어 이렇게 훼손을 막으며 보호하고 있음은 그래도 매우 다행한 일이다.

대략 3.5마일의 거리에 이르면 Half Way Trail Camp(8000’)임을 알리는 팻말이 있다. 1박2일 이상의 일정으로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산행도중에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역시 Vivian Creek이 지나고 있는 야영지이다.

이에서 더욱 동쪽으로 걸음을 옮겨가면 북서쪽으로 진행방향이 바뀌면서 Switchback 의 형세가 되는데, 전체적으로는 Dobbs Peak의 남쪽 기슭을 따라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나아가는 형국이다. 등산로 주변과 온 산비탈에 빈 곳이라고는 단 한뼘도 없도록 꽉 들어찬 Chinquapin, Buckthorn, Willow 등의 관목들이 빚어내는 짙은 푸르름과 연한 내음이 마냥 풋풋하고 싱그럽고 향기롭다.

약 5.8마일 지점에 이르면 ‘High Creek Trail Camp’(9440’)라는 표지판이 있다. 남가주의 제 2봉인 Jepson Peak(11205’)의 남쪽면과 East Dobbs Peak(10500’)의 동쪽면으로 떨어지는 비나 눈이 모여진 맑고 차가운 물의 흐름이다. 백두산 정상보다 더 높은 곳을 흐르는 물길이라 High Creek 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됐을 터인데, 이 물은 Vivian Creek과는 별도로 이곳을 조금 지난 후에 폭포의 형태로 Mill Creek상류로 유입되어진다.

일년내내 흐름이 마르지 않고 주변산세도 아름다와, 적지 않은 하이커들이, 고도적응을 하고 기력도 충전할겸 이곳에서 1박을 하고,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Mt. San Gorgonio 정상에 도전하는 중간 쉼터로 애용하는 곳이다. 우리는 이 냇가에서 잠시나마 쉬어 가는 것도 좋겠다.

길은 이제 동쪽을 가로막고있는 산줄기의 능선을 향하여 지그재그로 올라간다. 소나무 숲이 울창하다. 반마일쯤을 오르다보면 어느덧 능선 위(10000’)에 올라서게 되는데, 동남쪽으로 Palm Springs에 있는 Mt. San Jacinto의 웅장하고도 아름다운 자태가 처음으로 한눈에 들어오고, 북쪽으로는 이렇다할 초목이 없이 밝고 환한 맨 몸의 Mt. San Gorgonio정상부위가 2~3마일 정도의 거리를 두고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부터는, 수년전에 발생했던 산불로 온통 까맣게 타버린 소나무들이 많이 눈에 띄는 산줄기의 등산길을 따라, 북쪽방향으로 올라가게 되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쉬 피로를 느끼거나 속이 메슥거리는 등의 고산증을 경험하기도 한다.

오래지 않아 소나무숲이 다하고, 맨 살을 드러낸 채, 평평하면서 넓은 11000’내외의 고지대에 이르게 된다. 수목성장한계선을 넘나드는 지역이라서겠지만, 매마른 땅에 바짝 깔리듯 낮게 자란 식물들이 거친 돌덩이와 모래뿐인 지면에, 마치 사람의 피부에 점이 박히듯, 띄엄띄엄 달라붙어 있을 뿐, 황량하고도 텅 빈 또 다른 세계의 특이한 풍경을 이루고 있다.

Dollar Lake 를 경유하여 서쪽에서 올라오는 San Bernardino Peak Trail(1W07)이 합쳐진다. 대략 8마일을 온 지점이다. 다시 0.25마일을 지나면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Sky High Trail이 합류되어지는데, 여기서 계속 직진하면 Mt. San Gorgonio의 정상까지는 반마일이 채 안될만한 짧은 거리로 오르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서 오른쪽의 Sky High Trail을 택한다. 한동안 남쪽으로 완만히 내려가던 길이 동쪽으로 꺾이는 고도 11160’지점에 이르면 이제는 등산로를 버리고 남쪽으로 향한 등산로가 없는 급경사의 비탈을 내려간다.

등산로가 나있지 않은 가파른 비탈을 타고 500’쯤의 고도를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Dragons Head의 Saddle에 이르게 된다. Saddle에서 바라보이는 Dragons Head봉은 왼쪽 절반은 깊은 아래 계곡으로 완전히 무너져 내려 사라지고, 오른쪽 절반만 남아있는 완연한 반쪽짜리 산의 모습으로 또 하나의 Half-Dome이다. 남서쪽의 능선을 따라 정상에 오른다. 오르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으나 가파르게 함몰된 계곡 아래를 바라보면 두려움에 오싹 전율이 밀려온다.

드디어 용의 머리끝, 정상에 올라선다. 전망이 대단하다. 동쪽 가까이 부드럽게 둥그스럼한 곡선을 그리는 커다란 산은 Bighorn Mountain(10997’)이다. 이 산의 서북쪽에 있는 Tarn쪽에서 이곳 Dragons Head의 봉우리를 쳐다보면 용의 머리를 닮은 모습으로 보인다고 하여 Dragons Head란 이름이 붙었다. 약간 멀리 남쪽으로는 Palm Springs의 별유천지, Mt. San Jacinto(10834’)의 자태가 밝고도 아름답다. 교태를 지으며 은근히 추파를 보내오는 뜨거운 여인처럼, 정교무비한 장인이 정성껏 깎아낸 희대의 예술품처럼, 무딘 산꾼의 마음마저도 짐짓 잡아끄는 그런 매력적인 환한 아름다움이다. 거대한 용의 머리에 올라탄 채, 11000’를 넘나드는 남가주 최고의 고봉들이 운집해 있는 별유천지의 이 선계에 선뜻 들어선 이 순간의 나는 바로 이대로 영생불사의 신선이 아니면 또 무엇이랴 싶다.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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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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