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 대륙 최고봉 정상…형언키 어려운 비경

2022-08-19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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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가이드 Mt. Whitney(14,505’) (2)

미 대륙 최고봉 정상…형언키 어려운 비경
미 대륙 최고봉 정상…형언키 어려운 비경

미 대륙 최고봉 정상…형언키 어려운 비경

5. Trail Crest를 따라 0.25마일을 나아가면 JMT Junction이 왼쪽에 내리막길 형세로 나타난다. 많은 등산인들이 이 Junction근처에 무거운 배낭을 벗어놓고 홀가분한 차림으로 2마일쯤 남은 등정길에 나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는 북쪽으로 계속 직진이다. 등산로의 왼쪽은 누구라도 두려움을 떨치기 어려울 천길단애의 아스라한 절벽이다. 특히, 긴장이 풀리고 다리힘이 많이 빠진 하산시에 조심해야 할 구간이다. 아래편 저쪽으로 Hitchcock Lake, Mt. Hitchcock(13,186’; 4,019m), Guitar Lake이 눈에 들어온다.

6. 오른쪽으로는 Mt. Muir(14,012’; 4,271m; 돌출고도가 겨우 50’)가 등산로 가까이에 있다. 이에서 3/4마일쯤 더 나아가면 온통 Talus Pile인 Crooks Peak(14,199’; 4,328m)과 Keeler Needle(14,260’; 4,346m)을 차례로 지나게 되는데, 산이라기 보다는 움푹 깊게 찢어진 벼랑으로 보인다.

Crooks Peak은 우리 남가주의 여성 Hulda Hoehn Crooks에서 비롯된 것으로, 1962~1987년간, 그 녀가 66세에서 91세에 이를 때까지, 거의 매년 Mt. Whitney를 올랐었기에 특별히 이를 기린 것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이 떠올려지는데, 91세에도 Mt. Whitney를 오름으로써, 지금도 많은 보통 사람들에게 불굴의 용기를 북돋아 주는 분이라 하겠다.


Hitchcock Lake, Mt. Hitchcock은 우리 귀에 익숙한 영화감독 Alfred Hitchcock에게 헌정된 이름이 아니고, 1868~1908년간 Dartmouth에서 지질학교수를 역임한 Charles Henry Hitchcock을 기념하여 부여된 이름이다.

7. 누적거리 10마일에 이르면 등산로가 동쪽으로 바짝 꺾이며 Whitney정상부의 Talus고원에 들어선다. 워낙 평평한 돌무지 고원이라서 10.5마일의 최정상점에 가까이 도달할 때까지는 1909년에 구축된 석조건물 ‘Whitney Summit Hut’가 보이지 않는다. 이곳까지 우리가 걸어온 이 ‘Mt. Whitney Trail’과 이 건물을 건설한 사람은 Gustave F. Marsh 로, Mt. Marsh(13,510’)로 그 이름이 남아있다. Mt. Whitney가 미 본토에서 제1봉이므로 등산로만 잘 마련되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될 것임을 예견하여 미리 Trail개설을 주도한 은혜로운 선각자라 하겠다.

건물의 동쪽 바깥벽에 정상등록부 Box가 부착되어 있다. 9시간, 10.5마일에 걸쳐 마침내 등정을 이루어 낸 감사함, 기쁨, 성취감을 담아 이름과 소감을 남긴다.

8. 20~30걸음쯤 동쪽끝으로 더 나아가면, 이내 이 미국대륙 최정점의 절벽에 서서, 끝간데 없이 펼쳐져 있는 광대무변 만학천봉의 아랫세상을 바로 내 발밑 저 아래로 아스라히 굽어 보는 벅찬 감격에 젖게 된다.

사방팔방 일망무제, 저 아래에 전개되어있는 거친 세상이, 마치 생명체 출현 이전 지구별의 현황홍황(玄黃洪荒)한 원시모습이 아닐까 싶은 신비감을 불러 일으킨다. 정상의 한 바위에 부착된 정상표지판에 Whitney의 고도가 14,496.811’로 표기되어있다. 1930년에 측정한 고도와 현재의 공식고도 14,505’사이에 약 6’의 차이가 있다. 그 동안에 지각이 조금씩 위로 솟아오른 것이 한 요인이고, 또 측량기술의 발전이 한 요인일 것이다.

9. 시성(詩聖)으로 추앙받는 당나라의 시인 두보(杜甫)가 멀리서 태산을 바라보며 읊은 ‘망악(望嶽)’의 결구에서 “언젠가 반드시 저 정상에 올라서서, 작아보일 뭇 산들을 기꺼이 굽어 보리라”(會當凌絶頂 一覽衆山小)고 썼던 그런 미래형 소망의 경지를, 우리는 지금 태산의 거의 3배 높이인 미대륙의 최정점의 벼랑에 올라서서 현재완료형으로 성취의 감회를 십분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10. 형언키 어려운 비경을 접하며 이 같이 큰 감동에 젖다보니, 왠지모를 막연한 서글픔이 가슴 한 켠에 차오른다. 저 아래로 실로 묘연하게 펼쳐져 있는 영원불멸일 대자연에 비해, 그야말로 전광석화, 반짝 튀는 작은 불빛의 명멸과 다르지 않을 ‘찰나’의 삶에 그치는 내 인생의 무상함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까닭이리라. 아직 버릴게 많다는 방증인가! “기쁨이 극에 달하면 오히려 슬픈 감정이 일어난다(歡樂極兮哀情多)”는 말의 진의를 Whitney가 다시 일깨운다.


태산에 올랐던 공자(孔子)께서 “태산에 올라보니, 천하가 참 작구나!”(登泰山而天下小)는 호방하고도 호연한 기상이 넘치는 소감을 남기셨다는데, 여러분들의 감회는 과연 어떤 것일지? 언젠가 직접 체험해 보시길 기원한다.

■등정을 위한 적응산행

Whitney의 해발고도가 14,505’(4,421m)에 이르므로, 우리 남가주일원의 고산중 최고봉인 Mt. San Gorgonio(11,503’; 3,508m)를 오르는 것 보다는 훨씬 더 높은 고도에 적응해야 하고, 21마일에 이르는 장거리를 걸을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하므로, 나름대로의 적절한 계획에 따른 적응훈련을 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참고삼아 대략 다음과 같은 LA 일원의 3성인산을 중심으로 한 몇몇 산행을 들어본다.

1. Mt. San Antonio(Mt. Baldy; 10,064’) : Bear Canyon Trail로 West Baldy, Baldy에 오르고, Harwood, Thunder, Telegraph, Timber를 거쳐 Icehouse Canyon Trailhead로 하산(19마일; 8,800’ Gain).

2. Mt. San Jacinto(10,834’) : Deer Springs Trail(19마일; 5,300’ Gain)/Cactus to Cloud Trail(22마일; 10,600’ Gain).

3. Mt. San Gorgonio(11,503’) : Vivian Creek Trail(18마일; 5,500’ Gain).

4. Rabbit Peak(6,640’), Anza Borrego State Park : Thimble Trailhead(21마일; 8,400’ Gain)

5. White Mountain Peak(14,246’; 4,342m) 및 Mt. Langley(14,032’; 4,277m)

■고산증

Mt. Whitney를 등정하는 경우 보통은 그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고산증(Altitude Sickness)을 겪는다고 조사되었는데, 젊은 청장년층이 소년이나 노년층에 비해 더욱 그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고산증이 발생하는 주요원인은 고지대일수록 대기중에 존재하는 산소의 밀도가 희박하여 인체가 흡수하는 산소가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Mt. Whitney의 정상을 기준으로 보면 해수면에 비해 산소의 존재량이 단지 58% 에 불과하다는 것인데, 이 경우 뇌부종이 발생하여 뇌 내부의 압력이 올라감으로써 여러 증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 한다.

1. 고산증의 증상으로는 대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는데, 다른 명확한 이유가 없는데도, 고산에서 겪는 어떤 형태의 불편함이 있다면, 이를 고산증으로 보는 것이 옳겠다.

-식욕저하, 멀미, 구토

-피로감, 무기력증, 발목부종

-어지럼증, 경미한 두통, 숨이 가쁨

-불면증, 소변량 감소

2. 이상과 같은 고산증세를 예방 완화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물을 충분히 자주 마신다.

-충분히 음식을 섭취한다.

-등산전에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

-Outpost Camp나 Trail Camp에서 야영을 하여 고도 적응능력을 키운다.

-사전에 다른 고산들을 찾아 고도적응산행을 한다.

-Aspirin/Ibuprofen을 소지하고 필요시 이를 복용한다.

-필요할 경우에는 의사의 처방을 받아 고산증 예방약을 준비한다.

■기타 권장사항

1. 오전중 등정완료 : 고산의 경우는 대개 거의 그럴터이나, Mt. Whitney 역시 오후에는 날씨가 급변할 수 있다. 일출이후로 대기가 차츰 더워지면서 오후가 되면 고온다습한 적란운(소나기구름)이 형성되여 천둥번개와 더불어 비가 내릴 가능성이 높다. 필자가 1차, 2차 등정을 마치고 하산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일이다. 등정에 9시간이 걸리는 등산인이라면 새벽 2시 전후에 산행에 나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이 경우에 잠이 부족하지 않도록 하루전에 Whitney 지역에 일찍 와서 충분히 수면을 취하도록 해야겠다. 수면이 부족하여 등산 도중에 등산로변에서 잠을 자는 경우를 직접 겪었고 또 보았으며, 하산시에 아주 위태롭게 걷는 모습도 보았다.

2. 등산화 : 새 신발이 아닌, 내 발에 잘 길들여진(Well broken-in), 그러나 바닥이 닳지 않고 튼튼한 등산화가 바람직하다. 일반적인 견해로는 Mt. Whitney의 등산에는 특히 가벼운 등산화보다는 다소 무겁더라도 튼튼한 등산화가 좋다고 한다. 발의 피로를 덜기위해 여분의 양말을 준비하여 하산에 즈음하여 바꾸어 신는 것도 추천된다.

3. 물 : 충분한 양의 물을 지녀야 한다. 특히 마지막으로 물을 보충할 수 있는 Trail Camp를 떠날 때 기준으로, 적어도 3~4리터 이상의 물이 있어야 한다. 또 산행시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미리 수시로 물을 마시는 것이 컨디션 관리에 도움이 된다.

4. Headlamp : 당일산행일 경우, 장시간에 걸친 Headlamp의 사용은 필수이다. 미리 새 Battery로 갈아넣고, 가능하면 여분의 Battery를 소지한다. 가장 밝은 밝기로 길을 밝히는 것 보다는 중간밝기가 사용시간을 길게 함은 물론이고, 보행의 안전성도 더욱 향상된다고 한다.

5. 차분한 하산 : 등산사고는, 특히 Whitney등반의 경우에는, 하산과정에서 더욱 많이 일어난다. Short-Cut을 하려고 Trail을 벗어나는 일, 빨리 하산을 마치겠다는 조급한 마음으로 뛰거나 무모하게 빨리 걷는 것 등은 적극 피해야 한다. 차분하게 걷고, 또 쉴때는 적절히 쉬면서 물도 마시고 음식도 먹는 등, 다소 여유를 가지는 것이 피로하고 지친 상태에서의 사고예방에 도움이 되고, 하산시간도 단축된다.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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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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