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산악인들 꿈의 버킷리스트, 마운트 휘트니!

2022-08-12 (금)
작게 크게

▶ 산행가이드 Mt. Whitney(14,505’) (1)

산악인들 꿈의 버킷리스트, 마운트 휘트니!
산악인들 꿈의 버킷리스트, 마운트 휘트니!

산악인들 꿈의 버킷리스트, 마운트 휘트니!

■Whitney는 어떤 산?

열성적으로 등산(Hiking)을 즐기는 미국민들 가운데는, 꽤 많은 분들이 언젠가 한번은 꼭 오르고 싶은 산으로 꼽으며 버킷리스트의 맨 위에 올려놓고 있는 이름이 아닐까 생각되는 산 - Mt. Whitney!

Himalaya, Denali같은 산들이 그저 소수의 전문산악인들이나 꿈꾸고 도전할만한 이름이라고 한다면, Mt. Whitney는 나같이 장삼이사로 보통의 삶을 살고있는 사람들도 웬지 잘하면 직접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이 느껴지고, 그래서 더욱 한번은 꼭 올라보고 싶은 소망이 생기는 친근한 이름이라 하겠다. 하물며 우리들 처럼, 천지개벽 이래 장구한 세월을 통해 이 산을 품고 키워왔을 천혜의 땅 캘리포니아에 살고있는 경우라면 더욱 말해 무엇하랴!


주지의 사실이지만 Mt. Whitney는 알라스카를 제외한, 미 본토 48개 주 가운데 최고봉이다. 2022년 현싯점에서의 공식해발고도는 14,505’(4,421m)이고, 돌출고도(Prominence)는 10,079’(3,072m)이며, Whitney Portal(8,330’)에서의 순등반고도(Elevation Gain)는 6,450’이다. 1904년에 개설된 이래 가장 많은 등반객이 이용하는 ‘the Mt. Whitney Trail’로 산행을 하면 왕복거리가 21마일(33.8km)이며, 대개는 등산에 7~11시간, 하산에 5~8시간이 걸린다.

등산이나 하산에 소요되는 시간은 물론 등산인 본인의 기량이나 의지에 크게 좌우되는 것이겠지만, 보통은 단신이 아닌 동료들과 함께 하는 것이기에, 동행인의 기량에도 전적으로 좌우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산행계획을 세워야 겠다.

Mt. Whitney는 1860~1864년에 가주의 Geological Survey(the ‘Whitney Survey’)의 Supervisor를 역임한 Josiah Dwight Whitney를 기념하여 헌정된 이름이다. Yosemite Valley의 형성배경을 놓고, 당시로는 자연보호의 선구자이며 Sierra Club의 창립자인 John Muir와 벌인 논쟁은 아주 유명한 사건이었다고 한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Whitney는 ‘땅이 아래로 꺼진 것’이라 했고, Muir는 ‘빙하가 깎아낸 것’이라 했다는데, 이 두 분에게 헌정된 Mt. Whitney와 Mt. Muir는 2마일이 안되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으니, 영혼이 있다고 하면, 두 분이 지금도 가끔씩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을지, 아니면 모두가 다 흘러간 이승에서의 무상한 일이라며 서로 사이좋은 지호지간의 이웃으로 막역한 우정을 과시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Harvard대학교수를 지낸 Whitney가 제도권 학자로서의 잘 닦인 넓은 길을 간 것에 비해, Yosemite Valley를 무대로 자연보호라는 미답의 거친 길을 간 Muir를 생각하니, 한 분은 나르찌스의 삶, 또 한 분은 골드문트의 삶이 아니었나 싶다.

미국이라는 이 나라가 워낙 영토가 광대하고, 실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각색 민족들이 섞여 살며, 또 건국의 역사도 그리 길지 않아, 다른 국가와 막 바로 비교하기는 좀 매끄럽지 않은 점이 있겠으나, 그렇더라도 Mt. Whitney(14,505’; 4,421m)는, 상징적 특성으로는 옛 조선으로 치면 백두(2744m)나 금강(1638m)에, 오늘날의 대한민국으로 말하자면 한라(1950m)나 지리(1915m)에 비견해 볼 수 있는 산이 아닌가 생각되고, 중국이라면 태산(1545m), 일본이라면 후지(3776m)가 이에 준하는 산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대략적인 연간탐방객이 한국의 한라산은100만명, 지리산은 300만명, 중국의 태산은 600만명, 일본의 후지산은 100만명(등정자는 30만명)임에 비해, Mt. Whitney는 1만명 수준이라고 하니, 이 점에서는 특히 앞에서 거론한 동양 3국의 산들과는 천양지차가 있다.

이는 아마도 Mt. Whitney의 지리적 위치가 과밀한 인구를 지닌 거대도시들로 부터 대단히 멀리 떨어져 있으며, 이 산을 찾는 사람들은 대개 정상등정을 목표로 하고 있을 것임에 비해 그 등정이 결코 쉽지 않아 이를 시도하는 등산인 수가 스스로 많이 제한되며, 또 자연보호 차원에서 입산 자체를 엄격히 통제하는 미국정부의 정책 등이 그렇게 큰 격차가 생기는 요인들이 되지 않나 짐작된다. 게다가, 미국은 인구밀도 자체가 낮은데다, 대중들이 즐기는 야외스포츠의 종류가 등산 이외에도 워낙 다양하다는 점도 꼽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사족이지만, 흥미삼아 탐방객에 관한 한 통계를 소개하면, 한국의 북한산은 2015년 기준으로 연간 1,380만명에 달하여, 전세계를 망라하여 1,000 만명이 넘는 유일무이한 산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고 하니, 우리 한국인의 DNA에 유달리 ‘요산요수’의 등산을 즐기는 특질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Mt. Whitney 등정 경험

그래서 그런 것일까, 이러한 배달겨레의 피를 받은 필자도 이 미국에서 2006년 4월부터 등산을 즐기게 되는데, ‘미 본토의 제1봉 Mt. Whitney’ 등정에 대한 선망의 념이 있던 터에, 우연히 2008년 7월에 한인마라톤클럽 ‘KMC’의 객원멤버로 1박2일의 산행을 할 기회가 있었다. 다행히 Whitney Portal에서 출발하여, Outpost Camp에서 야영을 하고, Mt. Whitney Trail을 따라 1차 등정에 성공한다.

특히 우려하던 고산증세를 유독 겪지 않았던 점이 신기했다. 그러나, 야영에 필요한 장비들을 둘러메고 왕복 7.6마일 - Trail Camp의 야영일 경우엔 왕복 12마일 - 을 오르고 내리는 것이 꽤 부담이 되었다. 또 Ranger Station에서 입산허가증과 함께 받게 된 Wag Bag에 본인의 배설물을 싸서 하산을 마칠 때까지 지니고 다녀야 한다는 사실로 Tent에서 밤을 지새우는 과정이 많이 불편하게 느껴졌고, ‘향후에 등정기회가 있으면 반드시 당일산행을 하리라’ 마음먹게 된다.

2차는 2010년 7월에 8명의 지인들과 이번엔 당일산행으로 역시 Whitney Portal에서 Mt. Whitney Trail을 따라 등정한다. 그러나 수면이 크게 부족했는지, 99 Switch Back구간을 다 올라온 후에, 밀려드는 졸음을 끝내 견딜 수 없어, 일행에게 양해를 구하고 홀로 노변의 바위에 걸터앉아, 트레킹폴로 상체를 지탱한 채, 잠시 눈을 붙이게 된다. 일종의 고산증세였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5분쯤이나 됐을까 비록 짧은 시간이었으나, 다행히 졸음이 말끔히 가셔졌고,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하여 정상전 1마일쯤의 위치에서 일행과 합류할 수 있었다.

3차는 2012년 7월에 JMT를 종주할 때, 그 마지막 날에 서쪽인 Crabtree Ranger Station쪽에서 Guitar Lake을 경유하여 등정한다. JMT종주의 과정에서 이미 충분히 고도적응이 되었기 때문인지, JMT Junction에서 약 2마일인 정상에 46분만에 닿았다고 기억한다.

4차는 2014년 7월에 역시 당일산행으로 가까운 산우 3인과 Whitney Portal을 출발하여 역시 Mt. Whitney Trail로 등정한 바가 있다. 이 때는 특히 대원중 1인의 난조로 등정과 하산과정 공히 꽤 지체되는 경험을 한다. 기록을 찾아보니 등정에 8시간 42분이 소요됐었다.

이 모두가 안전을 고려, 눈이 거의 녹는 싯점인 7월에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뒤 2014년 11월에는 Sierra Club에 가입하여, 주로 남가주 일원의 산을 대상으로 Peakbagging을 하는 것으로 등산형태가 크게 바뀌어졌기에, 그 이후로는 특별히 Mt. Whitney를 찾을 동기가 없는 상태로 오늘에 이르렀다.

Whitney를 겨우 4번만 오른 사람이, 그것도 이미 오래 전에 Mt. Whitney Trail로만, 이 산을 소개하는 일이 좀 면구스럽지만, 아직 등정치 않은 등산인들의 이 산에 관한 관심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여, 일천하지만 나의 경험과 산행중에 찍었던 사진들, 그리고 관련된 자료나 책자를 참고하여, 미상불 미흡한 점이 많겠으나, 그래도 용기를 내어 이 글을 쓴다.

■주요구간별 특징

Mt. Whitney Trail을 따라 당일산행을 하는 것을 전제로 등정과정을 몇 단계로 구분하여 약술한다.

1. Whitney Portal(8,330’)을 출발한 등산로가 처음엔 북동쪽으로 나아가다가, 0.25마일을 온 지점에서 남서쪽으로 바짝 꺾인 후엔 8.3마일 지점인 Trail Crest까지 대체로 일관되게 같은 방향으로 이어진다. 3.8마일 지점이 Outpost Camp(10,365’)로 물이 있는 Camp Site이다. 등정에 9시간이 걸리는 산꾼이라면 여기까지 대략 3시간이 걸린다.

2. Outpost Camp를 출발하여 2.3마일(누적거리는 6.1마일)지점이 Trail Camp(12,040’)로, 마지막 Camp Site이다. 여기까지 대략 4시간 반이 걸린다. 시간상으로는 절반을 온 셈이다. 여명이 시작될 무렵에 도착하면, 실로 하늘을 찌르듯 삐죽 삐죽 높이 솟은 장대한 Whitney Crest산괴 전체가 대지의 여신 Gaea의 화려한 보관(寶冠)인양 밝고도 은은하게 환상적인 빛을 발하여 대단히 신령스럽게 드러나는 일대장관을 볼 수 있다. 정상에서의 감동 못지 않은 귀한 신비체험이다. 물을 보충할 수 있는 마지막 장소이다.

3. Trail Camp를 출발하여 99개에 이르는 Switch Back을 1/3쯤 걸어 오르면, 보통은 여름까지 빙설이 녹지 않는 곳이라, 안전을 위해 철재Hand Rail이 설치되어 있는 곳을 지나게 되고, 누적거리 8.3마일 지점에 이르면 Trail Crest(13,635’)라 지칭하는 곳이 되는데, 여기까지 약 7시간이 소요된다. 여지껏 보이지 않던 Whitney Crest의 뒷쪽(서쪽)면을 따라 북쪽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는 두드러진 전환점이다.

4. 99 Switch Back중간 이후의 이 구간 등산로변에서 만약 직경 2~3” 크기의 밝은 보라색 꽃차례로 피어난 꽃들을 보게 된다면 이는 아마도 ‘Sky pilot’일 것이다. 해발고도 13,000’가 넘는 고지의 척박건조한 암릉에 믿기지 않을 정도의 선명한 색깔로, 신기루가 아닐까 싶게, 풍성하고 요염하게 피어있다. 저 먼 달나라에 있다는 ‘계수나무’도 과연 실재하는 것일 수 있겠다는 신비감과 반가움을 느낀다.

[다음에 계속]

정진옥 310-259-6022

http://blog.daum.net/yosanyosooo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