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가이드 Sugarloaf Mountain(9,952’) East Route
오늘 안내하는 이 Sugarloaf산은 특히 남가주의 최고봉인 Mt. San Gorgonio(11503’)의 정상에 올라섰을 때나 아니면 오르는 과정에서 이따금씩 볼 수 있었는데, 이를 바라볼 때마다 2가지 상념이 떠오르게 됐었다.
첫째는 남쪽에서 보는 산의 모양이 전반적으로는 아주 크고도 높지만 그 능선이 아주 부드럽고 봉긋하여 아늑하고 정겹게 느껴지는 점이었다.
둘째는 이 산의 서남쪽면의 중간 기슭에 아주 선명하게 나타나 있는 아주 독특한 문양이, 1~2마일 이상되는 먼거리에서 보면, 마치 고구려 고분인 무용총에 그려져 있다는 도약하는 한마리 사슴이나 아니면 역시 고구려 고분에 그려져 있는 비상하는 한마리 청룡의 형상으로 보여져 신비감을 느끼게 됐었다는 점이다.
어떠한 연유인지는 몰라도 초목이 거의 자라지 않아 산 중턱의 맨 흙/돌이 밝게 노정되어 있는 부분이 그렇듯 신비한 형상으로 드러나는 것이겠는데, 결국 이를 볼 때마다 가능한한 빨리 저곳을 답산해야겠다는 선망의 욕구가 솟아나곤 했었다. 이런 느낌을 일러 ‘산이 나를 부른다’고 하는 것일까!
우리 LA 일원의 3대 강, 즉 Los Angeles River, San Gabriel River, Santa Ana River 중에서 가장 큰 강이 되는 Santa Ana River 상류의 흐름이 San Gorgonio Wilderness와 Big Bear지역을 남북으로 길게 갈라놓고 있는 형국인데, 이 Sugarloaf Mountain은 북쪽의 Big Bear지역에서는 가장 크고 가장 높은 산이다. 또한 이 산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Mountain Mahogany와 Western Juniper 는 남가주의 다른 산에서는 전혀 볼 수 없을 정도로 현저히 무성하고 장대하여, 가히 진기한 숲을 간직하고 있는 명산이라고도 하겠다.
Sugarloaf라는 이름은 아마도 남쪽에서 보는 이 산의 모습이 마치 오래전에 이곳 미국의식료품점에서 설탕가루를 둥그스럼하게 수북히 쌓아놓고 팔던 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싶다. Serrano 원주민들은 이 산을 “아탄팟(Ata’npa’t)”이라 부르며 신성불가침의 땅으로 여겼었다고 하니, 이 두 문명이 각기 자연을 보는 관점에서도 아주 현저한 차이가 있었음을 알겠다.
이 산을 오르는 등산로는 동서남북의 각 방향에 걸쳐 각기 1개씩이 있어 모두 4개가 된다고 할 수 있겠으나, 오늘은 오르는 코스가 왕복 8마일로 가장 짧고 순등반고도도 1700’로 크지 않으며 위태로운 구간이나 급경사 구간이 전혀 없이 시종 평탄하고 평화롭게 이어지고 있는 동쪽루트의 산행을 안내한다.
왕복산행에 대략 5~6시간이 소요된다. 단, 등산로 입구에 이르기 위해서 통과하게 되는 6마일쯤 되는 거리의 비포장도로(2N93)에 다소 큰 돌들이 돌출되어 있는 거치른 구간이 있으므로, 4x4 차량 또는 Ground Clearance가 높은 차를 이용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10번 Freeway(I-10)을 타고 동쪽으로 가다가 San Bernardino를 지나고 난 뒤에 Orange
가는 길Street 출구로 나온다. 그대로 1블럭을 직진한 후 좌회전을 하여 북쪽으로 0.5마일을 가면 Lugonia Avenue가 된다. 여기서 동쪽으로 우회전하면 이 길이 즉 SR-38이 된다.
여기서 주행거리계를 0로 해놓고 이 SR-38을 따라 약 33마일을 가면, 오른쪽으로 Heart Bar Campground쪽으로 들어가는 길(1N02)이 나온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그냥 직진하여 2.2마일을 더 간다. 왼쪽으로 비포장도로(2N93)가 갈라져 나가는데, 우리는 이 길을 따라가야 한다.
약 6.0마일을 이 비포장도로로 들어가면 오른쪽으로 Wildhorse Meadow라고 부르는 숲속의 개활지가 나온다. 왼쪽으로는 가시철선 울타리가 있으면서 차량통제 게이트가 있는 비포장도로가 약간 왼쪽 앞으로 갈라진다.
이 부근에서 길 오른쪽의 적당한 공터(8750’)에 주차한다. 등산출발점의 고도로서는 아주 이례적일 정도로 높은 곳이고, 또 소나무 등의 나무그늘도 많아, 산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온통 맑고 청량한 대기를 실컷 들이마시게 된다.
등산코스차량통제게이트를 넘지 않는 지점의 왼쪽(서쪽)울타리 중간에 사람은 쉽게 지나갈 수 있도록 목재로 문처럼 틀을 만들어 놓은 출입구가 있다. 아마도 가축들이 이 경계를 벗어나지 않게 차단하되, 사람들은 원활히 통행하게 하려는 배려에서 만들어진 설치물이 아닌가 싶다. 이곳을 넘어 완만한 경사의 기슭으로 들어서면 아주 거대하게 잘 자란 두 그루의 Mountain Mahogany가 등산로 입구의 양쪽 문기둥인양 가지런히 서있는 것이 눈에 띈다.
필자가 여기저기 나름대로 남가주의 산들을 다니면서 잎이 작고 예쁘면서 길쭉한 깃털이 달려있어 햇볕을 받으면 눈이 부시도록 빛나는 Mountain Mahogany의 군락지들을 많이 보아왔지만 이 곳에서 처럼 장대한 거목으로 잘 자라나 있는 광경은 아직은 어디에서도 보지 못하였다.
이 구간을 지나면서 잘 살펴보면 등산로임을 알리기 위해 2~3개의 자잔한 돌로 탑을 쌓아놓은 Ducks들이 이따금씩 놓여져 있음을 알게 된다. 이 Ducks들을 따라가면 차질없이 쉽게 등산을 시작할 수 있다. 이곳에 들어서면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노간주나무(Western Juniper)이다.
측백나무과에 속하는 나무인데, 바로 이곳이 우리 가주에서는 최고로 큰 Juniper들이 자라나 있는 숲이라고 한다. 키에 비해서 나무의 굵기가 대단하여 경이롭다. 암수가 따로 구분되는 나무인데, 어떤 경우에는 스스로 성이 바뀌기도 하고 암수가 한 그루에 같이 존재할 수도 있다고 하니, 참으로 놀라운 적응력을 가진, 진화가 많이 된 초고등식물이 아닐까 싶다. 등산로에 가까이 있는 거목들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을 정도로 경이감이 느껴져 수시로 걸음을 멈추게 되곤 한다.
이에 반하여 키가 우뚝하게 큰 소나무들은 주로 Ponderosa Pine인데, 아주 비슷한 수형의 Jeffrey Pine에 비하여 솔방울의 크기가 작고 솔방울 끝의 가시부분이 밖을 향하고 있는 것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약 1마일을 지나면 지금까지 지나온 봉우리가 끝나며 아래로 내려가면서 Saddle이 되는데, 이정표가 서있는 4거리(8980’)이기도 하다. 왼쪽(남)은 Hwy 38선상에서 시작되는 Wildhorse Trail로 올라오는 길이고, 오른쪽(북)은 우리가 오늘 등산을 시작한 비포장도로 (2N93)의 지점에서, 이어지는 동일한 도로를 따라 약 4마일을 더 들어간 지점에서 출발하는 Green Canyon Trail로 올라오는 길임을 알려준다. 우리는 물론 직진한다.
아름다운 Juniper와 Ponderosa Pine 등에 흠뻑 취하여 걷다보면 이내 왼쪽편에 겹겹으로 갈라져 쌓인 검은 바위덩이 위에, 아마도 수백년을 온통 바위덩이 위에서만 생존해왔을 Juniper 한 그루가 완연한 거목이 되어 의연하게 서있는 곳에 이르게 된다.
정상까지 약 2마일이 남은 2마일 지점인데, 왼쪽 저만큼의 거리에 희고도 청아한 도골선풍의 풍모를 지닌 Mt. San Gorgonio(11503’)가 눈에 들어온다.
혹시 길가에 또는 산기슭 여기저기에 노랗고 뽀얗게 피어있는 꽃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Yellow Rabbitbrush일 것이다. 산토끼들이 추운 겨울을 잘 지낼 수 있도록 기꺼이 먹이가 되어주는 식물이라는 관점에서 이 이름이 붙은 듯 한데, 수많은 작은 동물이나 조류의 먹이도 되어주고 보금자리도 되어 준다. 토착원주민들은 이를 감기나 기침 또는 피부병의 치료제로, 또 오렌지색이나 노랑색을 내는 염료로도 사용했던, 아주 여러가지로 유용한 식물이라고 한다.
여기서 분명하게 잘 드러나는 등산로를 따라 그리 높지 않은 봉우리 2개를 더 넘어가면 윗부분이 나무가 별로없이 맨 땅으로 되어있는 봉우리에 이르게 되는데, 정상은 여기서 다시 다음 봉우리쪽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한번 더 올라가야 한다.
마침내 아름답게 잘 자란 Lodgepole Pine과 Limber Pine들이 우거진 고원의 비옥한 송림에 깊게 감추어져있는 조용하고도 아늑한 Sugarloaf Mountain의 정상(9952’)에 이르게 된다.
송림의 평평한 빈 땅에 돌무더기가 있고 정상임을 알리는 팻말이 그 안에 서 있다. 20m쯤 뒤에 있는 큰 고사목에는 “Sugarloaf Mountain 9952’”라고 새겨진 목판이 부착되어 있다. 10000’에 육박하는 고산으로, 한라산 정상보다도 무려 1085m나 더 높은 산의 정상이지만 아름다운 소나무들이 울울창창하여 싱그럽기 그지없다.
마치 고산지대의 침엽수들을 모아놓은 인위적인 식물원(Arboretum)이 연상되기도 한다. 서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Big Bear 호수의 푸른물이 눈에 담기고, 남쪽으로는 Gorgonio Wilderness를 이루는 고봉들의 하늘세상이 거대한 신기루인양 피안으로 다가온다. 여기가 어디일까, 선계란 바로 이런 경지를 이르는 말이 아닐까 싶다. 하늘은 맑고 바람도 맑다. 소나무숲은 푸르고 호수도 푸르다.
‘아는 것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고산에만 자생하는 Lodgepole Pine 과 Limber Pine의 대략적인 식별요령을 소개하자면, Lodgepole은 솔잎의 길이가 4~8 cm이면서 다소 굵고 끝이 뾰쪽함에 비해, Limber는 6~12 cm로 조금 더 길고 부드럽고 가늘다. 더욱 두드러진 또다른 점으로는, 소나무의 바늘잎이 한 다발(Fascicle)에 2개씩이면 Lodgepole Pine이고, 5개씩이면 Limber Pine이다. 1개씩이라면 남가주에서는 주로 Pinyon Pine이라고 볼 수 있다.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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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