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드럽고 단순한 능선…장쾌한 풍광

2020-08-07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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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가이드 Pine Mountain ( 9,648’ )

부드럽고 단순한 능선…장쾌한 풍광

Pine Mountain 정상에서 본 Mt. Baden Powell. ( 9,399’ )

부드럽고 단순한 능선…장쾌한 풍광

천년을 독야청청 살아온 것으로 보이는 Juniper Trees


부드럽고 단순한 능선…장쾌한 풍광

Register Ridge Trail 분기점.



LA지역에 사는 우리들로서는 요즘처럼 해가 길고 더운 여름철의 등산으로는 고도가 높은 산을 택하는 것이 좋겠다.

첫째로, 일조시간이 길어서, 어둡지 않은 낮동안 장시간에 걸쳐 장거리를 걸을 수 있다.


둘째는,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온은 낮아지므로 상대적으로 시원한 피서산행을 구가할 수 있다. 덥고 건조한 우리 남가주의 여름이지만 고도가 높은 첩첩한 산간지역에는 한대성 식물인 소나무 등의 침엽수가 무성한 푸른 숲을 이루고 있는 것이 그 증좌라 하겠다.

우리 LA에서 가장 가까운 고산으로는 San Gabriel산맥의 최고봉인 Mt. San Antonio(10,064’;=Mt. Baldy)를 꼽을 수 있는데, 오늘은 이 산과 주위에 있는 3개의 고산을 한꺼번에 묶는 1타4매의 산행을 하도록 한다. 제주도 면적의 1.4배가 되는 이 San Gabriel산맥에는 백두산(2,744m,=9,003’)보다 더 높은 봉우리가 6개가 있는데, 오늘의 이 산행은 이 가운데 가장 높은 산 4개를 망라하는 산행이 된다.

즉, Mt. San Antonio(10,064’), Pine Mountain(9,648’), Dawson Peak(9,575’), Mt. Harwood(9,552’), Mt. Baden Powell(9,399’), Throop Peak(9,138’)의 6개의 봉우리 중에, 앞의 4개의 봉을 가는 것이다. 흔히 Mt. San Antonio의 서쪽 1마일지점에 있는 9,988’ 고도의 봉을 ‘West Baldy’라고 부르나, 공식적인 독립봉으로는 간주되지는 않는 듯 하여, 이를 제외했다.
Pine Mountain만을 가장 짧게 오르고자 한다면 Mt. Baldy 등정의 북쪽 루트의 출발지인 Guffy Campground나 Pine Mountain Trailhead에서 시작하면 된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상당항 체력소모가 필요하여 등산이 익숙한 하이커에게나 권할 수 있는 길고도 힘든 코스를 가기로 한다.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이 함께 가는 것이 안전을 위해 필요하고, 헤드램프를 반드시 지참해야겠다.

힘든 산행인지라 물을 많이 마시게 될 것인데, 산행의 전 여정에서 물을 구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사실을 감안하여 미리 충분한 물을 지녀야 하고, 여러개의 고산을 오르내리는 힘든 여정이니 만큼 늦어도 여명에 즈음하여 일찍 출발하여서 일찍 산행을 마치도록 하면 좋겠다.

Manker Flats(6,160’)에서 출발하여 Baldy Bowl Trail로 가다가, Register Post를 지나서 시작되는 Register Trail을 타고 Mt. Harwood에 오르고, 또 Baldy에 오른다음, Dawson Peak으로 내려갔다가 Pine Mountain에 오르는 코스이다. 물론 하산은 Pine에서 Dawson을 지나 다시 Baldy에 올랐다가 Manker Flats으로 다시 내려가야 하므로 마치 Seesaw처럼 오르고 내리는 일을 반복하는 어려운 산행이다. 왕복 15마일에 순등반고도는 6,600’ 내외가 되고 보통은 왕복하는데 12시간 내외가 걸린다.

가는 길

Fwy 210을 타고 동쪽으로 가다가, Claremont 시의 Baseline Road의 출구로 나온다. Baseline에서 좌회전하여 한 블록을 가면, Padua Ave가 되고 여기서 우회전하여 북쪽으로 1.7마일을 가면 신호등이 있는 Mt. Baldy Road 가 된다.


여기서 다시 우측으로 7.2마일을 가면 Mt. Baldy Village 에 이른다. 계속 2마일을 더 가면 길이 왼쪽으로 직각으로 꺾이며 지그재그로 경사진 길을 오르게 된다.

대략 3마일을 더 가면 오른쪽으로 캠프그라운드가 있다. 계속 0.3마일쯤을 직진하면 왼쪽으로 차량통제게이트 겸 등산로입구가 보인다.

이곳은 1800년대 말에 노새몰이꾼이었던 Fletcher Manker 가 가게를 냈던 곳이어서, Manker Flats 이라고 불리우는 곳이다. 인근의 도로변에 안전하게 주차한다. Adventure Pass 를 잘 걸어 놓는다.

등산코스

북쪽으로 있는 차량통제 게이트를 지나서 포장도로를 따라 0.6마일을 가면, 정면으로 100m 쯤의 거리에, 다단계로 떨어지는 물줄기중에 맨 아래의 물줄기의 낙차가 75‘가 된다는 San Antonio 폭포가 보인다.

여기서 길이 오른쪽으로 바짝 꺾이며 비포장도로가 되는데 이를 따라 0.3마일을 더 가면 왼쪽으로 갈라져서 산을 타고 올라가는 본격적인 등산로가 나온다. 흙과 돌부스러기들이 뒤섞인 거친 비탈을 올라서면 곧 잘 닦인 등산로로 변하며, 100m 정도를 서쪽으로 나아가면 등산인 스스로가 자신의 산행계획의 개요를 기입해 둘 수 있는 Register Post가 서있는 곳이 나온다.

이 Post를 지나자 마자 등산로가 북쪽으로 꺾이는데, 이로부터 몇십미터를 더 간 지점에서, 직진하는 주등산로인 Baldy Bowl Trail을 벗어나, 오른쪽 기슭으로 올라가는 다소 희미한 Use Trail을 찾아야 한다. 때로는 등산로의 표시로 돌무더기(Ducks)가 놓여 있기도 하다. 주의하여 살피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Mt. Harwood의 정상 가까이로 이어져서 Baldy Notch에서부터 올라오는 Backbone Trail에 병합되는 Register Ridge Trail이 바로 이것이다.

소나무기 드문 드문 서있는 가운데 Manzanita, Buckthorn 등의 관목류가 우거져 있는데, 그 사이로 나있는 등산로는 다소 희미하지만 이를 따라가는 것이 문제가 되잖을 만큼은 식별된다. 때로는 불안할 정도로 가파른 경사면을 지그재그로 오르기도 하고, 바위들이 깔려있거나 돌출되어있는 거친 지역도 지난다.

Register Ridge Trail로 접어든지 1시간쯤이 되면 왼쪽으로 Baldy Bowl의 함몰된 급사면이 눈에 들어온다. 다시 1시간 정도를 더 오르면 왼쪽으로 수백년의 풍상을 견디어온 것으로 보이는 몇그루의 Juniper들이 군계일학의 아름다운 자태로 서로 바짝 몸을 맞댄 채 가까이 붙어있는 것이 보인다. 이제 Backbone Trail에 합류되는 지점에 이르른 것이다.

이 Backbone Trail을 만나는 곳에서 북쪽으로 바로 앞에 있는 밋밋한 산줄기의 최고점이 Mt. Harwood(9,552’)의 정상이다. Backbone Trail을 가로질러 정상으로 오르내린 사람들의 발자취를 따라 곧장 오르면 어렵지 않게 최고점에 오르게 된다. 나무들이 거의 없이 온통 자잔한 돌들로 이루어진 부드럽고 단순한 능선이 아름답고, 또 정상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경치들이 대단히 장쾌하다.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시에라클럽의 회장을 역임했던 Aurelia Squire Harwood(1865~1928)를 기념하여 명명된 산이다.

이제 Mt. Harwood의 정상에서 곧바로 서쪽으로 가깝게 보이는 Baldy쪽을 향하여 안부까지 내리막 길을 갔다가 다시 Baldy의 동쪽 산줄기를 타고 초목이 거의 없는 맨흙과 돌의 경사로를 오른다. 약 700’의 고도를 오르는 1마일이 채 안되는 가까운 거리이다.

Mt. Baldy(10,064’)의 정상에서는 대체로 적잖은 등산객들이 등정의 기쁨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된다. 동서남북, 사방에 걸쳐 일망무제의 탁트인 전망이 시원한데, 북서쪽으로 Mt. Baden Powell이 수려한 모습을 드러내 보이고, 북쪽으로는 Dawson, Pine이 저만큼 눈아래로 보인다.

이제 우리는 북쪽으로 나있는 경사진 등산로를 찾아 Dawson Peak으로 내려가는데, 이 등산로는 인적이 아주 드물다. 2마일이 좀 안되는 거리에 1,300’를 내려가는 가파른 등산로의 왼쪽은 절벽에 버금가는 함몰지형이고, 오른쪽은 땅에 깔리는 낮은 키의 소나무들이 키가 큰 Lodgepole Pine들과 함께 어우러져 있는 평화로운 산록이다. 좌우의 지형적인 양상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Baldy와 Dawson의 Saddle(8,800’)에 내려선다. 이제 북쪽으로 0.5마일의 거리에 있는 Dawson을 향해 약800’의 고도를 힘겹게 올라야 한다. 왼쪽으로 보이는 Iron Mountain의 동쪽면과 Fish Creek의 깊은 계곡이 신비롭다. 소나무들이 점점이 박힌 깨끗하고 푸르른 산줄기들의 아름다움이 경사면을 오르는 고됨을 잠시나마 잊게한다.

힘들게 오른 Dawson Peak(9,575’)의 정상은 비교적 완만하다. 조촐한 돌무더기가 있는 곳에 정상등록부가 놓여있다. 방금 내려온 Baldy쪽을 바라보노라면, 그 웅장하고 우뚝한 모습에 찬탄을 금할 수 없으나, 다시 저곳을 되돌아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찔하고 심란하다.

다시 북쪽으로 완만하게 내려가는 길을 따라 오늘의 최종목적지인 Pine Mountain으로 향한다. 1마일쯤을 가면 왼쪽으로 길이 갈라지면서 Fish Fork Creek으로 가는 길임을 알리는 안내팻말이 꽂혀있다. 우리는 직진한다. 이젠 0.5마일의 가까운 거리에 있는 Pine Mountain에 오르기 위해서는 마지막 구간에 길지는 않으나 꽤 경사가 급한 비탈을 올라야 한다. 아마도 450’정도의 고도가 될 것이다.

Pine Mountain(9,648’)의 정상은 약간 평평한 가운데 납작한 돌들이 빈틈없이 깔려있고 키작은 나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자생하고 있다. 정상등록부는 동남쪽 모서리쯤에 텐트 하나를 칠만한 넓이로 바람을 막기위해 돌들을 둥글게 쌓아 놓은 곳의 안쪽에 있다. San Gabriel 산맥의 제2봉답게, 이곳에서의 전망은 매우 다양하다.

하산하는 코스로는 물론 여기까지 온 길을 그대로 되짚어 나가면 될 것이나, 일단 Mt. Baldy의 정상에 올라선 다음에는, 가파른 Register Ridge Trail이 아닌 Baldy Bowl Trail을 택하여 Manker Flats로 내려가는 것이 더욱 안전할 것으로 생각된다.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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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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