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강창욱의 ‘예술가를 위한 정신분석과 창작’

2020-05-05 (화) 10:39:05 최연홍(시인,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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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강창욱의 ‘예술가를 위한 정신분석과 창작’
정신과 전문의로 일하시다 은퇴한 의사이지만 한국 월간문학에 수필가로 데뷔한 문인인 강창욱 박사는 수필가로 데뷔하기 전부터 문학에 남다른 애정을 보여준 의사였다. 그는 19세기 볼티모어에서 시인, 작가, 극작가, 비평가로 활동하다 비명에 간 애드가 앨런 포의 시와 소설을 예로 들면서 문학인이나 예술인이 ‘정상의 틀’에서 벗어난 ‘비정상’을 찾아가는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시인은 잠 못 드는 사람이라고, 그래서 불면증 환자가 정상이라고 태연하게 말하던 정신과의사였다.

정신분석은 19세기 프로이드로부터 시작돼 발전해온 정신의학분야이지만 정신분석이 인문학, 사회과학에 미친 영향은 절대적이었다. 그가 내놓은 정신세계는 무의식의 세계가 의식의 세계를 좌우하며 우리들 인간의 생각과 행동의 기초가 된다고 주장하며 무의식의 구조를 초자아(super ego), 자아(ego), 본능(id)로 나누었는데 초자아, 자아, 본능의 상관관계에서 본(id)를 중요하게 배치하고 있다. 그래서 인간의 심리 내면, 밖에 나타나지 않은 사람들의 행태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이론이 정립되었다. 강창욱 박사는 숨겨져 있는 무의식의 세계가 오히려 인간행태의 가장 중요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이론을 펴고 있다. 문학은 기본적으로 무의식의 세계를 찾아가는 탐험이라고 말한다. 북극의 얼음덩이가 물 위에 나와있는 부분은 지극히 작고, 물 아래 감추어진 부분이 얼음덩이의 90퍼센트가 되는 것과 같다. 정신분석이나 문학, 예술은 이 감추어진 인간의 심리, 무의식의 상태를 찾아가고 문학, 예술 작품, 창작(Creative Writing)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신분석이나 문학예술은 결국 인류에 무엇을 기여하나? 강 박사는 환자의 치유라고 말하면서 문학, 예술도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 효능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정신분석학자들과 문학인은 서로 가깝다. 그는 윤동주의 시가 국경을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이유가 바로 시의 치유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는 윤동주의 아픔을 치유했지만 그의 시를 읽는 모든 이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명약이라고 주장한다 . 강박사는 워싱턴 지역의 아주 작은 모임인 윤동주문학회 회원인데 윤동주 문학 창간호에도 그의 한글, 영문 글이 발표될 예정이다.
그가 이번에 낸 저서가 한국의 많은 독자들을 매혹시키라리고 예견한다. 그는 미국최고의 정신과의사이지만 누구나 쉽게 정신분석학을 이해할수 있도록 평이한 문체로 처음부터 끝까지 써내려갔고, 폭넓은 독서량으로 의학과 문학, 예술 전 분야를 종횡무진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윤동주의 자화상, 참회록이 나오는가 하면 피카소, 반 고흐가 나오고, 셰익스피어, 도스토예프스키, 바이런의 시가 나온다. 독자는 그의 광활한 세계문학에 감탄하게 되리라.

엘리엇은 그의 시에서 이 세계가 온통 정신병동이라고 질타했다. 필자가 1년여 불면증에 시달렸을때 나도 정신병자의 한 사람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말할 자신이 없다. 시인은 잠 못드는 사람이 아닌가.
강 박사의 ‘예술가를 위한 정신분석과 창작’이 문학, 예술에 대한 기본적인 서설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기 바란다.

<최연홍(시인,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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