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숙의 문화살롱
2025-04-08 (화) 08:15:15
도정숙
▶ Adam Pendleton: Love, Queen-Hirshhorn Museum, Washington D.C.
▶ ‘추상화에서 찾는 존재의 권리’
아담 펜들턴(b.1984)의 개인전이 허쉬혼 뮤지엄에서 지난 4일 오픈했다. 워싱턴 DC에서는 처음이다. 허쉬혼의 건축물을 활용하면서 현대 미국 회화에 대한 그의 독특한 기여를 강조하는 자리다. 전시작품은 최근 회화와 단일 채널 비디오 작품 등이다. 아담 펜들턴은 “허쉬혼 미술관 50주년을 맞아 제 작품을 전시하게 되어 기쁩니다. 박물관의 건축, 내셔널 몰의 위치, 그리고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작품을 미묘하고 시적인 방식으로 접하게 되는 기회입니다.”라고 말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아담 펜들턴은 회화, 조각, 글, 영화, 퍼포먼스 등을 통해 개념적인 작업을 한다. 그가 다양한 매체를 관통하는 큰 줄기는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이다. ‘나는 누구인가’를 들여다 본 정체성 탐구와 추상과 아방가르드에 관한 ‘블랙 다다(Black Dada)’ 작업이 그의 이름을 미술계에 강렬하게 각인시켰다. 그는 아름다운 색이 모두 합쳐 탄생할 법한 깊은 검은색을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그는 종이에 물감을 떨어뜨리고 뿌리며 깨진 글자를 연상시키는 기하학적 모양의 단어와 구절을 잉크 조각으로 작업한다. 이러한 시각적 실험은 때로는 신중하게 통제되고 때로는 자유롭고 즉흥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는 이러한 초기 구성을 사진으로 촬영한 다음 스크린 인쇄 공정을 사용하여 레이어를 만들어 그림 그리는 행위, 사진 찍는 행위 사이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한다.
작가는 말한다. “그림은 번역과 변형의 행위인 만큼 퍼포먼스 행위이기도 합니다.”라고.
그는 또한 바닥부터 천장까지 투사되는 새로운 영상 작품인
를 선보인다. 이 작품은 1968년 봄과 여름에 내셔널 몰에 세워진 며칠간의 야영지인 <부활의 도시> 이미지를 사용했다. 이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가 가난한 자들을 위해 실천한 운동의 정점으로 여겨진다. 어둠 속을 넘나드는 이 다큐멘터리 자료는 영상과 기하학적 형태의 섬광으로 구분되어 추상과 표현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아담 펜들턴은 버지니아 리치먼드 출생으로 추상화를 재정의하는 세대의 중심 인물이다. 2024년 그는 미국 예술 문학 아카데미로부터 로젠탈 패밀리 재단 회화상을 수상했다. 그는 다방면에 박식하여 비평적 선집을 편집하고 영화도 만든다. 또한 10년 넘게 흑인성과 추상화의 관계에 대한 자신만의 접근 방식을 표현해왔다.
그의 작품은 전 세계 주요 미술관에 있다. 뉴욕의 모마, 구겐하임, 휘트니 미술관과 피츠버그의 카네기 미술관, 시카고의 현대 미술관, 몬트리올 미술관, 런던의 테이트 모던 등 수많은 공공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리움과 아모레 퍼시픽 미술관이다.
허쉬혼의 이사 멜리사 치우는 “허쉬혼의 50주년을 맞아 애덤 펜들턴의 최신작품을 소개하는 것은 지극히 의도적인 것이다. 이 전시는 역사와 장소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예술가들의 목소리를 증폭하는 허쉬혼의 사명을 반영한다. 21세기 미술관으로서 이 전시를 통해 미국 추상화의 복잡성과 우리가 공유한 과거, 현재, 미래를 형성하는 잠재력을 생각해본다. 매년 100만 명에 이르는 허쉬혼 방문객에게 보내는 선물이기도 하다.”
큐레이터는 허쉬혼의 에블린 한킨스, 전시는 2027년 1월 3일까지 진행된다.
현대추상화란 타이틀로 내세운 이 작품들에 미술 애호가들이 왜 그렇게 열광하는지, 작품이 무엇을 전해주는지 전시 일정이 넉넉하니 한번쯤 관람하기를 권한다. 미술품의 이해는 많이 보는 것만이 지름길이다.
<도정숙>